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빠하르간지
델리를 여행하는 여행자라면 누구나 들리는 곳이 바로 여기, 빠하르간지다. 뉴델리역 옆에 위치하는 이 거리에는 상점, 숙소, 음식점 등 여행자를 위한 시설과 현지인을 위한 시장이 공존하고 있어 항상 복잡복잡하다. 어제 저녁 체크인을 하자마자 쓰러지듯 잠들었는데 일어나보니 해가 중천에 떳다. 내 몸이 온몸으로 데모라도 하는 것 같다. 적당히 하고 좀 쉬라고... 그래, 오늘은 우리도 좀 쉬자! 여행자에게도 휴일은 필요한거니까.
이게 진짜 탄두리 치킨!
먹어볼까?
지금까지 한국에서 먹은 탄두리치킨은 가짜였어 ㅠ
휴일에 영양보충이 빠질 수 없단 생각에 탄두리 치킨으로 아침겸 점심을 해결했다. 몇 년 전, 인도 여행을 왔을때 발견한 맛집이라며 신랑은 나를 이끌었고, 아침부터 (해가 중천이여도 첫 식사니까 아침) 치킨을 먹어야 하냐고 불평하던 나는 닭다리 한 입을 베어뭄과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
여행을 시작하고 한 달이 되어서야 갖게 된 모처럼의 휴식. 인터넷으로 한국 소식을 들여다보다 오늘이 추석임을 깨달았다.
몇 일 전까지도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새 또 잊어버렸다니... 지금 우리는 한국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너무 멀어져 있나보다.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양가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렸다. 결혼 후 두번째 맞은 추석인데 (작년에는 신혼여행 중이었고 올해는 세계여행 중인) 이번에도 전화로 인사를 드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들, 딸 낳아봐야 아무짝에 쓸모없단 말이 괜히 나온 소리는 아닌 것 같다. 확실히...
전화선을 타고 들리는 부모님의 목소리는 항상 밝고 경쾌하다. 조금 서운한 표현을 하셔도 되는데, 전화만으로도 너무 고맙다고, 우리가 즐겁고 건강하게 다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하다 하신다.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지금 이 기분이 낯설지 않다. 출국하는 날 공항에서의 마지막 통화에서도 우리 부모님들은 이러하셨었다.
멀쩡히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더니 커다란 가방을 메고 세계를 떠돌아 다니겠단다. 부모님의 입장에서 모든 것이 걱정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계획이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생각을 존중하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계심을, 그래서 우리는 지금보다 더 열심히 인생을 살아가야 함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친구들과 저녁식사
1차는 레스토랑
칸 마켓으로 자리를 옮겨서
2차는 술로
물담배도 즐겨주고
가족들과 통화하고 숙소에서 조용한 명절을 보내는 우리 부부를 밖으로 불러낸 것은 신랑의 친구들이었다. 신랑의 회사 (이제는 전 직장이라고 해야 하나?)에서 함께 일했던 인도 친구들인데, 지금은 모두 한국을 떠나 뉴델리에 살고 있다. 우리의 세계여행 소식에 누구보다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주었고, 인도에 델리에 오면 꼭꼭꼭 연락하라던 이들이었다.
깨끗하게 정돈된 거리에 화려한 상점과 레스토랑들이 가득한 '코넛 플레이스(Connaught Place)'는 지금까지 여행한 인도 도시와 공기부터 달랐다. 주차장에 애마를 파킹하면서 등장하는 말쑥한 차림새의 친구들 그리고 메뉴 하나에 우리가 머물고 있는 방 값(1만원)이 훌쩍 넘는 레스토랑의 메뉴판은 나를 혼란으로 빠져들게 하기 충분했다. 아아-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여기가 뜨는 맛집이라고;
깔끔한 실내
3차는 야식 케밥;;
4차는 달콤한 빤
신랑의 세 친구는 저녁식사, 술, 야식, 디저트까지 무려 4차! 새벽 1시까지! 너무나도 정성껏 우리를 대접해 주었다. 한국에서 최소 1년 이상 직장생활을 했던 친구들이라 그들의 시선에서 보는 우리나라의 여러가지 모습, 특히 직장문화, 이야기는 꽤 흥미로웠다. 지금까지 여행길에서 만난 이들과의 대화는 대부분 여행이나 인생에 대한 이야기였었는데... 내가 여행하면서 잠깐 잊고 있었구나, 직장인의 유일한 낙, 직장(이라 쓰고 상사라 읽는다) 뒷담화의 묘미를!!! ㅋㅋ
친구애마 훔쳐타기? 달려라, 달려!
'직장동료'와 '친구'는 참 많이 다르다는 것을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게다가 언어도 문화도 다른 '외국인 동료'와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친구'가 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는 것도...
(직장인이 가장 우울하다는) 일요일 저녁에 흥쾌히 나와주고, 뭐 하나 부족함없이 챙겨주는 이들은 분명 신랑의 아니 이제 우리의 '친구'다. 한국에 돌아가면 우리집에 초대하고 싶은 그런 친구들... 숙소로 돌아가는 길, 보름달이 밤하늘을 비추고 있다. 송편도 명절특집영화도 없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있어 풍요롭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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