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강을 건넌다.
조촐한? 아침식사
아침부터 강 건너편으로 건너가기 위해 배를 탔다. 게으른 여행자들에겐 다소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시간에 모인 것을 보면 다들 어제 물놀이가 영 아쉬웠나보다. 강을 건너자마자 아침 식사를 하고 후다닥 호수가로 이동할 채비를 한다. 고고, 고고!
바퀴 수리하는 중
반갑게 손을 흔드는 사람들
인도에선 참 흔한 풍경;
호수로 가기 위해 오늘은 스쿠터대신 자동차를 빌렸다. 덜컹이는 트럭의 승차감은 스쿠터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남자들의 표정이 밝기만 하다. 아마 운전에서 해방된 기쁨때문이겠지? ㅋ 중간에 바퀴를 갈아끼워야 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마냥 즐겁기만 하다. '인도가 그렇지 뭐...'
호수가 보인다.
넓다, 정말 넓어.
오늘은 나름 호객행위도 있더라?
우리의 피크닉 장소는 저기!
작은 사고?가 있었지만 무사히 호수에 도착했다. 우리가 일등일 줄 알았는데 곳곳에 물놀이를 즐기러 온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운전기사 아저씨는 약속 시간까지 낮잠을 즐기고, 아저씨의 어린 아들은 우리를 다이빙 포인트로 안내했다.
저 바구니 보트 정말 괜찮은가보다;
제일 신난 연장자들. -_-;;
신랑 너무 하얗게 나왔군;;;;
다같이 여길 보라구!
오오... 다이빙 포인트라며 꼬마가 안내한 곳은 수면에서 꽤 높은 곳에 위치한 바위였다. 햇빛이 정면으로 들어오는데다 바위가 평평한 것이 테라스같은 구조라 광합성하기에도 좋아보였다. 꼬마의 말대로 꽤 인기가 좋은 곳인지 한쪽 구석에 사람들이 놀다간 흔적이 보인다.
짐을 내려놓자마자 신난 두 남자가 물가로 내려간다. 다 큰 아저씨들이 이럴 때는 아이같다니깐... 우리처럼 물놀이하러 오는 관광객이 많은건지 자리를 잡자마자 어디선가 간식거리를 파는 아저씨가 달려오고, 작은 조각배가 다가온다. 배를 타고 호수를 돌아보라나 모라나... 각종 호객행위를 가뿐히 물리치고 나니 나른해진다. 평화롭고 좋구나.
신나는 다이빙~
물을 좋아하는 신랑은 아이처럼 신이 났다. 한참을 수영을 하고 놀다가 돌아와서는 겁도 없이 물 속으로 뛰어내린다. 우리가 있던 곳이 꽤 높은 편인데다 물도 꽤 깊은데 잔소리라도 해야 하는걸까. 나의 마음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그를 선두로 하나 둘 다이빙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오늘의 슈퍼스타는 혜연양과 YS군이었다. 수영도 못하고 물도 무서워 한다고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 했던 이들이 어느새 호수에 몸을 던지고 있더라는..; 사실 수영을 좀 하는 내게도 무서운 높이인데, 도대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오는 걸까. 풋풋한 이십대 젊음의 힘인걸까?
돌아가는 중
오늘도 배타는 손님이 많네
평화로운 강변
무슨 게임이지?
아주머니는 작품활동? 중...
복을 가져다주는 의미라고
아직 해가 높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함피바자르 지역으로 돌아왔다. 오늘 오후 차편으로 다른 도시로 떠나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친구들과는 단 하루를 함께해도 금새 정이 든다. 만난 지 얼마되지 않더라도 거의 24시간을 붙어서 지내면서 어려움을 함께 하다보니 (특히 인도같은 곳에서는 더더욱!) 그런 것 같다.
혜연양, 이제 안녕-
아쉬운 마음에 다같이 그녀들을 배웅했다. 어느새 두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있는 혜연양을 그냥 꼬옥 안아주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기차시간과 그녀의 인도여행 마지막 도시인 아그라에서 주의할 것들을 하나하나 되짚어주었다. 언제부터 내가 폭풍 잔소리꾼이 되어 버렸을까.
생각해보면 그녀와의 인연은 참 길었다. 자이살메르에서 처음 만났고 우다이푸르, 디우, 잘가온, 아우랑가바드 그리고 함피까지 2주가 넘는 기간을 우리는 함께 했다. 첫 배낭여행이었고, 영어도 서툰 그녀지만 항상 밝고 명랑한 그녀였기에 그 긴 시간을 동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심지어 나와 성도 같아서 어딜가나 항상 '동생'이라고 소개했으니까.
사진찍는 YS군 도촬하기
마탕가힐에서 보는 함피
남은 사람들끼리 마탕가힐에 올랐다. 우리에게도 오늘은 함피의 마지막 밤이니까. 실컷 함피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데 혜연양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사히 기차를 탔다고. 언니, 오빠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그래서 너무너무 고맙다고. 생각해보면 감사해야 할 사람은 나다. 그녀와 함께하는 몇 일동안 나도 참 많은 것을 배웠으니까.
난 집에서도 사랑받는 막내이고, 6년 남짓한 사회생활에서도 당차고 명랑한 주니어였다. 지금 이 여행에서도 신랑이란 든든한 벽에 의지하고 있기도 하고. 그녀는 이런 나에게 어른이 되는 법을 가르쳐 준 것 같다. 때로는 그녀의 엉뚱한 질문이 황당하기도 하고, 신경쓰이기도 했지만... 처음에는 무조건 의지하기만 하던 그녀가 점차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깨달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 스스로 뿌듯했다고나 할까.
내가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내 생각을 강요할 수 없다. 내가 무조건 옳은 것이 아니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상대가 스스로 결정하고 헤쳐나갈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상대가 누구든, 무엇에 관해서든 이는 변하지 않으리라. 여행이 끝나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한 적이 많다. 이제는 조금 어른이 된 모습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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