아시아 ASIA/인도 India

바라나시 마지막 아침, 꼬마 뱃사공을 만나다. (Varanasi,India)

빛나_Bitna 2013. 7. 7. 07:00

 

이른 아침, 바라나시

 

 

삐비빅! 알람이 울린다. 떠지지 않는 눈을 하고 손으로 더듬어 알람을 끈다. 그러기를 몇 차례... 알람과의 싸움끝에 6시 30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후다닥 카메라를 챙겨들고 밖으로 나갔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우리의 목표는 강가(갠지스강)에서 보트를 타면서 일출을 보는 것이었는데. 붉게 타오르는 해는 게으른 우리를 비웃는 것 같다. 

 

 

 

부지런한 인도 사람들

 

 

다시 침대로 돌아가기엔 너무 늦어버렸고, 아쉬운대로 일출대신 바라나시의 아침을 구경하기로 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강가에서 빨래나 목욕으로 하루를 맞이하고 있는 이들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저 강물의 수질이 심히 궁금한데, 이 동네 사람들은 거리낌없이 강가에 몸을 담근다. 강한 믿음은 인간의 감각을 지배하는 것일까?

 

 

꼬마 뱃사공을 만나다.

 

 

가트에 모여드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꼬마가 보트를 타라며 귀찮게 따라붙는다. 아무리봐도 초등학생 나이도 안 될 것 같은데, 어떻게 보트가 있다는 거지? 혹시 외국인에게 사기를 치려는거면 혼내줘야지 하는 마음에 따라가보니 진짜 보트가 있다. 그리고 함께 노를 저을 사촌형이라며 자기보다 조금 큰 아이를 소개한다. 니들 둘이서 노를 젓겠다고? 어이없는 웃음만 나왔지만 꼬마는 나름 진지하게 코스를 설명하고 가격 협상도 한다.

 

인도에서 만난 꼬마들 대부분이 구걸하는 아이들이었는데, 이 아이들은 색다르다. 그래서일까, 평소처럼 못 들은 척 무시하고 지나치지 못한 이유는... 그래, 뭐 얘들이 잘 못하면 우리가 노를 저으면 되지 하는 마음에 꼬마들의 보트에 몸을 실었다.

 

 

아침부터 북적이는 가트

 

 

보트가 메인가트를 향해 남쪽으로 움직인다. 어디서 본 건 있는지 이동할때마다 이것저것 설명하는 어린이 뱃사공. 아무래도 노 젓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여 도와준다고 했더니 'No Problem, I'm strong'이란다. 귀여운 녀석들...

 

 

 

가트마다 사람들로 북적북적

 

 

사실 어제 메인가트에서 탔던 보트와 방향만 반대지 동일한 루트라서 별로 특별할 것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저마다의 방법으로 강가에 나와 아침을 맞이하는 인도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건 뭔가 또 새롭다. 이게 많은 여행자이 바라나시에서 발목을 붙잡히는 이유가 아닐까.

 

버닝가트

 

장작이 잔뜩!

 

멀리서 바라보는걸로 충분

 

이른 아침이라 버닝가트(화장터)에서는 아직 연기가 나지 않는다. 꼬마 뱃사공 말이 이제 곧 첫 번째 화장이 시작되니 원하면 내려서 구경하고 오라는데, 난 그냥 자리를 지켰다. 그냥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했기에.

 

수 많은 인도 여행기에서는 바라나시를 '죽음을 맞이하는 도시',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도시' 등으로 표현한다. 바로 이 버닝가트 때문이다. 덕분에 인도 여행자들에게 '바라나시=화장터'란 공식이 생겼는지, 버닝가트 주변에서는 항상 호기심 가득한 눈의 여행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여행자들이 화장터를 방문하고, 사진찍고 하는 것은 다 그들의 자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걸리는 것은 몇몇 여행자들의 태도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할 때, 몰래 완전 가까이서 보았다며 (원래 망자의 가족 외에는 가까이 갈 수 없다.), 자극적인 표현들로 자신이 본 모습을 묘사한다.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것을 해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걸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사람들을 만날때마다 누군가의 죽음이 다른 사람의 가십거리로 전락해 버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 우리와 다른 문화에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여행자라면 먼저 그 다름을 존중할 줄 아는 자세부터 가져야 한다.

