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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피, 게으른 배낭여행자들은 여기로 오라! (Hampi, India)

빛나_Bitna 2013. 10. 29. 07:25

 

조용한 함피바자르

 

엇, 염소떼다!

 

 

아침 식사를 위해 약속했던 숙소 근처 식당으로 걸음을 옮긴다. 어제 저녁만해도 여행자로 북적이던 함피 바자르 주변이 오늘은 꽤 조용하다. 다들 어디로 숨은거지?

 

 

일행들을 기다리는 중

 

푸짐한 아침식사

 

 

우리 부부를 시작으로 느릿한 걸음으로 하나, 둘 식당에 모인다. 우리부부와 혜연양 그리고 어제 함피에서 극적으로? 상봉한 제주커플까지 더해져 무려 다섯명! 어느새 우린 대식구가 되었구나. 시끌시끌하게 맞이하는 아침이 꽤 오랜만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아침식사를 즐겼을뿐인데 시간은 11시가 훌쩍 넘어갔다. 분명 아침식사를 하자고 모였는데, 자연스레 점심식사가 되어버리고... 더운 날씨를 핑계삼아 우리는 오후가 될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함피의 시간은 빠르다. 그리고 우리의 시간은 더욱 빠르다.

 

 

 

 

비루파크샤 사원

 

 

한껏 게으름을 피우다 식당을 나와 산책삼아? 함피의 메인사원인 비루파크샤(Virupaksha Temple) 사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늘이 아니면 못갈 것 같아서. 사실 함피의 메인사원인 비루파크샤를 방문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행자 숙소가 몰려있는 함피바자르에서 엎드리면 코 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에. 그런데 왜 난 오늘이 아니면 못갈 것 같단 느낌이 들었을까?

 

 

내부는 꽤 넓은 편이다.

 

 

 

내부수리가 한창

  

 

천장에 그려진 화려한 그림들

 

 

사원 안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넓었다. 산처럼 솟아올라있는 높은 탑 외에도 두 개의 탑이 더 있었는데, 그 높이는 달라도 전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복원중인 건물이 많은데다 안쪽 깊은 곳은 바깥쪽보다 정리되지 못한 어지러운 느낌이었지만, 지붕, 벽, 기둥마다 새겨진 화려한 조각들에서 과거 잘 나가던 왕국의 역동적이고 세련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이유로 인기폭발

 

나도 인기 폭발;;

 

 

함피에 있는 유적지 대부분은 16세기 폐망한 비자야나가르 왕조의 흔적이다. 대부분의 유적지들이 시간이 멈춰버린듯 방치되어 있지만 이 곳 비루파크샤 사원만큼은 살아움직이고 있다. 매일같이 이 곳에서 진행되는 힌두교 의식인 푸자세레모니와 매일같이 이 곳을 찾는 인도 현지 사람들의 모습이 그 증거랄까.


 

 

헤마쿠다 힐 올라가기

 


비루파크샤 사원을 돌아보고 헤마쿠다 힐(Hemakuta)에 올랐다. 사원 바로 뒤에 위치하고 있는 이 언덕은 맨질맨질한 돌바닥으로 되어있었다. 신기한 것은 한참을 올라도 돌과 돌 사이의 경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거대한 돌을 비스듬히 잘라놓은 것처럼.

 

 

 

 

 

이상한 나라의 함피

 

 

언덕위에는 기둥에 지붕을 얻은 신전들이 가득했다. 그 옛날부터 이 곳을 지켰던 것도 있고, 복원작업을 진행하면서 최근에 세워진 곳도 있다고. 꼭대기에 있는 몇몇 사원 중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 곳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일몰이 그렇게 아름답다는데, 놓칠 순 없잖아! 함피바자르와 방금 다녀온 사원이 눈에 들어온다. 꽤 근사하군!

 

 

 

함피의 일몰

 

 

함피의 풍경은 한마디로 이상하다.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는 만들 수 없을 듯한 거대한 돌들이 곳곳에 쌓여있고, 그 사이사이에 몰락한 왕조의 유적지들이 숨어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 어울리지 않는, 그 누구도 다른 곳에서는 보지 못했을 괴상한? 이상한? 풍경이지만 신기하게도 묘하게 잘 어울린다. 500여년 전, 비자야나가르 왕조가 건재하던 시절에도 이런 지형을 가지고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알 수 없는 나는 머리위에 물음표만 가득 띄운채 함피의 일몰을 맞이했다.

 

 

 

철거는 끝났고... 정리는 언제?

 

함피에서 참 흔한 원숭이씨

 

 

게으른 여행자의 산책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허물어진 건물의 흔적이 눈에 밟혔다. 함피가 여행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식당, 상점 등 많은 여행자 시설이 생겨났고, 이로 인해 문화재들이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한 인도 정부가 비루파크샤 사원 근처에 있는 건물들을 모두 철거해 버렸다고 한다.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 방법이 올바른 것이었는지 의문이다.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는 건물 잔해들 사이사이를 뛰어다니는 원숭이들은 대책없이 마음만 앞선 사람들을 비웃는 것 같았다.

 

함피 숙소후기 Kalyan Guest House (Hampi,India)  http://bitna.net/1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