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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에서 만난 이슬람, 꾸뜹미나르와 후마윤묘 (Delhi,India)

빛나_Bitna 2013. 8. 29. 03:46

 

인도 지하철에는 여성 전용칸이 있다.

 

꾸뜹미나르 역 하차

 

 

델리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 가장 낯선 것은 바로 지하철이다. 좁고 복잡하고 지저분한 여행자거리 빠하르간지와 시원하고 깨끗한데다 여성전용칸까지 준비되어 있는 지하철은 극명한 대비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혀 인도답지 않은 지하철을 타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꾸뜹미나르(Qutab Minar) 역.

 

 

사람 많다.

 

거대한 탑이 한쪽에 보인다.

 

 

탑은 카메라에 담아내기도 어렵다.

 

 

지하철역에서 릭샤로 10분정도를 달려야 유적지를 만날 수 있다. 보기보다 넓은 공간에 모스크, 묘 등이 자리하고 있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꾸뜹미나르란 이름의 탑. 꾸뜹은 이 탑을 세운 왕의 이름, 미나르는 탑이란 뜻이란다.  델리를 대표하는 상징물 중 하나인 이 곳은 인도 역사 최초의 이슬람 왕조를 세운 꾸뜹왕이 힌두교도에 대한 승리를 기념해 만든 것이다. 이슬람 왕조의 시작이자, 힌두 왕조의 끝을 의미한다고나 할까.

 

70m가 넘는 높이의 탑. 고개를 얼마나 치켜 올려야 한 눈에 담을 수 있을까. 기둥에 새겨진 정교한 솜씨의 조각은 코란 구절이라는데, 아무리 봐도 문자보다는 그림같다. 붉은색, 흰색, 노란색... 햇빛을 받아 다양한 색으로 빛나는 기둥은 아무리봐도 질리지 않는다.

 

 

한가운데 솟아있는 미스테리 철기둥

 

기둥에 새겨진 고대 글자?



유적지 한가운데 솟아있는 쇠기둥이 눈에 들어온다. 주변에 있는 유적지와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데 사람들에게는 인기만점이다. 이 쇠기둥은 1,800년전인 4세기, 꾸뜹미나르가 세워지기 훨씬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순도 99.99%의 철로 되어 있단다. 그래서 절대 녹슬지 않는다고. 놀라운 것은 현재의 과학 기술로 이런 철기둥을 주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정말 인류는 점점 퇴화하고 있는걸까?

 

 

 

 

사진찍기 바쁜 인도 아가씨들

 

 

사진찍기 좋은 빛을 찾아 주변을 돌아보다 한껏 멋을 부리고 나온 인도 아가씨들을 만났다. 화장을 고치고 포즈를 바꿔가며 얼마나 촬영에 집중하는지 몰래 누르는 셔터소리도 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카메라로 핸드폰으로 찍고, 찍고, 또 찍고... 우리나라 아가씨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물론 셀카는 우리나라 아가씨들이 훨씬 나은듯 싶지만 ㅋ 

 

 

 

유적지를 걸어보자

 

무덤도 있다.

 

아름다운 모스크 기둥들

 

 

돌에 새긴 조각이라 하기엔 너무 정교하다.

 

 

탑을 제외하면 소실된 부분이 많았지만 매력적인 유적지였다. 한 가운데 솟아있는 탑은 어느 방향에서나 볼 수 있지만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의 사진을 만들어 주었다.

 

 

미완성인 알라이 미나르

 

관람 끝!


나가는 길에 본 알라이미나르(Alai Minar). 델리의 두 번째 이슬람왕조 시절에 만든 승전탑의 일부로 왕이 사망한 뒤 그대로 방치되어 완성되지 못했다. 계획대로 완공되었다면 꾸뜹미나르보다 2배나 큰 규모가 되었을텐데, 지금은 이름표도 없이 방치된 돌무더기일뿐이다. 역시 모든 일은 끝 마무리가 중요한거다. 과한 욕심과 자만은 살아가면서 버려야 할 것이다.


 

 

후마윤묘 입구

 

 

해질무렵 도착한 후마윤묘(Humayun's Tomb). 푸른 나무로 둘러싸인 입구는 묘라기 보다는 공원으로 가는 길 같다.

 

 

앗?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

 

 

아치형 문으로 들어서자마자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아치형 문, 입구부터 무덤까지 연결되어 있는 수로, 멀리 보이는 동그란 지붕의 묘. 왠지 낯설지가 않다. 그렇다, 이 곳은 타지마할과 묘하게 닮아있었다.

 

 

 

타지마할의 모델이 된 후마윤묘

 

 

붉은 사암으로 만들어진 후마윤묘는 인도 최초의 정원식 무덤으로 훗날 타지마할의 모델이 된 곳이다. 타지마할이 새하얀 백합이라면 이 곳은 새빨간 장미같다고나 할까. 타지마할보다 규모가 작고 화려함도 덜하지만 돔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는 건물이나 넓은 정원, 입구까지 연결된 수로는 두 무덤이 꽤 비슷하단 느낌을 준다.

 

 

내부에 있는 묘

 

꼭대기에서 바라본 모습


겉모습 뿐 아니라 각 무덤이 가진 사연도 비슷하다. 타지마할은 아이를 낳다가 사망한 왕비를 위해 황제인 샤 자한이 세운 것이고, 후마윤묘는 불운하게 세상을 떠난 (어이없지만 옷자락이 발에 걸려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무굴제국 2대 왕인 후마윤을 위해 그의 아내가 지은 곳이기 때문이다.

 

무덤이라기에 과하다 싶을만큼 넓고 화려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갑작스레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떠난 배우자를 향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아쉬움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었겠지. 사람의 삶과 지나가버린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