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길에 만난 귀여운 그림
조드푸르 성을 향해 올라가자
잠시 쉬면서 도시 구경도 하고
드디어 마주한 메헤랑가르 성
아침부터 부지런히 언덕을 오른다. 보기보다 경사가 높은 편이었지만 운동삼아 오를만했는데 어째 남편님이 점점 뒤로 쳐지는 것 같다. 열심히 올라가다가 뒤를 휙 돌아보면 방금까지 숨을 헐떡이던 남편은 사진찍는척 내 눈빛을 피한다. 그러게 한국에 있을때 운동을 좀 했어야지 싶다가도 매일 야근에 술자리에 시달렸던 그가 조금은 안쓰러보이기도. 열심히 언덕을 올라서 조드푸르의 옛 마하라자(왕)가 거주했었던 메헤랑가르 성(Meherangarh Fort)을 만났다.
일단 자스완트 타다로 고고
조드푸르 하이라이트는 잠시 아껴두자구.
조다왕의 동상이라고.
가는 길에 보이는 조드푸르 시내
아무리 조드푸르의 하이라이트가 메헤랑가르 성이라지만 온 동네 여행객은 다 여기 모인듯 입구부터 북적거린다. 잠시 혼잡함을 피하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곳은 자스완트 타다 (Jaswant Thada). 메헤랑가르 성을 등지고 보이는 하얀색 대리석 건물이다. 걸어서 10분, 릭샤로 3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라 잠시 들러주기로 했다. 가는 길에 있는 작은 호수가 반가운 것은 건조한 날씨덕에 거칠어진 내 피부가 조금은 나아질까 하는 말도 안되는 기대감 때문일까?
저 앞에 보이는 하얀 건물
입장권, 카메라 촬영권은 별도
들어가는 길목이 꽤 근사하다.
주변이 모두 붉은 돌로 만들어져 있어 하얀 본 건물이 더욱 돋보인다. 비교적 저렴한 입장료(카메라 비용도 저렴한 편)에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슬슬 들어가볼까?
입장!
작지만 아름다운 건물
가까이서 보면 꽤 화려하다.
건물 앞에는 정원이 있다.
드디어 새하얀 본 건물과 반듯하게 잘 가꿔진 정원이 눈에 들어온다. 이 동네 사람들은 이 건물을 '화이트 하우스(White House)' 혹은 '조드푸르의 타지마할'이라 부르는데, 개인적으로 전자에는 동의하겠지만 후자는 잘 모르겠다. 물론 이 건물도 아름답지만 하얀색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외에 타지마할과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으니까. '타지마할 같은'이란 표현은 존재하기 힘들 것 같다. 타지마할 외에 이 표현을 할 수 있는 곳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면 내가 타지마할만 편애하는게 너무 티나는건가?
안에서 마하라자 자스완트 싱 2세를 만날 수 있다.
인도에서 많이 만났던 창
자스완트 타다는 1899년 마하라자 자스완트 싱 2세를 기념해 세워진 사당과 같은 곳이다. 건물안에는 그의 사진이 모셔져 있고, 밖에는 가족들의 묘가 있다.
'위대한 왕'이란 뜻의 마하라자는 인도의 지방군주를 의미한다. 조드푸르가 속해있는 인도 북서쪽 라자스탄(Rajasthan) 주는 '왕들의 땅'이란 이름에 맞게 현재까지도 마하라자들이 남아있다고 한다. 이들은 무굴제국에 대항해 독립을 지켰고 식민지 시대에도 영국으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았다고 한다. 물론 앞에서는 마하라자의 권위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하고, 뒤로는 마하라자들을 활용해 주민들을 통제한 것이지만. 그래도 식민지 이후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우리나라를 생각하면 일본보단 영국이 양반인걸까 싶기도.
열심히 셔터를 눌러보자.
이 건물을 부르는 호칭이 어떠하든, 얽힌 사연이 무엇이든, 내 눈앞에 보이는 자스완트 타다는 아름다웠다. 지금까지 보았던 인도 유적지들과 비교하면 나이도 어린(?) 편이지만, 옛 건물들에서 볼 수 있는 문양이나 느낌을 이어가려 노력한 흔적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역광이다. ㅠ
마하라자 가족들의 묘
우측 뒤쪽으로 보이는 우메이드 바반 펠리스
사실 이 곳을 찾은 이유 중 하나는 이 곳에서 보는 메헤랑가르 성의 모습이 근사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는데, 햇빛의 방향 덕분에 역광의 사진밖에 남길 수 없었다. 대신 반대편으로 보이는 조드푸르 시내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저 멀리 우메이드 바반 펠리스(Umaid Bhawan Palace)가 보인다. 저 곳은 현재 마하라자의 후손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으로 일부는 호텔로 개조되어 여행자들을 불러모으고 있다고 한다.
식민지를 겪으면서, 독립한 인도가 대통령제로 변화하면서 마하라자는 이름만 거창하게 남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세상을 떠나서도 이 도시를 지키고 있는 과거의 마하라자와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을 위해 자신의 공간을 열어주는 현재의 마하라자. 여기 조드푸르는 살아있는 왕들의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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