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다바드 역
베라발을 출발한 기차는 다음날 아침(매우 이른 아침)에 우리를 아메다바드 기차역에 내려주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잘가온까지는 다시 기차를 타고 하루종일 이동해야 하니, 아마 우리의 인도여행에서 기록적인 이동거리가 아닐까 싶다. 언제나 북적이는 인도의 기차역. 이른 아침이든, 늦은 저녁이든 인도의 기차역에는 쉬는 시간이 없는 것 같다.
내 자리는 맨 윗칸
우리 아래층엔 가족이
이동시간은 길지만 잘가온에 늦은 오후에 도착하는 것을 감안해 이 구간은 Sleeper 클래스를 예약했다. 조금 시끄럽고 불편하고 지저분하지만 (써놓고 보니 엄청 안좋아 보이네..? ;;; ) 개인적으로 낮에 이동할 때는 3A 클래스보다 Sleeper 클래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3A 클래스는 에어컨 때문에 모든 창문이 닫혀있고 실내도 어두운 편인데, 낮잠을 즐기지 않는 내게 이런 환경은 좋지 않다구. (거기다 Sleeper 클래스는 3A의 반값이라고!)
짜이파는 아저씨
빵 파는 아저씨
저 커리 도시락 괜찮아 보인다?
기차 안에 사람들
그렇게 기차는 출발하고, 난 맨 윗칸 침대(Upper Seat)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의 과한 관심에서 벗어나 온전한 나의 공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이 자리의 장점! 오르내리기 조금 힘들긴 하지만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구.
기차 안 사람들의 일과는 단순하다. 뭔가를 먹거나, 늘어지게 낮잠을 자거나, 멍하니 창밖만 바라본다. (이거야말로 레알 멍 때리기?!) 가끔 아주 가끔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일을 하는 사람도 볼 수 있지만, 정말정말 소수인데다 그 사람들 마저도 30분만 지나면 먹거나, 자거나, 멍때리거나 중에 하나를 하고 있으니 말 다했지 뭐.
10시간 혹은 그 이상 기차를 탈 때마다 난 이 기차에 우리나라 사람들로 가득차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본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성격급한 한국 사람들. 아마 대부분은 잡히지 않는 와이파이 시그널에 좌절하고, 느려터진 기차 속도에 답답해하고, 덩그러니 주어진 시간에 도대체 뭘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겠지. 내가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악세사리에 정신팔린 꼬마 아가씨들
꼬마 아가씨 엿보기
우리 자리 아래쪽은 무려 네 명의 귀여운 꼬마아가씨를 대동한 가족들의 자리였다. 기차에서 지내는 시간 대부분을 늘어져 있는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친다.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가 지어지는 것이 시간가는 줄 모르겠구나.
안녕, 레이디스!
결국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몰래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훔쳐보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아이들과 눈이 마주쳤다. 한참동안 엄마 아빠를 괴롭히던 꼬마 아가씨들의 호기심이 윗층에 있는 동양인 언니들에게 향하고 있음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아이들의 귀여운 몸짓과 표정에 우리는 반했던 것 같다. 정신을 차렸을때 우리는 아래층에서 가족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으니까.
기차에서도 이어지는 여행의 기록
오! 펜 하나를 다 썼다. 드디어!
신나게 놀던 아이들이 낮잠에 빠져드는 사이, 혹시나 잊어버릴까 여행의 기록을 써 내려간다. 불편한 자리에 흔들리는 열차를 생각하면 그리 훌륭한 조건은 아닌데, 이상하게 내게 기차는 가장 좋은 기록의 장소가 되어 버렸다.
잘가온 도착
늦은 오후 우리는 잘가온에 도착했다. 꼬마 아가씨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기차에서 내렸다. 창문에 다닥다닥 붙어서 끝까지 손을 흔드는 아이들의 모습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기차에서 만나는 인도 사람들, 인도 기차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잘가온 숙소, 호텔플라자 http://bitna.net/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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