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 센터
보트는 출발 준비 중
다이빙 코스에 참여한 이틀동안 우리는 참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아침 9시까지 센터에 도착해야 했으니까. 코스를 함께 할 이들은 인도와 러시아 친구들이었는데, 무려 5일동안 오픈워터와 어드밴스드 코스를 함께 배우고 있단다. 센터에서 출발한 버스는 바가 시내를 지나 작은 선착장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준비된 보트에 장비를 싣고 이제 출발!
인도 바다도 파랗구나
우리 멋쟁이 캡틴
폭이 좁은 강 같은 곳을 지난다 싶더니 어느새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지도를 보면 동쪽, 서쪽, 남쪽이 바다인 나라가 바로 여기 인도인데, 이상하게 인도와 푸른 바다는 영 어색한 조합이다. 역시 '인도 여행'하면 대륙 전체에 퍼져있는 유적지들이 우선이기 때문이겠지.
브리핑 중
이동하는 동안 보트에서는 다이빙 포인트에 대한 브리핑과 코스 교육 내용에 대한 설명이 진행되었다. 어드밴스드 코스(정식명칭 PADI Advanced Open Water)는 이론적인 내용보다는 실습을 중심으로 하는 과정으로, 지정된 다이빙 기술들 중 다섯 가지를 선택하여 이를 직접 실습하여 습득하도록 되어 있다. 시청각 교육에 필기시험까지 있었던 오픈워터 코스보다는 학습의 부담이 적고, 라이센스 취득에 필요한 기간도 2일로 짧은 편이다.
자, 이제 뛰어볼까?!
어드밴스드 과정에서 수행해야 할 다섯가지 다이빙 중 필수에 해당하는 것이 두 가지 있으니, 18m 이상 깊은 곳으로 이동하는 딥다이빙(Deep Diving)과 나침반을 이용한 네비게이션 다이빙(Navigation Diving)이다. (즉 2개는 필수, 3개는 선택이 된다는 뜻)
어드밴스트 코스를 수행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딥다이빙. 18m 이상 수중으로 내려가면서 수축되는 공기와 줄어드는 햇빛의 영향을 배우게 되는 코스였다. 배에 연결된 줄을 잡고 점점 더 깊게 내려간다. 물이 점점 차가워지고, 물 속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약해지더니 어느새 노란 줄과 줄을 잡은 손 외에 한치앞도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일부러 이렇게 시야가 좋지 않은 다이빙 스팟을 고른거였더라. 실감나는 교육을 위해서라고. -_-;; )
Instructor가 입고 있는 빨간색 수영팬츠가 녹색으로 보이고, 바로 내 앞에 있던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자 두려움이 밀려왔다. 나도 모르게 줄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끊임없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딘가에 있는, 그러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보았다. 내 불안함을 읽은걸까, 내 뒤에 있던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신랑이 얼릉 내 손을 잡아준다. 익숙한 촉감이 느껴지면서 언제 그랬냐는듯 마음이 평온해졌다.
쉬는 시간에도 계속되는 주입식 교육;;
이틀동안 다섯번의 다이빙을 하면서 다이빙의 새로운 매력에 빠져들었으니 그건 바로 물고기 이름 외우기. 바다속에 사는 아이들마다 각각의 사인이 있는데 이를 익히는 과정이다. 이는 말을 할 수 없는 물 속에서 함께 하는 다이버들과의 의사소통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틀간 다섯번의 다이빙을 하면서 시간날때마다 다같이 모여서 틈틈히 물고기 이름과 수신호를 익혔다. 수신호까진 외울만했는데 물고기 이름을 영어와 한글로 각각 매칭시키는 건 정말 쉽지 않더라. 다이빙 수업인지, 영어수업인지 점점 경계가 모호해 지는구나.
수중 촬영 첫 도전
초점도 엉망 색감도 엉망 ㅠ
딥다이빙과 네비게이션 다이빙을 비롯한 나름 학습이 필요한 것들을 코스 첫 날에 끝내놓고나니 코스 둘째날은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이 날 우리 부부는 처음으로 하우징(수중 촬영을 위한 아이템)을 개시했는데, 물 속에서 사진을 찍는다는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다. 덕분에 우리 부부의 첫 수중촬영 샷들은 초점도 색감도 엉망이 되어 버렸지만 누구나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으니까. 앞으로 여행을 하면서 점점 나아지겠지.
나름 난파선인데... 초보자가 찍은 사진은 이 모양;;;
마지막 다이빙 스팟은 'Suzy's Wreck' 이란 이름의 난파선이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난파선을 직접 볼 수 있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배가 워낙 커서 그런지 그리 깊게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거대한 선체가 눈에 들어왔다. 선실 내부는 물론 구석구석 작은 틈까지도 물고기들이 가득한 것이 물고기들의 아파트 같았다고나 할까.
쉬는 시간엔 이러고 노는 거임
얼굴에 마스크 자국이 너무 선명한데;;
함께 한 친구들!
시간이 어찌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이틀간의 다이빙 코스가 끝났다. 오픈워터가 첫 다이빙을 위한 공포심을 없애고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학습하는 과정이라면, 어드밴스드는 보다 자유롭게 물 속에서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을 몸으로 익히는 과정인 것 같다. 육지로 돌아가는 배. 저 멀리 돌고래떼가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코스 완료 후 기념샷!
배고프니까 빨리 가자
임시 자격증을 발급받으면서 (진짜 자격증은 한국으로 배송되는데, 계속 여행하는 우리가 받을 방법은 없으니까) 이틀동안 많은 도움을 주었던 우리의 Instructor 앙슈만과 두런두런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가 소개해 준, 우리는 몰랐던 인도의 다이빙 스팟들은 꽤 흥미로웠다. 수 많은 사진들을 감상하면서 다음에는 인도 다이버들의 로망이라는 안다만제도를 가보겠다 다짐한다. 지금 이렇게 긴 여행을 하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다음 여행지 목록을 만들고 있으니, 우리도 참 중증이다.
딥다이빙 코스에서 경험한 검푸른 바다의 두려움은 어느새 저 멀리 기억속으로 사라졌다. 어두운 것을 두려워하는 내가 (나름 불꺼진 방도 무서워 하는 연약한? 여자라구!) 이렇게 쉽게 잊을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인지 나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진지한 생각중인 내게 빨리 밥먹으러 가자고 보채는 이 남자가 가진 힘은 참 놀랍구나. 간혹 남편인가, 큰 아들인가 의심스러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와 함께라면 어떤 상황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 나는 생각한다.
어드밴스드 다이버, 우리의 세계여행에 필요한 새로운 기능이 하나 추가되었구나. 처음 다이빙 세계에 발을 딛었던 그때처럼 두근두근하다. 다음 다이빙은 어디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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