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가는 배
오토바이 부대?
신난 우리 부부
어제 퉁가바드라 강 건너에 있는 신세계?를 발견한 우리 부부는 아침부터 호들갑스럽게 주변 친구들을 불러모았고, 종잇장처럼 팔락이는 귀를 가진 친구들은 큰 반발없이? 어느새 우리를 따라 강 건너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강을 건너는데 스쿠터는 짐만 될 뿐이기에 우리는 빈 몸으로 강을 건넜다. 강 건너 동네에서도 스쿠터를 빌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자, 그럼 이제 달려보자!
다함께 물놀이 중
어째 아슬아슬한 바위
함피소풍, 단체사진
스쿠터를 달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사나푸르(Sanapur) 호수. 이 거대한 호수는 어제 식당에서 만난 유럽 아이들이 알려준 곳이다. 물이 깨끗해서 물놀이하기 그렇게 좋다고.
넓단 소리를 듣긴했지만 실제로 본 호수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한 눈에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외국인 여성을 의식하는듯 힐끔거리는 인도 청년들을 피해 적당한 그늘에 자리를 잡고 물로 뛰어들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우리가 쉬던 바위그늘은 정말 아슬아슬한 곳이었다는;; )
시원한 호수의 물이 오는동안 흐른 땀을 순식간에 잠재운다. 다 같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아, 시원하다!'와 '아, 좋다!'를 끊임없이 외쳤으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수영을 못하는 친구도 어느새 물장구를 치고, 수줍음 많은 친구도 큰 소리로 웃고 떠들고 있으니... 다 함께오길 잘 했단 생각이 든다. 함께하면 못할게 없으니까.
우리가 빌렸던 스쿠터
점심 겸 게으름피우기
이스라엘 요리라던데 이건 뭐 그냥 치킨까스?
오전내내 물놀이를 하고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찾아간 식당 (어제 우리가 갔던 거기!). 오늘이 강 건너 첫 나들이인 친구들은 메뉴판에 떡 하니 써 있는 고기(닭고기)에 눈이 휘둥그레졌고, 예상대로 모두 이름은 다르지만 같은 재료(고기! 닭!닭!)를 이용한 음식을 주문했다. 그렇게 실컷 먹고, 떠들고, 졸고를 반복하며 우리의 오후가 지나갔다.
저 멀리 보이는 하누만 사원
사원으로 출발!
그렇게 한참 게으름을 피우고 햇빛이 약해질 오후, 스쿠터로 마을을 빠져나갔다. 오늘의 일몰포인트인 하누만(Hanuman) 사원에 가기 위해서. 원숭이 사원으로도 유명한 이 사원은 퉁가바드라 강북 지역의 한 가운데, 가장 높은 바위산 위에 위치하고 있다. 원숭이 신의 전설이 있다는데, 이 곳을 찾는 외국인들은 전설보다는 이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초반은 오를만 하다.
계단이 끝이 없구나
어떻게 계단을 만들었는지 놀라울따름
여긴 기어서 통과;;
사원으로 올라가는 길, 입구에서는 그래도 조잘조잘 말이 많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말이 없어졌다. 어제 올랐던 마탕가힐과 비교하면 경사도 낮고 계단도 안정감있는 편이었지만, 계단이 가진 무려 570여개나 되는 엄청난 숫자에서부터 느껴지는 심리적인 압박때문이라고나 할까? 아아- 올라도 올라도 끝이 보이지 않으니, 어쩌란 말인가! ㅠㅠ
그래도 뒤로 보이는 풍경은 멋지다.
드디어 사원도착!
여기가 일몰포인트
인기있는 일몰포인트라 그런지 계단위에는 우리 일행외에도 산을 오르는 이들이 꽤 많았다. 인상적인 것은 모두 꽤 힘이 들텐데, 우연히 눈이라도 마주치면 환한 웃음과 반가운 인사를 건내주는 모습이었다. 이런 사람들의 모습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솟았다. 그리고 어느새 나도 그들처럼 계단에서 만난 이들에게 웃으며 화이팅을 외쳐주게 되더다. 잠깐 눈만 마주쳐도 가까워진 느낌이다. 어려움?을 함께 한다는 기분때문일까? 묘하게 느껴지는 동지애라고나 할까?
그렇게 우리는 모두 함께 사원에 도착했다. 사원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작고 소박했다. 사람들을 따라 사원 뒤쪽 평평한 바위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바위 사이사이 넓게 벌어진 공간이 왠지 무섭다. 설마.... 빠지진 않겠지? ㄷㄷㄷ;;; (만화를 너무 많이 봤나? ㅋㅋ)
도촬당한 우리 부부
우리 신랑은 매너남 ㅋ
정상에서
쉬크한 원숭이 (니가 혹시.... 짱이냐? ㅋ)
일몰 감상하는 중
함께 올라온 사람들은 어느새 저마다의 포즈로 원하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산 꼭대기지만 바위가 워낙 넓고 편편해서 산골마을 앞마당에 앉아있는 기분이다. 아래로 보이는 아찔한 풍경을 제외하면. 맨발로 나름의 일몰포인트를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넓고 판판한 곳에 자리를 잡고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웠다. 뒤로 감은 팔 뒤로, 등 뒤로 바위가 머금고 있던 태양의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고, 발 아래로 함피 시내와 강, 근처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아- 좋구나.
자연스레 사람들사이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간다. 어느 나라에서 왔니, 함피엔 몇 일째니, 다음 도시는 어디니 등등... 자기네 집 안방에 온 듯 한 포즈로 앉아(혹은 누워) 조잘조잘 떠들어대는 우리 모습이 재밌어서 한참을 웃었던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일몰을 기다렸다.
정상에서 본 함피
정상 기념샷!
하산 중
어느새 달이 떴다.
서서히 해가 지고 달이 떠올랐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마무리되는구나. 여행을 시작하고 일출/일몰을 볼때마다 한국에서의 바빴던 생활이 떠오른다. 그 때 나에게 하루의 시작과 끝은 항상 회사였는데, 몇 달의 시간동안 나는, 우리는 참 많이 바뀌었구나.
하산 중. 아르헨티나 아가씨와 대화중.
하누만에서 내려오는 길, 산 위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눴던 아르헨티나 아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꽤 긴 일정으로 아시아를 여행한다는 그녀가 내 눈에는 참 신기했고, 더듬더듬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내가 그녀에겐 참 신기했나보다. 사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우리의 언어는 영어로 변경되었지만;;; ㅋㅋㅋ
마을로 돌아오니 강 건너로 돌아가는 배 영업이 끝난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어제 우리를 경악시켰던 바구니 보트에 몸을 실어야만 했는데, 어이없게 어제보다 3~4배는 비싼 가격을 부르더라. 밤에 운행하는 것이 불법이라 발각되면 엄청난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돈을 더 받기 위한 핑계란 생각이 들지만 어쩌겠냐, 아쉬운 것은 우리인 것을...
바가지 요금에 대한 불만도 잠시, 어두운 밤에 강을 건너는 것은 의외로 낭만적이었다. 달빛을 조명삼아 수면위를 미끄러져 간다니. 거기에 흐르는 물소리와 노젓는 소리, 어디선가 들려오는 곤충소리까지 더해진다니. 반대편에 도착할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달밤의 소리를 혹시나 방해하게 될까봐.
* 부족한 일부 사진을 제공해 준 YS군에게 쌩유 베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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