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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피, 들어는 봤나, 함피의 명물 바구니 보트?! (Hampi, India)

빛나_Bitna 2013. 11. 1. 21:47

 

오늘도 달려라, 달려

 

 

 함피를 여행한다면 꼭 강 건너까지 가봐야 해.

 

함피를 여행했던 이들은 항상 내게 같은 말을 했었다. 그래서 오늘은 스쿠터를 타고 강 건너 세상에 가보기로 했다. (뭐든 잘 까먹는 걸로 소문난 내가 이런 황금정보는 참 잘 기억한단 말이지.) 오늘 우리의 루트는 함피바자르를 출발 동쪽으로 이동해 강은 건너고, 서쪽으로 이동하며 강 건너 동네를 구경하고서 강을 건너 돌아오는 것이다.

 

 

 

 

 

말야반타 라구나타 사원(Malyavanta Raghunatha Temple)



함피바자르 지역을 빠져나오자 조용한 시골길이 펼쳐진다. 표지판도 없고 어설픈 지도 한장에 의지해서 달리기를 몇 분째, 언덕위에 서 있는 꽤 근사한 사원이 눈길을 뜬다.

 

말야반타 라구나타 사원(Malyavanta Raghunatha Temple), 함피 유적군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위치 때문인지 방문객은 우리뿐이었다. 그래서일까, 사원에서 수행중인 사두는 지금까지 우리가 만났던 이들과 다르다. 이들은 우리에게 사진을 강요하지도, 돈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낯선 방문객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함피의 길은 이런 느낌


혹시 길을 잃은 것이 아닐까 싶어 사원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다. 아니란다. 길을 따라 조금만 더 달리면 다리를 만날 수 있을거라고. 사원을 빠져나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함피는 여느 시골도시와 비슷한 풍경이다. 물론 저 뒤로 보이는 괴상한? 바위산을 제외하면.

 

 

 

무너진 다리

 

 

배를 타고 건너야 한다.

 

 

함피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퉁가바드라(Tungabhadra) 강에 도착한 순간 흠칫했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흉물스럽게 무너져 있는 다리였기 때문이다.  길을 물을때마다 사람들이 이 지점에 다리가 있는데 배를 타야 한다고 했었는데, 영어가 잘 안통하다보니 그들의 손짓발짓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 말이었다. 다리가 있지만 끊어져있으니 배를 타고 건너야 한다는...;;

 

다리 아래에는 배를 타기 위한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차례를 기다리면서 주워들은 말에 의하면 공사중이던 다리가 태풍으로 인해 무너져서 더 이상 공사를 진행하지 않는거란다. 불편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배가 있으니 괜찮단다. 세상에. 어떻게든 서울만 가면 된단 소린가. 우리나라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스쿠터도 싣는다.

 

 

배타고 건너는 중



얼마나 기다렸을까 우리차례가 되었다. 작은 모터보트에 사람도 타고, 스쿠터도 타고, 닭도 타고, 짐보따리도 탄다. 묵직해진 보트가 강물아래로 가라앉는 것 같다고 느낀 것은 나뿐인가? 강폭이 넓은 편이 아닌지라 건너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단단한 땅의 느낌이 순간 긴장했던 마음을 풀어준다. 친절한 뱃사공은 오후 6시에 모터보트 운행이 끝난다는 것을 손짓발짓으로 알려준다.

 

 

  

 

여기는 아네군디 마을


강을 건너자마자 만날 수 있는 아네군디(Anegundi) 마을은 함피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여행자들을 위해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함피바자르 지역과 비교하면 이 곳은 확실히 현지 느낌이 가득했다. 마을안에도 유적지가 있다고 알고 있었지만 시원한 음료수 한 잔과 함께 갖는 휴식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다시 달린다.

 

저 꼭대기에 있는게 하누만사원

 

허물어진 옛날 다리

 

함피 히피마을 도착!


 

어느새 해가 뜨거워졌다. 최종 목적지인 여행자마을까지 가는 길에 쉴만한 곳이 있을까 찾아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적당한 장소가 보이지 않았다. 텅 빈 도로에 쏟아지는 태양을 막을 길은 없고, 배는 고파온다. 어쩌겠느냐 스쿠터 속도를 높힐 수 밖에. 그렇게 한참을 달려 (30분 이상이었다.) 허물어질듯 서있는 옛날 다리를 지나 우리는 히피마을이라 불리는 함피의 여행자마을에 도착했다.

