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ASIA/인도 India

함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도다. (Hampi, India)

빛나_Bitna 2013. 10. 28. 11:24

 

 

솔라푸르로 가는 버스 (From 아우랑가바드)

 

 

아잔타 석굴을 돌아보고 아우랑가바드로 돌아오니 슬슬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저녁식사를 하고, 샤워를 하고 짐을 챙겼다. 오늘 밤 버스로 이 도시를 떠나기로 했으니까.

 

우리의 인도여행을 생각해보면 지금처럼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영 낯설다. 다른 이들이 1박 아니 당일치기로 오가는 작은 도시에서도 이틀이상 머물던 우리였지만, 잘가온과 아우랑가바드에서는 서둘러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 (아잔타와 엘로라를 제외하면) 도시안에 특별한 관광지가 없는데다 인도 남북을 잇는 교통의 중심에 가까운 곳이라 사람들이 많고 복잡해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으니까.

 

 

버스 안은 꽤 쾌적하다.

 

인도에서 탔던 버스중에 승차감 최고!

 

우리의 다음 목적지 함피. 기차든, 버스든 호스펫(Hospet)이란 도시로만 가면 된다고 들었는데, 인터넷과 가이드북을 아무리 뒤져봐도 아우랑가바드에서 가는 방법은 나와있질 않았다. 포기상태로 숙소 청년들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들은 아우랑가바드에서 함피(호스펫)으로 가는 두 가지 방법을 알려주었다. 1) 로컬버스(시내버스같은 그런 버스)를 타고 20시간쯤 달려서 호스펫으로 이동하거나 2) VIP 슬리핑버스를 타고 솔라푸르(Solapur), 비자푸르(Bijapur)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호스펫까지 가는 것이다.


우리가 선택한 방법은 2번. 중간중간 버스를 갈아타야 하지만 잠은 두다리 뻗고 잘 수 있을테니까. 디우로 가는 길에 이미 롤러코스터같은 슬리핑버스를 경험한지라 솔라푸르로 가는 버스에 대한 기대치는 거의 바닥이었다. 다리를 뻗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뭐 그 정도? 하지만 버스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환호성을 질러야만 했다. 버스는 놀랄만큼 깨끗했으니까. 먼지하나 없는 실내에 침대마다 깔려있는 깨끗한 시트, 빠방한 에어컨이 3A 기차를 연상시켰다. 인도에도 이렇게 깨끗한 슬리핑버스가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버스가 출발했다. 오, 이 정도면 정말 놀라운 승차감이다. 그렇게 우리는 잠들었다. 이 쾌적한 버스가 호스펫 아니 함피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리면서.

 

 

솔라푸르 도착

 

이른 아침의 버스정류장

 

 

버스는 다음날 아침 일찍 (6시? 7시?) 우리를 솔라푸르에 내려주었다. 흔치않은 외국인 여행자들을 발견한 삐끼들이 매의 눈을 하고 달려온다. 그들이 입을 열기가 무섭게 역으로 호스펫으로 가는 버스역을 물어보는 나란 여자, 비몽사몽이지만 나 그렇게 만만한 여자 아니라구! 그렇게 우리는 버스역을 찾을 수 있었다. (사실 바로 옆이었다.;;; 버스는 정류장 정문 바로 옆에 우리를 내려준 것이었음)

 

 

비자푸르를 향해 출발

 

셋이 나란히 앉아서 간다.

 

중간중간 다른 역도 멈춘다.

 

정류장안에 우리가 들어서자마자 현지 사람들이 약속이나 한 듯 떠나려는 버스를 가르친다. 저걸 타라는건가? 내가 어딜가는 줄 알고? 의심병 심한 나란 여자가 뭐라고 묻기도 전에 모두들 '호스펫! 함피!'라고 외치니, 꽤 많은 여행자가 같은 이유로 이 곳을 찾았었나보다. 솔라푸르에서 비자푸르로 버스는 최근에 교체된 새차였고, 로컬버스임에도 불구하고 빈 좌석이 있어 생각보다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게다가 어제 저녁 기대 이상의 슬리핑 기차를 이용한 탓에 생각보다 피곤하지 않았다.