 

소원을 빌어볼까?


 

가트 앞에서 산 초에 불을 밝혔다. 종이접시에 꽃잎과 함께 있는 작은 초는 은근 분위기있는 아이템. 혹시나 초가 꺼질까, 꽃잎이 떨어질까 조심조심 강물 위에 접시를 띄웠다. 평소보다 수량이 많고 빨라서 그런지 내 소망을 담은 초는 빠른 속도로 강물을 따라 흘러 내려갔다. 우리의 여행이 건강하게 마무리되길. 언제나 그렇듯 항상 똑같은 나의 소원.

 

모터보트에 SOS!

 

신난 꼬마 뱃사공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그런데 보트가 안 간다? 지금까지는 이동방향이 강물의 방향과 같아서 노를 젓는다기 보다는 방향만 잡아주면서 흘러왔는데, 이제 강의 흐름과 반대로 이동해야 하다보니 속도가 제대로 나올리가. 게다가 지금은 수량이 많아져서 물살도 쎄고 우리의 뱃사공은 어린이고 뭐 그러다보니 보트가 정지상태가 되어 버린거다. 노를 젓는 꼬마 뱃사공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아무래도 우리가 도와줘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갑자기 꼬마 뱃사공이 지나가는 모터보트를 향해 뭐라뭐라 소리친다. 모터보트 주인 아저씨는 씨익 웃더니 우리 보트를 자신의 보트에 연결시켰다. 그렇게 우리 보트는 순식간에 모터보트가 되었다. 두 손이 자유로워진 꼬마 뱃사공들은 우리보다 더 신이 났다. 괜찮다고 했지만 힘들긴 했던거다. ㅋㅋㅋ

 

숙소에서 늘어져 있기

 

사두들을 태운 보트도 지나간다.

 

친구들한테 엽서나 써볼까?

 

그렇게 요란한 보트타기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짐을 정리한다. 바라나시에서의 마지막 날이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카주라호로 가는 기차가 야간인지라 남는 시간은 전망 좋은 숙소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밀린 일기와 지인들에게 보내는 엽서를 썼다. 여행을 시작하고 한달이 조금 넘은 시간. 어떻게 보면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한참 지난 것 같다. 여행을 하며 보내는 하루하루가 매일매일 새롭기 때문이겠지. 

 

엽서 몇 장을 쓰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보고 느낀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내 글솜씨가 너무 부족해서. 난 쓰고 난 편지는 다시 읽어보지 않는다. 다시 읽어보면 서툰 글솜씨가 너무 챙피해서 보내기 싫어지기 때문에. ㅋㅋㅋ 

 

오늘도 골목에는 소님이!

 

 

요즘 우리나라에서 인도는 꽤 인기있는 여행지가 되었다. 수 많은 여행기와 영화가 준 영향이겠지.. 나도 꽤 많은 인도 여행기를 읽었으니까. 여행기 속에 바라나시는 영적이고, 신비로운 도시다. 하지만 이 도시에 처음 발을 딛은 여행자가 이런 느낌을 받기는 쉽지 않다. 여행자가 처음 바라나시에서 마주하는 것은 어떻게든 돈을 더 받아보려는 릭샤왈라, 미로처럼 꼬인 지저분한 골목길, 곳곳에서 귀찮게 하는 상인들이니까.

 

하지만 그 당황스러움은 시간이 해결해준다. 시간이 지나면 커다란 짐을 짊어지고 삐끼들을 가볍게 따돌리며 미로같은 골목길을 파고들 수 있으니까. 옥상에서 도둑 원숭이를 만나도 골목에서 소 님을 만나도 놀라지 않을 수 있으니까. 모든 삶이 갠지스로 이어지는 현지 사람들을 조금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으니까.

 

바라나시에서 아침에 보트타기

-  200루피 (1시간. 보트당 가격. 2012년 9월)
- 배의 종류에 따라 흥정하기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 노젓는 배라 조금 저렴했었던 것 같음.

- 어떤 가트에서도 수십명에 뱃사공을 만날 수 있음. 가격과 시간 이동하는 거리 등은 모두 흥정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