 

 

눈에 보이는 식당으로 고고

 

꽤 괜찮은 비쥬얼의 치킨요리

 

나는 치킨커리로! +ㅁ+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강을 따라 늘어선 숙소, 샵 그리고 레스토랑들이 눈길을 끈다. 배고픔과 더위에 늘어진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눈에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섰다. 메뉴판을 살피던 우리 눈에 띈 것이 있었으니 바로 치킨! 그래, 여기는 육류(그래봐야 인도에선 닭이 전부지만)를 먹을 수 있는 동네인거다.


종교적인 이유로(함피는 남인도 힌두교의 성지다.) 육류와 주류를 구할 수 없는 것이 함피의 딱 한 가지 단점?이었는데, 강을 건너기만 하면 그 문제? 또한 간단히 해결되니 점점 더 함피가 사랑스럽게 느껴지는구나.

 

 

 

강 건너 함피바자르가 보인다.

 

난 잠이나 자련다.

 


순식간에 식사를 끝내고 나니 이제서야 주변 분위기가 눈에 들어온다. 비루파크샤 사원을 비롯한 함피바자르 지역이 강 건너 그리 멀지 않아 보이는데, 이 동네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옷 한벌로 일주일은 충분히 버틸 것 같은, 긴 머리를 땋아올린 청년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주변 사람들의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길게 늘어져 낮잠을 즐기는 이들이 있다.

 

배가 끊기면 오갈 수 없다는 것이 무슨 대수란 말인가. 저마다의 방법으로 저마다의 시간을 즐기는 이들에게 이렇게 완벽한 휴식처가 또 있을까. 강 건너 새로운 세상을 발견했다는 것이 묘한 설레임을 안겨준다. 함피 일정이 이렇게 길어지는구나.

 

 

이제 집에 가자

 

 

함피바자르로 돌아갈 시간이다. 처음 강을 건넜던 지점과 같은 모터보트가 운행하고 있어, 스쿠터를 끌고 내려갔는데 생각지 못한 문제에 부딪혔다. 바로 이 배에 스쿠터를 싣지 못하게 되어 있다는 거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끊어진 다리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보트인데, 게다가 오전에는 스쿠터를 싣고 건넜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스쿠터를 가지고 돌아갈 방법은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 뿐이라고!

 

 

 

이게 바로 바구니 보트


난감해하는 우리앞에 갑자기 나타난 청년이 다른 배를 타고 가면 된다며 기다리란다. 응? 이건 또 뭔소리야? 물음표를 가득 띄우고 있는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동그란 대나무로 된 대형 바구니 보트였다. 지금 이걸 타고 강을 건너라고? 의심가득한 표정의 나에게 청년이 말하길, 15명 이상 탈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란다. 뭐? 넌 지금 보트에 고인 물 퍼내고 있으면서 그런 말이 나오냐?!

 

 

 

두근두근 탑승중;;;

 

 

우리와 같은 문제에 부딪힌 스페인 커플은 '어떻게 할거야? 니 결정에 따를게'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니, 니 녀석들까지 왜 이 어려운 문제를 내게 떠맡기는거냐! 황당하긴 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다. 뭐 죽기야 하겠어? 가라앉으면 수영해서 나오면 되지 뭐. 두근두근... 하나, 둘, 셋... 스쿠터 세 대와 일곱 명의 사람이 바구니에 실렸다. 오오.. 일단 가라앉진 않는다?!

 

 

시크한 청년은 중간중간 물을 퍼낸다

 

진짜 나무를 엮어서 만들었다.

 

사람들 구경나왔음;;

 

내리는 중

 

무사히 도착!

 

여기 15명도 탄다던데 믿을 수가 없다.

 

 

바구니보트의 움직임과 동시에 바닥에서 물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한 청년은 시크한 표정으로 바닥에 고인 물을 퍼내고, 다른 청년은 노를 젓는다. 그렇게 긴장속에 몇 분이 지나고 우리는 무사히 함피바자르 지역에 도착했다. 스쿠터를 하나씩 내리고 있는데 어느새 몰려든 다른 여행자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셔터를 누른다. 소감을 묻는 이들에게 완전 재밌으니 꼭 타보라고 말하는 나는 니들도 당해봐라 심보?! ㅋ

 

 

 

 

 

평온한 강가

 


빨래하는 여인들,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시원한 강바람을 즐기는 사람들... 강이든 바다든 물가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그들의 표정에서 희망과 활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이 고민과 걱정을 가져가주기 때문일까. 누군가 내게 말했던 흐르는 물처럼 살고 싶다는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