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한컷
2층은 침대칸이다.
장거리 이동이 많은 인도에서 기차만큼이나 발달된 것이 바로 버스다. 라자스탄에 있는 주요 도시 (조드푸르, 자이살메르, 우다이푸르, 자이푸르 등) 사이에 버스가 잘 되어 있는 편이라 이번에는 우리도 기차대신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조드푸르에서 자이살메르까지 우리를 데려다 줄 버스는 좌석과 침대가 함께 있는 형태였다. 퀄리티에 대해서는 개인적 차이가 있겠지만, 여행자 모드만 되면 인심이 후해지는 나란 여자에게는 이 정도면 뭐 괜찮은 수준이랄까.
먼지가 폴폴 날리던 길
호기심 가득한 꼬마들
조드푸르도 건조한 편이었는데 자이살메르로 가는 길은 온통 흙빛이다. 사막 한가운데 정말 도시가 있는걸까. 한참을 창밖을 바라보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더니 앞에 앉은 아이들이 서둘러 고개를 돌린다. ㅋㅋ 너희 딱 걸렸어!
내 앞자리에 앉은 남매. 방금전까지 신기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면서 내가 고개를 돌리자 부끄러운지 내 눈빛을 계속 피한다. 그렇게 나와 아이들의 쫓고 쫓기는? 눈싸움은 얼마간 계속되었다. 가만보니 아이들은 의자 하나에 엉덩이를 맞대고 앉아 있었다. 불편한 자세로 5시간의 버스여행이 고될 법도 한데, 아이들의 눈에는 그늘이 없다.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망울은 거리에서 셀 수 없이 만났던 구걸하는 아이들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 유명한 타이타닉
아이들과 눈싸움?을 하다보니 어느새 자이살메르에 도착했고,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우리는 숙소에서 온 삐끼들에게 휩싸여야 했다. 묵묵히 몰려드는 이들을 뒤로하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타이타닉이었다. 조드푸르에서 만났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 찾아갔었는데, 생각보다 시설도 훌륭하고 사장인 폴루의 붙임성이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인도를 여행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성지'라 불릴만큼 유명한 곳이었다.)
자이살메르 숙소, 타이타닉 후기 http://bitna.net/1150
인공호수라더라
부지런히 이동하는 한국 여행자들과 비교하면 우리 부부는 뭐든 느릿느릿 게으른 것이 나무늘보 수준이다. 하지만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주변에 한국 사람들이 많아서 자극을 받은건지 알 길은 없지만, 일몰도 볼 겸 자이살메르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평소에는 도시를 이동하면 숙소에 체크인하고 그냥 쉰다.)
처음 찾은 곳은 Gadhisar란 이름의 인공 호수였다. 원래 이 곳은 마을 사람들의 식수 공급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현재는 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사막도시에 있는 호수는 좀 어색하다.
문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호수는 꽤 컸다. 주변에는 물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찾아 몰려온 현지 사람들, 특히 데이트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호수 공원이 뭐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싶지만 이 곳에서 잠시 쉬는 동안 자이살메르로 오는 버스 안에서 들이킨 먼지들이 조금은 빠져나가는 느낌이랄까.
호수에 가득한 메기떼는 무섭다;
호수 옆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나가려고 일어선 나를 경악하게 만든 것이 바로 이 메기떼; 지금까지 몰랐는데 가만보니 이 호수는 사람들이 뿌려주는 빵가루를 먹기 위해 몰려든 팔뚝만한 메기들의 생활터전이었다. 크기부터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까지도 충분히 위협적인데 현지 사람들은 뭔가 재미난 것을 발견한 것 같은 표정들이다. 혹시 저 메기떼가 나를 향해 튀어 오르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호수를 빠져나왔다.
저 안으로 들어가면 하벨리가 나온다고.
다음으로 찾은 곳은 빠뜨와 끼 하벨리(Patwa-Ki-Haveli). 하벨리란 라자스탄 지역의 귀족들이 거주하던 고택을 말한다. 조드푸르에서도 보았지만 (우리가 머물던 조드푸르 숙소도 하벨리를 개조한 것이었다는) 다른 도시보다 유독 자이살메르에는 유명한 하벨리가 많은 편이었다.
화려하고 우아한 고택, 하벨리
안쪽으로 들어서자 눈 앞에 나타난 하벨리는 사진 한 장에 담아내기 힘들 정도로 컸고,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호화로운 이 저택이 지어질 당시 자이살메르는 인도와 중앙아시아를 잇는 실크로드의 중심지였다. 이 과정에서 상인들과 귀족들은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했고, 자신의 부와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이렇게 호화로운 저택을 지었다고 한다.
달이 차면 기우는 것처럼 자이살메르는 파키스탄의 독립, 지속적인 물부족과 가난으로 점차 쇠퇴했고, 파키스탄 국경이 막혀버린 지금은 관광수익에만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21세기의 자이살메르에서 이 도시의 화려했던 과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 곳에서 그 흔적을 조금 볼 수 있었다. 건조한 사막의 기후는 이 곳의 시간을 멈춰놓았으니까.
한 눈에 보이는 자이살메르
마지막으로 찾은 오늘의 하이라이트 선셋포인트. 이 곳에서는 황량하고 척박한 사막에 세워진 이 도시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도시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자이살메르 성과 성을 둘러싼 마을은 물론 저 멀리 끝없는 사막은 수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그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선셋포인트
어디선가 나타난 부부가 음악을 연주한다.
이들처럼 맥주를 사왔어야 했어!
일몰 시간이 다가오자 하나, 둘 여행자들이 올라온다 싶더니, 10여명의 단체까지 몰려와 북적북적해졌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전통의상을 입은 커플이 어디선가 나타나 자리를 잡고 앉더니 연주와 노래를 시작했다. 노래가 끝나면 분명 사람들에게 팁을 요구할 것이 뻔하지만 일몰을 앞두고 일어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제목도 모르고, 가사도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지만 구성진 가락에 마음이 왠지 짠해지는 것은 모두 마찬가진가보다. 방금 전까지 사람들의 소리로 소란하던 이 곳에 노래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으니까.
일몰 직전에 태양빛이 도시를 감싼다.
하나 둘 불이 켜지는 마을
서서히 해가 진다. 오늘의 마지막 태양빛은 조심스레 도시를 품에 안고, 도시는 그 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반짝인다. 그제서야 난 왜 사람들이 자이살메르를 '노란 도시(Yellow City)'가 아닌 '금빛 도시(Golden City)'라 부르는지 알 수 있었다. 붉은 태양과 모래가 만드는 자이살메르의 일몰은 황홀하리만치 아름다웠다.
- 자이살메르 숙소는 크게 두 가지 1) 성 안에 위치하거나 2) 성 밖에 위치하거나. 성 안이 밖보다 훨씬 비싸다.
- 버스를 타고 도착했을경우 시내까지 걸어서도 충분히 이동 가능한 거리다. 릭샤는 10루피 정도로 충분하다.
- 1박 2일 낙타 사파리는 업체별로 프로그램이 거의 비슷하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서양 친구들에게 인기좋은 업체보다 아시아 친구들에게 인기좋은 업체가 훨씬 (최소30%이상)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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