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에 날으는 원숭이? ㅋ
엘로라 입장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 아잔타와 엘로라 석굴은 잘가온과 아우랑가바드 사이에 위치한 유적지다. 두 도시 사이가 3시간~4시간 거리이니 비교적 가까운 편이지만, 굳이 거리로 따지자면 잘가온-아잔타-엘로라-아우랑가바드 순서가 되시겠다.
그러나 잘가온에서 아잔타를 거쳐 아우랑가바드로 이동하려는 우리의 계획은 아잔타 휴무일과 겹치는 바람에 완전히 꼬였다. 심지어 그 다음날은 엘로라가 쉬는 날이란다. 잘가온이란 도시에 그리 오래 있고 싶지 않았는데, 이렇게 묶이는건가 싶었던 우리를 도와준 것은 숙소 아저씨였다. 렌트카로 엘로라에 가는 영국부부를 연결시켜주었으니까. (렌트카는 버스보다 2배는 빠르다고!) 그렇게 모든 짐을 싸들고 우리는 엘로라에 도착했다. 유적지를 돌아보고 바로 아우랑가바드로 가는거다.
- 아잔타는 월요일에, 엘로라는 화요일에 문을 닫는다.
- 아잔타는 잘가온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 엘로라는 아우랑가바드에서 30분 거리다.
- 한 도시에 머문며 두 유적지를 감상하려면 잘가온보다 아우랑가바드가 유리하다.
은근 사람 많다.
30번~34번 석굴로 가는 길
유명한 유적지답게 주차장도 가득차 있고, 방문객들도 많은 편이었다. 엘로라에는 절벽을 따라 새겨진 34개의 석굴사원이 있는데, 기원후 600년부터 1,000년까지 끊임없이 조성되었다고 한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불교, 힌두교 그리고 자이나교가 차례대로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1번부터 12번까지 5~6세기에 만들어진 불교석굴, 13번부터 29번까지는 7~9세기에 만들어진 힌두교석굴, 30번부터 34번까지는 8~10세기에 만들어진 자이나교 석굴이다. 그야말로 인도 종교의 역사를 모두 모아놓았다고 해야 할까.
도대체 어디부터 어떻게 봐야할까? 고민끝에 가장 마지막 석굴인 34번부터 앞쪽으로 이동하며 보기로 했다.
화려한 외관
조각들이 가득한 내부
사진찍는 신랑 도촬하기
자인교 석굴 돌아보기
30번~34번 석굴은 자이나교의 석굴로 엘로라에서는 가장 어린 사원에 속한다. 물론 그래도 100년 이상 된 것들이지만 안쪽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불교, 힌두교에 비해 숫자가 많지 않은 종교다보니 관람객의 숫자도 적은 편이었다. 라낙푸르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자이나교 사원을 기억하고 있기에 난 발걸음을 재촉했다. 자이나교 사원은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큰 규모와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다. 사원 내부는 물론 외벽까지도 온통 정교한 조각들로 뒤덮혀 있어 뿔뿔히 흩어져 부지런히 셔터를 눌렀드랬다.
힌두교 석굴로 이동하는 중
자이나교 석굴 사원을 돌아보고 힌두교 사원군을 향해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유적지 입구에서 이쪽으로 이동할 때 릭샤를 탔었는데, 빠르게 스쳐지나간 산길 산책로가 꽤 근사해 보였기 때문이다. 엘로라의 사원군은 무려 2km에 걸쳐 펼쳐져 있기에 유적지 안에서 이동하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이른 아침부터 도시락을 싸들고 왔어야 하는데,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3~4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
힌두교 석굴 돌아보기
산책로가 끝날무렵 힌두교 사원군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인도에서 가장 중요한 종교다보니 엘로라에서도 가장 많은 석굴을 가지고 있었는데, 하이라이트는 단연 16번 카일라쉬 사원(Kailash Temple) 엘로라에 입장할때부터 눈길을 사로잡은 곳이지만 자고로 주인공은 항상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니 나중을 위해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16번 사원을 제외한 힌두교 사원들은 앞서 돌아본 자이나교 사원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었지만 역동적인 내부 조각들은 당시 사람들의 놀라운 솜씨를 보여주기 충분했다.
