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나 단골식당
2012년 11월 5일, 세계여행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맞은 나의 생일. (1년이나 늦게 포스팅하는 난 게으름뱅이!) 그 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단골이 되어버린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들를 곳이 있다며 먼저 나간 친구들은 무슨 볼 일이 있는건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 같다.
난생처음 여름에 맞이한 생일이라 그런지, 여행을 하면서 특별한 사건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이상하게 생일의 특별함이 느껴지질 않는다. 저녁에 맛있는거 잔뜩 사서 파티를 하자는 신랑은 나보다 더 신난 것 같다.
이것은?!
케익이다.
불 붙이는 중
어딜 들렸다 오는건지 친구들이 하나 둘 식당에 도착했다. 문명에서 떨어져 몇 달을 살았더니 친구들의 손에 들려있는 팬시한 핑크색 상자가 영 어색해 보인다. 저게 뭐였더라...? 그래, 친구들이 준비한 것은 케익이었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알록달록한 설탕덩어리 장식이 놓여있는 초콜렛 케익. 인도답다.
신났다.
나이와 맞지 않는 숫자의 (나이대로 초 꼽는거 이젠 싫다!) 초가 꽂히고, 친구들이 목청껏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주방에 있던 식당 직원들도 달려나오고, 옆 테이블 손님들도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노래가 끝나고 사방에서 축하 인사가 쏟아졌다. 히힛, 고마운 사람들 같으니라구!
엄청 달게 생겼다.
이만큼 준다고?!
인도스러운 생일상 ㅋㅋ
한국에 있었다면 아마 한껏 차려입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칼질을 하고 있었을거다. 잘 다려진 셔츠 차림의 직원은 정중하게 잔에 와인을 따르고 있었을거고.... 지극히 인도스러운 메뉴로 차려진 나의 생일상에는 당근으로 만든 하트도, 소스로 그린 꽃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특별한 날이라며 (평소보다 많은 양의) 수북히 쌓아준 탄두리 치킨과 서비스로 내어주는 디저트 아이스크림에 나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차포라 항구에 가다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어부들
낚시하는 할아버지
해산물 쇼핑나온 1인
친구들에게 케익이벤트를 뺏겨버린 신랑은 오후내내 울상이다. 맹세코 난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데! 뭔가 특별한 이벤트를 해줘야겠다는 의무감이 불타오르나보다. 끙끙. 몇 시간을 고민하던 그는 모두를 이끌고 차포라 항구로 향했다. 저녁에 해산물 파티를 하겠다나 모라나...
우리가 구입한 왕새우!
조업이 끝난 배들이 하나 둘 항구로 돌아오고, 어부들이 부지런히 잡아온 해산물들을 풀어놓는다. 작은 항구 앞에 몇 개의 좌판이 차려지자마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사람들이 몰려온다. 그 사이에서 우리도 흥정을 시작했다. 우리가 구입한 것은 손바닥만한 왕새우 2KG. 1킬로당 450루피, 2KG에 900루피(약 1만 8천원)이다. 그래 오늘 실컷 한번 먹어보는거야!
일일 요리사, 남편!
주방이 분주하다.
혹시 신선도에 영향을 줄까봐 새우를 사들고 곧장 숙소로 돌아왔다. 꺼내보니 밖에서 보았을때보다 훨씬 크고 통통한데다 양도 어마어마했다. 우리 이거 다 먹을 수 있는거지? 일일 요리사로 변신한 신랑은 혼자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뭘 하는건지 모두의 도움을 거절한 그의 어깨너머로 소금구이용 팬으로 변신한 짜파티팬이 눈에 들어올뿐이다.
왕새우 소금구이
아... 맛있겠....다....
새우라면에 맥주까지!
얼마나 지났을까, 신랑이 하나 둘 상을 차려놓기 시작했다. 왕새우 소금구이와 칠리소스 그리고 (비장의 한국 라면스프로 끓여낸) 새우라면까지... 완전 새우파티로구나! 그렇게 우리는 질리도록 새우를 먹었다. 싱싱한 새우와 시원한 맥주 그리고 오랜만에 먹는 한국 라면의 맛이 더해졌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수북히 쌓인 새우껍질을 옆으로 미뤄놓고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운다. 오늘도 보람찬 고아의 하루, 여전히 즐거운 우리의 여행, 유난히 특별한 나의 생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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