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달려
아잔타 뷰포인트 도착
어제 엘로라를 돌아보고 아우랑가바드에 도착한 것은 늦은 저녁. (엘로라에서 아우랑가바드는 버스로 40분 정도) 마침 아우랑가바드에서 진행되는 힌두교 축제 덕분에 빈 방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고, 우리는 새벽이 되어서야 잠들 수 있었다.
아침 10시가 되어서야 눈을 뜬 우리가 아잔타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차를 빌리는 것이었다. (아우랑가바드에서 아잔타는 자동차로 2시간, 버스로는 3시간 30분) 시작부터 늦어버린 우리에게 운전기사는 지름길을 알고 있다며 우리를 뷰포인트 레스토랑으로 안내했다.
아우랑가바드 숙소, 푸시팍 호텔 http://bitna.net/1156
한 눈에 보이는 아잔타
슬슬 내려가보자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아잔타는 놀라움이었다. 말발굽 모양으로 휘어진 와고라 강과 이를 따라 서 있는 가파른 벼랑에 벌집처럼 생긴 작은 구멍들이 석굴사원이라고. 협곡 그 자체로도 충분히 근사한 지형인데 여기에 29개의 석굴이 형성되어 있다니, 이 것이 바로 자연과 인간의 합작품이 아닐까.
여긴 두 번째 뷰포인트
주변 지형이 근사하다.
본격적인 석굴 관람을 위해 출발!
레스토랑이 있는 뷰포인트에서 길을 따라 내려가면 또 다른 뷰포인트에 닿을 수 있다. 앞서 들렸던 뷰포인트보다 높이가 낮고, 석굴들과 마주하고 있는 위치인데, 아잔타를 처음 발견한 영국 군인 '존 스미스'가 서 있던 장소라고 한다.
동인도 회사 소속의 영국 군인이었던 그는 1819년 호랑이 사냥을 나섰다가 우연히 아잔타를 발견했다. 이 곳에 처음 섰을때, 1천년간 잠들어있던 이 근사한 유적을 발견했을때 그의 기분은 어땠을까? 아잔타 안으로 가는 길을 내려가는 동안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치 이 곳을 처음 발견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아잔타 석굴 돌아보기
엘로라가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가 한 곳에 모여 있는 종교전시장이라고 한다면 여기 아잔타는 불교미술의 보고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곳에 있는 29개의 석굴은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7세기 사이에 만들어진 불교석굴이기 때문이다.
엘로라와 달리 아잔타 석굴에 매겨진 일련 번호들은 만들어진 연대와 아무 관련이 없다. 편의를 위해 붙여놨을 뿐이란다. 그래서일까, 아잔타를 돌아보다보니 자연스럽게 옆에 있는 석굴과의 연관성을 찾는 것 보다는 각 석굴이 가진 저마다의 조각과 양식들에 집중하게 되었다. 석굴안에 놓인 거대한 불상과 벽을 가득 메운 생동감 넘치는 조각들은 아름다웠다.
불교 쇠퇴기에 만들어진 엘로라 불교석굴과 비교해보면, 아잔타의 석굴은 크고 화려했다. 아잔타는 인도의 불교 전성기에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어제 엘로라를 돌아보며 힌두교, 자이나교에 비해 불교 석굴은 소박하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몰라도 한참 몰랐구나.
절벽을 따라 늘어서 있는 석굴들
은근 관람객이 많다.
가마를 타고 돌아보는 서비스도 있다;
힘들때마다 쉬어가는 중
가장 안쪽에 있는 석굴부터 차례로 둘러보다 잠시 쉬어간다. 따뜻한 햇빛이 잘 들도록 대부분의 석굴은 남향 혹은 동향으로 자리하고 있다. 전기가 없던 옛날 사람들에게는 채광과 보온을 함께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었겠지.
