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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우, 선셋비치에 나타난 셀프 BBQ 파티족? (Diu, India)

빛나_Bitna 2013. 10. 13. 21:51

 

디우의 필수품 스쿠터

 

나고아 비치

 

 

이제 뭐하고 놀까?

 

 피쉬마켓에 가기위해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었더니 아침먹고 이래저래 빈둥거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오전이다. 얼떨결에 남아버린 긴 하루를 우리는 뭘 하며 놀아야 할까? 바닷가에 왔으면 바다에서 노는거 말고 할 일이 있겠어?! 스쿠터를 달려 도착한 나고아비치.

 

 

 

파도풀에서 놀아보자구!

 

 

넓게 펼쳐진 모래밭, 적당한 수심, 끊임없이 파도가 몰아치는 나고아비치. 요 몇일간 디우 섬 전체를 돌아봤지만 아무리봐도 여기가 해수욕하기 가장 좋은 장소인데, 오늘도 여전히 사람은 없다. 너무 조용한 것이 어색하지만, 간혹 출몰한다는 힐끔거리는 인도 청년들이라면 우리가 사양하겠소! 바다를 향해 달렸다가 파도를 타고 되돌아온다. 도대체 몇 번을 반복했는지 물을 무서워한다는 혜연양도 오늘만큼은 신난 것 같다.

 

 

 

신랑님 작품?

 

 

신나게 파도를 즐기고 해변으로 나왔더니 우리 신랑은 혼자서 뭐가 그렇게 바쁜지 분주하다. 주변에서 나무막대기와 돌맹이를 주워오더니 금새 작은 텐트를 만들었다. 해변에서 낮잠을 자려고 했더니 우산만으로는 너무 더웠다나 모라나. 보기에는 2% 부족해 보이지만, 넓은 그늘아래 바닷바람을 맞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더라. 나른한 것이 잠이 솔솔 오는구나.

 

 

 

선셋비치에서 이벤트 준비중

 

 

바람에 대충 몸을 말리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스쿠터에 몸을 실었다. 원래 계획은 해수욕을 하고 숙소에서 샤워를 한 뒤에 선셋비치로 이동하는 것이었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늦어져 바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오늘 나름 특별한 이벤트가 있기 때문이다. 선셋비치에 도착하자마자 혜연양과 나는 부지런히 주변을 돌아다니며 나뭇가지를 주워모으기 시작했다. 그렇다, 오늘 우리의 이벤트는 해변에서의 BBQ 파티라구!

 

 

 

불 피우는 '멋있는' 남자 ㅋ

 

 

이 정도면 다 태우고도 남겠지 싶을만큼 나뭇가지를 모았을 때, 양손 가득 짐을 든 신랑이 나타났다. 매일 출근도장을 찍는 우리의 단골식당 'O Coqueiro'의 주인아저씨가 준비해 준 BBQ 재료 (우리가 피쉬마켓에서 구입할 수도 있었지만, 흥정과 물건보는 눈 그리고 손질 및 냉장보관을 위해 어제 아저씨에게 부탁했었다.) 그리고 숙소 청년이 준비해 준 BBQ 그릴, 식기 그리고 얼음처럼 차가운 맥주였다. 셀프 파티라고 하지만 이 파티를 위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얻은 셈이다.

 

짐을 내려놓은 신랑은 땅을 파고 신문지 몇 장과 잔가지들로 불을 피우더니 그 위에 그릴을 고정시키는 것으로 순식간에 BBQ 준비를 끝냈다. 우리 신랑은 이럴때가 세상에서 제일 멋져 보인다고 말하면 난 너무 분위기없는 여자인건가?

 

 

모두의 시선집중

 

내 손만한 왕새우

 

 

그렇게 시작된 우리의 해변 셀프 BBQ. 생각보다 시간이 늦어져서 사진도 제대로 찍을 수 없었지만 충분히 즐겁다.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와 짭쪼롬한 맛있는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먹어볼까?

 

 

새우 진짜 크다.

 

우리의 파티상?

 

한치도 은근 맛있어!

 

 

모든 음식이 준비되었을때는 이미 주변이 어두워진 뒤였다. 이러다 음식이 눈으로 들어갈지 코로 들어갈지 확인할 길이 없겠구나. 한참동안 주변을 둘러보다 선셋비치 입구에 있는 가로등 아래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작은 돗자리에 음식들을 펼쳐놓고 모래밭에 대충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밝은 곳에서 보니 우리 꼴이 참 볼 만하다. BBQ를 준비하느냐 손은 까맣고, 낮에 바다에서 놀고 샤워를 하지 못해서 온 몸이 소금기로 끈적인다. 은근 까탈스런 나인지라 예전에는 이런 몰골로 돌아다닌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는데 나도 참 많이 변했구나. 항상 바쁘게, 항상 긴장의 끈을 조이면서 살았던 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솟아난 날카로운 가시들이 조금씩 둥그렇게 다듬어지고 있나보다. 여행은 사람을 다듬는다. 주변의 시선과 평판보다는 내가 생각하고 원하는 나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탱탱한 새우와 한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달빛 아래서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맛보는 바다의 맛과 맥주의 시원함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