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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마지막 날, 국립박물관과 인디아게이트 (Delhi, India)

빛나_Bitna 2013. 8. 30. 03:19

 

 

 

인도 국립박물관

 

 

친구들도 만나고 장기여행의 피로도 풀기 위해 우리는 델리에서 무려 5박을 했다. 나름 여유로운 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떠나는 날까지 바쁘다. 우리가 게으른건지, 델리에 볼거리가 많은건지... (판단은 당신의 몫!) 델리에서의 마지막 날에 우리가 찾은 곳은 인도 국립박물관. 잘 정돈된 정원과 지은지 얼마되지 않은 듯한 건물은 아무리 봐도 인도답지 않다.

 

 

학생 입장료는 단돈 1루피!

 

나름 잘 정돈되어 있다.

 

학창시절 배웠던 4대 문명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우리 부부가 마주한 것은 놀라운 금액의 입장료. 1인당 무려 300루피에 카메라촬영도 대당 300루피란다. 오.마이.갓! 총 900루피(약 2만원) 입장료의 압박에 잠시 넋이 나간 나의 눈에 들어온 '학생 Student' 가격! +ㅁ+ 혹시나싶어 물어보니 국제학생증도 할인이 된단다. 할인된 가격은 단돈 1루피(약 20원). 300배 저렴한 가격이라니 이렇게 화끈한 학생할인을 또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대부분의 인도 관광지 입장료가 인도사람 or 외국사람으로 구분되다보니 학생할인의 혜택을 받는 일이 없었는데, 단 한번의 효과가 엄청나구나.

 

 

힌두교 석상들

 

힌두교 신들의 대표주자, 가네시

 

여기는 불교관

 

 

박물관에는 인더스 문명 시기에 발견된 토기부터 영국 식민지 시절에 사용하던 군사용품까지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었다.
전체적인 설명이나 각각의 유물들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인도를 여행하면서 인도 역사에 대해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고, 나름 공부도 했던 나인지라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역시 아는 것이 힘! 인도의 예술세계는 불교에서 힌두교, 이슬람교 그리고 다시 지금의 힌두교로 이어지는 종교 변화의 물결을 따라 꽤 다이나믹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세밀화 전시관

 

 

 

 

세밀화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전시관은 무굴제국의 세밀화 전시관. 세밀화란 이름 그대로 얇은 붓으로 섬세하게 그려진 그림을 말한다. 인도의 세밀화가 가장 발달된 시기는 바로 무굴제국 시절로 당시 황제가 글을 읽지 못해서 그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많은 세밀화가 그려지고, 발달하게 되었다고. 작은 단추, 옅은 주름까지도 그려낸 섬세한 솜씨도 솜씨지만, 지금의 인도 사람들과 다른 외모의 그림 속 사람들... 무굴제국이 몽골과 중앙아시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세운 왕조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박물관 내부

 

 

여기저기 전시관들을 옮겨가며 관람하다보니 몇 시간이 금새 지나가 버렸다. 고대 문명에서부터 이어지는 인도의 긴 역사를 설명하기에 박물관의 크기가 한없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래도 뭐든지 부족해 보이는 현재의 인도에 이 정도로 정돈된 박물관이 있다는 것에 후한 점수를 주련다.

 

 

이쪽 끝에는 대통령궁

 

반대쪽 끝에는 인디아 게이트


국립박물관에서 얼마 멀지 않는 곳에 우뚝 서 있는 인디아 게이트(India Gate)는 (인도음식 전문점이 아니라...) 제1차 세계대전 때 사망한 인도 병사의 넋을 기리는 건축물이다. 인디아 게이트 앞에서부터 직선으로 이어지는 라즈파트 거리에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고 반대쪽 끝에는 대통령궁이 있다. 아무래도 장소가 장소인지라 고급승용차와 경찰, 군인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당연한건데, 이상하게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올드델리의 무질서함과는 너무 상반되는 모습이기 때문일까?

 

 

 

공원에 간식이 빠질 수 없지!

 

 

인디아 게이트 앞 잔디밭에 밤마실나온 현지 사람들과 그들을 겨냥한 장사꾼들이 몰려든다. 과일과 스낵은 물론 짜이를 파는 아저씨의 '짜이~ 짜이~' 하는 소리까지 들려오니 이제서야 조금 익숙한 인도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인디아 게이트를 지키는 군인

 

인디아 게이트에 새겨진 희생된 병사들의 이름

 

 

 

점점 게이트가 가까워진다. 전쟁에서 희생된 10만여명 병사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게이트는 무표정의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군인들은 숨은 쉬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마네킹처럼 움직임없이 무장한 채 게이트를 지키고 있는데, 게이트 앞에 몰려든 사람들은 축제 분위기다. 

 

 

 

잔디밭에서 잠깐 쉬어갈까.

 

 

준비한 돗자리를 깔고 공원에 자리를 잡았다. 사진찍고, 뛰어놀고, 소리지르고 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공원안에 가득 퍼진다. 델리는 공존의 도시다. 좁고 지저분한 도로에 자동차와 릭샤, 소까지 뒤엉킨 올드델리가 있는가 하면 어색할만큼 반듯한 도로에 고급승용차들이 나란히 주차되어 있는 뉴델리가 있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사실 유일한) 힌두교 국가지만, 이슬람 모스크에서 하루 다섯번씩 흘러나오는 아잔(이슬람교 기도시간을 알리는 소리)이 도시 전체에 울려퍼진다. 1루피, 1루피를 외치며 거리를 누비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인도 최고의 학교를 졸업하고 100루피짜리 디저트를 즐기며 여름 휴가지를 고민하는 이들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델리의 모습이며, 상반되는 수 많은 이미지들 속에서도 델리는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긴 시간동안 그래왔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