 

 

비자푸르에서 호스펫으로 가는 버스

 

이 긴 이동은 언제 끝나려나

 

드디어 호스펫 도착

 

 

솔라푸르에서 비자푸르까지는 4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크기도 작고 간판도 허술하게 걸려있는 것이 우리가 점점 시골마을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비자푸르 버스정류장에서도 현지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우리가 내리자마자 어디로 가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우리에게 특정 버스를 알려주었으니까. 이 동네에 오는 외국인은 죄다 호스펫으로 가는건가?

 

 

여기는 호스펫 버스정류장

 

함피까지는 릭샤로 이동

 

 

비자푸르에서 다시 3시간여를 달려 호스펫에 도착했을때, 시간은 오후 4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어제 저녁 11시에 아우랑가바드에서 솔라푸르로 가는 슬리핑버스에 몸을 실었으니 12시간하고도 4시간을 길 위에서 보내고 있는거다. 그러나 우리의 이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여기 호스펫에서 함피까지 릭샤 (혹은 버스)로 30분을 달려야 한다는 사실! 정말 멀고도 험한 함피로 가는 길이다.


아침, 점심 식사도 못하고 장시간 이동에 시달렸더니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우리의 마음을 읽은걸까, 릭샤기사들이 슬금슬금 다가온다. 가격네고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이 청년 왈, 어제도 한국 커플을 태웠었다며 자기는 한국 사람들과 인연이 깊단다. 평소라면 별 소리를 다 하는구나 하고 넘겼을텐데 혹시나 싶어 그가 태웠다던 한국 커플의 인상착의를 물어보았다. 오호, 왠지 우다이푸르에서 헤어졌던 제주커플같은 느낌이 확- 드는구나.

 

 

함피로 가는 길

 

드디어 도착!

 

 

호스펫을 빠져나가자 숲길이 펼쳐진다. 나는 지금 진짜 시골.시골로 가고 있구나. 지금까지 인도를 여행하면서 관광지들을 오가는 교통만은 놀랍도록 잘 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꽤 인기좋은 여행지 함피가 이렇게 이동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아니, 이렇게 교통이 나쁜데 여행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 더 신기한건가? (이건 뭐, 닭이냐 달걀이냐 수준이군;; )

 

갑자기 나무대신 동글동글한 바위, 사원 그리고 탑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우리는 함피에 도착했다. 버스-버스-버스-릭샤로 이어지는, 아우랑가바드를 출발하고 약 16시간의 길고 복잡한 이동 끝에.

 

릭샤기사는 어제 본인이 태웠다는 한국커플이 머무는 숙소에 우리를 내려주었다. 그리고 두둥~ 우리는 다시 만났다. 우다이푸르에서 헤어지고 하루차이로 잘가온과 아우랑가바드를 지나치고 여기 함피에서 쫓고 쫓기는? 우리의 추격전은 막을 내렸다. 어찌나 반가운지 피곤한 것도, 배고픈 것도 잊어버렸다. 이 넓은 인도땅에서 헤어짐과 재회를 반복하다니, 우린 정말 대단한 인연임에 틀림없다.

 

아우랑가바드에서 함피 이동하기

1. 함피는 너무 작은 마을이라 시외버스도 기차도 없다. 모든 이동은 근처 도시인 호스펫(Hospet)을 거쳐야 한다.

2. 아우랑가바드에서 호스펫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 딱딱한 좌석만 있는 로컬버스로 20시간쯤 달려 호스펫까지 

  - VIP 슬리핑버스를 타고 솔라푸르(Solapur)로 이동, 로컬버스로 비자푸르(Bijapur)를 지나 호스펫까지

3. 호스펫에서 함피로 이동하는 방법은 릭샤와 버스. 릭샤는 대당 150루피에 네고했다. (3명이 Share) - 2012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