불교석굴을 향해서
불교 석굴 돌아보기
한국에서 오신 스님들
엘로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군 불교. 많은 나이? 때문인지 현재 보수중인 곳이 많아 돌아보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번호가 작은 초기 불교 석굴은 다른 석굴들에 비해 소박한 모습이었다. 후대로 갈수록 서로간의 경쟁속에 더 크고 화려한 석굴이 만들어 졌으리라.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것은 각 종교의 사원들이 다른 점 만큼이나 비슷한 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종교지만 서로 영향을 주었다는 증거겠지.
불교 사원군을 돌아보는데 한국에서 오신 비구니 스님 단체를 만났다. 뭄바이에서 출발해 아잔타 석굴을 보시고 오늘은 엘로라를 찾으셨다고. 연세들이 있으셨는데 가이드가 설명할때마다 수학여행 온 어린이들처럼 눈을 반짝이시는 그 모습이 좋아 몇 개 석굴을 함께 돌아보았다. 우리 여행이 무사히 끝날 수 있길 기도해 주시겠다고 하셨는데 아마 덕분에 지금까지 우리가 잘 다니고 있는거겠지?
엘로라의 하이라이트, 카일라쉬 사원
엘로라 관람시간이 한 시간도 남지 않았다. 거의 달리다시피 도착한 곳은 엘로라의 하이라이트 16번, 카일라쉬 사원이다. 가장 유명한 사원이다보니 사원안은 관람객들로 가득했다. 힌두교를 대표하는 신, 시바신의 거처라 불리는 카일라스 산을 형상화했다는 이 사원은 앞서 보았던 33개의 사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곳이었다. 격이 다르다고나 할까?
흥분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사원안을 돌아본다. 사원의 외벽, 내벽, 기둥까지 조각이 새겨지지 않은 곳이 없다. 조금의 빈 공간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이. 방문자를 가장 놀라게 하는 것은 이 사원이 무려 4만톤에 달하는 사암을 위에서 아래로 파내려가며 만들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깊이 50m, 너비 33m, 높이 35m의 사원을 만들기 위해 150여년동안 무려 7천여명의 석공이 동원되었다고 하니 당시 석공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언덕에서 카일라쉬 사원 내려다보기
위에서 내려다보는 카일라쉬 사원이 그렇게 멋지단 말에 사원 뒤 언덕에 올랐다. 사원을 돌아보며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었는데, 위에서 내려다 본 사원의 모습은 나를 놀라움을 넘어 짜릿한 흥분상태로 몰아넣었다. 영국의 학자 Percy Brown은 이 사원을 두고 인간의 머리, 마음, 손이 만들어낸 보기드문 걸작이라 했다. ("The Kailasa is an illustration of one of those rare occasions when men's minds, hearts, and hands work in unison towards the consummation of a supreme ideal.") 네네, 완전 동의합니다요! 그렇게 관람시간 종료와 함께 우리는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렸다.
하나의 종교가 주도권을 잡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다른 종교를 핍박하고 파괴하는 사례는 역사속에서나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 엘로라에서는 불교, 힌두교 그리고 자이나교가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공존하고 있다. 서로를 의식하면서 더 크고 화려한 석굴을 만들었지만, 서로를 핍박하고 파괴한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진짜 경쟁이 아닐까. 힘을 가진 자가 상대방을 회생 불가능한 상태까지 몰아넣는 것이 당연시 되어버린 지금 우리사회를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 그런 날이다.
- 엘로라는 잘가온과 아우랑가바드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나, 아우랑가바드에 훨씬 가깝다.
- 잘가온에서 엘로라까지는 자동차로 약 2시간 30분 거리, 아우랑가바드에서는 30~40분 거리다.
- 잘가온에서 차량을 렌트해서 다녀온다면 이동에만 편도 2시간 30분 소요된다. 왕복은 무려 5시간!
- 대중교통, 버스로도 이동가능하지만 버스의 경우 3시간 이상 소요되므로 되도록 빨리 움직여야 한다.
- 잘가온에서 차량렌트 (SUV 차량. 3,000루피. 5명 Share) : 엘로라까지 이동. 관람 후 아우랑가바드행 버스역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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