관람객으로 북적이는 관람로. 처음부터 절벽에 이런 길이 있었을리 만무한데, 도대체 어떻게 이 석굴을 만든걸까? 그 답은 우리 앞을 지나가는 단체관광객 가이드에서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석공들은 절벽위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위에서 아래로, 앞에서 뒤쪽으로 석굴을 파내려갔단다. 줄 하나에 몸을 의지한채 기둥이나 탑이 될 부분을 남겨두고, 정교한 조각까지 남겼다니 그 솜씨 한번 대단하구나. 정밀한 설계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었겠지.
석굴 돌아보기
미완성 석굴도 있다.
석굴들을 돌아보다보니 나름 비슷한 점을 발견했다. 가장 안쪽 한 가운데에 가장 큰 불상이 있고, 벽이나 기둥에는 그보다 작은 사이즈의 불상이 조각되어 있다는 것이다. 문득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바로 경주의 석굴암이다. 석굴암이 인조 동굴에 만들어진 것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이 비슷한 것은 사실이니까. 아잔타 석굴이 실크로드를 타고 중국 돈황의 석굴과 우리나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는 근거없는 추측은 아닌 것 같다.
곳곳에서 보이는 벽화
아잔타 석굴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벽화다. 대부분의 석굴 천장과 벽에 붓다의 생애, 불교 설화,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다. 종교적인 부분이나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섬세한 선과 천년이상 남아있는 화려한 색감의 벽화를 본다면 그 매력에 빠져버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가장 인기좋은 1번 석굴
옛날에는 그림으로 가득찼었겠지
아잔타 대표벽화. 루브르의 모나리자 같은 존재랄까?
벽화를 보기위해 거북이처럼 목을 길게 뻗었더니 찌릿찌릿 저려온다. 실제로 본 아잔타의 벽화는 학창 시절 미술책 구석에 손바닥만하게 실려있던 죽어있던 사진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많이 손상된 상태였지만 벽화 속 사람들은 살아 움직이는 듯 생동감이 넘쳤으니까.
내 눈길을 끌던 것은 사람들의 생김새였다. 뚜렷한 눈매에 콧수염은 분명 아랍사람이고, 가늘게 찢어진 눈의 사람은 인도보다는 중국이나 우리나라를 닮았다. 심지어 피부색이 까만 흑인까지도 찾아볼 수 있더라. 이건 분명 그 옛날에도 인류는 끊임없이 교류하며 살았다는 증거겠지.
관람 끝! 내려가자.
처음 아잔타가 발견되었을때 놀랍게도 벽화 대부분의 보존상태는 양호한 편이었단다. 하지만 이후 전문적이지 못한 보존으로 많이 손상되었다고. 천년이상 정글에 보존되었던 것이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현재 특히 많은 벽화들을 가지고 있는 석굴은 (1번 석굴 같은!) 입구로 들어오는 햇빛을 막고, 내부 조명도 최소화해 일반에게 개방되고 있다. 입구를 지키는 사람도 있고, 플래쉬 사용을 금지한다는 푯말도 곳곳에 서 있지만 곳곳에서 터지는 플래쉬를 제지하는 이는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관람객과 인도 당국의 수준이 아잔타가 가진 문화재적 수준과 너무 큰 차이가 있구나.
유적지 내부에서 운행되는 차량
출구는 언제나 상점이 떡!
그렇게 관람을 마치고 아잔타를 빠져나왔다. 석굴앞에서 주차장까지는 이 곳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타야 하는데,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천연가스 버스란다. 지금까지 방문한 수 많은 인도 유적지와 비교하면 어색해 보이기까지 하는 아이템이지만, 다행히 누군가는 아잔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살짝 기대해도 될까?
- 아잔타는 잘가온과 아우랑가바드 가운데 정도에 위치하고 있다.
- 잘가온에서든, 아잔타에서든 자동차로 이동시에 편도 약 1시간 30분 소요.
- 버스로 이동할 수 있으나 2시간이상 소요된다고.
- 아우랑가바드에서 차량렌트로 다녀옴. 왕복이동+기다리는 시간 1,500루피 3명이서 공유 (판차바티호텔 안, 여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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