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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우가 여행자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는 비법? (Diu, India)

빛나_Bitna 2013. 10. 16. 07:07

 

 

 

해가 뜬다.

 

 

디우에서의 마지막 날. 무려 일출을 보겠다고 이 아침부터 일어난 것을 보면 우리는 여기가 꽤 마음에 들었나보다. 스쿠터를 타고 (그래, 반납 직전까지 운행하는거야!) 해변을 달린다. 인도에서 '텅 빈', '조용한', 심지어 '직접' 운전하며 달리는 것도 이 곳을 떠나면 한동안 경험하기 어려울테니 마음껏 달려보자구.

 

 

디우요새

 

저 새가 바로 킹피셔

 

 

 

어제 저녁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던 디우 요새를 다시 찾았다. 이른 시간이라 어제는 그나마 몇 명 있었던 관광객이 오늘은 단 한명도 보이질 않는다. 천천히 요새 안을 돌아본다. 생각보다 뜨거운 태양과 오르막이 있었지만 뭐, 괜찮다.

 

 

요새에 남아있는 대포

 

 

성당이 있던 흔적이라고

 

 

요새 곳곳에는 포르투갈의 문양이나 성당의 흔적 등이 남아있었다. 많이 훼손된 상태긴 했지만 유럽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것이 색다르다. 포르투갈 군대는 디우를 떠나면서 요새를 파괴했다고 한다. 도대체 이건 무슨 심보란 말인가? 떠나기 싫은 마음을 온몸으로 표현한걸까? 시대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식민지배의 욕심을 접지 않았던 과거를 지워버리고 싶었던걸까.

 

 

 

 

 

 

 

요새에서 바라보는 바다.

 

 

요새에서 한참동안 디우의 아침바다를 바라보았다. 포르투갈의 흔적인 여기 디우요새는 시간의 힘에 밀려 점차 사라지고, 그들이 남긴 문화는 인도 사람들의 삶에 녹아내려 '디우만의 특별함'을 만들었다. 덕분에 우리는 이 곳에서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안녕, 디우.

 

 

문도 닫히지 않는 낡은 버스

 

 

베라발로 가는 중

 

귀엽게 웃던 꼬마는 카메라앞에선 얼음이 되고 ㅠ

 

 

정들었던 게스트하우스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O Coqueiro'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고 우리는 이제 디우를 떠난다.

 

디우에 들어오고 나가기 위해서는 근처에 있는 큰 도시인 아메다바드(Ahmedabad)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아메다바드에서 디우로 오는 버스는 밤새도록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았었다. 다시 그 버스를 탄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아득해진다. 디우에 온 여행자들이 오래 이 곳에 머무는 이유는 아마도 (아니 분명히) 오가는 길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리라.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거야!' 그렇게 우리는 디우 탈출방법?을 연구했고 결국 찾아냈다.

 

우리가 찾은 방법은 버스를 타고 베라발(Veraval)이란 도시로 이동한 뒤, 기차를 타고 아메다바드까지 가는 방법이다. 베라발까지 가는 길이 조금 험하겠지만 겨우 3시간이고, 베라발부터는 아메다바드는 야간기차로 (심지어 3A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으니까. 문도 제대로 닫히지 않는 낡은 버스였지만 이상하게 편하게 느껴진다. 분명 같은 도로일텐데 3시간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해 버린걸까.

 

 

 

 

베라발에 도착!

 

 

갑자기 어디선가 강한 비린내가 난다 싶더니, 도시가 나타났다. 여기가 바로 베라발. 버스가 멈추자마자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버스로 올라서는 사람들 덕분에 차에서 내리는 것부터 전쟁이다. 간신히 버스에서 내려 숨을 돌리고 있는 우리를 릭샤 기사들이 에워싼다. 그래, 그래, 잠시 잊고 있었다. 여기는 인도다.

 

 

베라발 기차역

 

항상 북적이는 인도 기차역

 

Waiting Room 발견!

 

쾌적한 Waiting Room

 

심지어 샤워실도 있잖아!

 

 

릭샤를 타고 베라발 기차역에 도착해다. 열차시간이 여유로워 기다릴만한 곳을 찾던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으니 잠겨있는 'Waiting Room'. 혹시나싶어 기차역 직원에게 이야기하니 흥쾌히 문을 열어준다. 오오. 감사감사! 편히 앉을 의자를 기대했을뿐인데, 대기실에는 놀랍게도 작은 화장실과 샤워실까지 있다. 덕분에 우리는 식사는 물론 샤워까지 할 수 있었다. 말이 좋아 샤워지 간신히 찬물을 끼얹는 수준이었는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구나. 

 

 

열차탑승 (3A 클래스)

 

 

상쾌한 기분으로 열차에 올랐다. 짐을 내려놓자마자 신랑은 내 침대를 세팅해준다. 저녁도 먹었고, 샤워도 했고, 침대도 세팅되었으니 이제 눕기만 하면 된다. 여행을 시작하고 난 작은 것에 만족하고 행복할 줄 아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침대에 누워 하루를 되돌아본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가고 있구나. 아, 난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디우로 가는 방법

1. 인도 어디서든 아메다바드를 거치지 않고는 디우에 닿을 수 없다. 일단 어떻게해서든 아메다바드로 가자.

2. 아메다바드에서는 1) 버스를 타고 디우까지 이동하거나 2) 베라발까지 기차로 이동, 디우까지 버스로 이동하자.

   - 아메다바드-디우 구간 버스는 버스 시설 뿐 아니라 도로사정도 최악이다. 덜컹거리는 것이 롤러코스터같다.

   - 디우에는 기차역이 없다. 기차를 이용한다면 베라발까지 기차이동 후 버스를 타고 디우로 들어가야 한다.  

* 디우 시내에 작은 공항이 하나 있는데 일반 비행기가 입출국시 사용할 수 있는 공항인지는 잘 모르겠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