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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피, 몰락한 옛 왕조의 초대 (Hampi, India)

빛나_Bitna 2013. 10. 31. 06:16

 

함피 지도

 

스쿠터를 빌렸다.

 

 

14~16세기 함피는 비자야나가르(Vijayanagar)의 왕조의 중심지이자 힌두교 순례의 중심지였다. 덕분에 곳곳에 옛 왕조의 유적이 남아있다. 도시 전체에 퍼져있는 유적지들을 둘러보기 위해 스쿠터를 빌렸다. 디우 이후로 스쿠터를 탈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다음 기회가 찾아오는구나.


 

오빠, 달려~ㅋ

 

길을 가로막는 소 님;;

 

 

우리 일행은 다섯 명, 스쿠터 3개를 나눠타고서 찬찬히 길을 달려본다. 함피바자르를 빠져나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쭉 뻗은 도로와 나무 뿐,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함피바자르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작은 지도 한 장 옆에 끼고 유적지 사이사이를 달려본다, 탐험가같지 않아?

 

 

사원입구까지 데려다 준다고 (요금별도)

 

차 안에서 (걸어가는 것도 가능)

 

빗딸라 사원 도착

  

입장권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빗딸라 사원 (Vittala Temple). 지도상에 위치한 유적지 중 바자르에서 가장 멀리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론리플래닛 님이 말씀하시길, 이 사원이 함피에 남아있는 유적지 중 가장 보존상태가 훌륭하단다.

 

무려 250루피(함피에 있는 유적지 중 가장 비싼! 약 5천원)의 입장료를 받는 사원답게 넓직한 주차장도 있고, 사원입구까지 방문객을 실어나르는 전기차도 운행하고 있었다. 물론 별도의 요금을 받지만...

 

 

 

 

사원 내부

 

남자들은 저러고 논다. -_-;; (진짜 굴러갈 수 있는 구조라고)

 

 

힌두교 신 중 하나인 비뉴수(Vishnu)를 위한 이 사원 내부에는 화려한 조각이 새겨진 여러개의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안마당에 놓여있는 전차. 비뉴수 신을 위해 만들어진 이 전차는 100%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단다. 이 것이 특별한 이유는 실제 움직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바퀴도, 차축도 모두 돌로 되어 있는데 실제로 굴러갈 수 있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물론 너무너무너무 무거운 관계로 직접 움직여볼수는 없었지만.

 

 

 

 

 

화려한 조각들이 가득

 

음악기둥쪽은 출입금지 ㅠ

 

 

삼엄한? 경비속에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곳이 있었는데, 이 곳은 악사들이 맨손으로 연주했던 곳이란다. 맨손으로 연주는 어떻게 하는거지? 이 동네 사람들 초능력이라도 있었던거야? 그 비결은 각각 다른 소리를 낸다는 56개의 음악기둥이란다. 진짜?! 정말정말 궁금했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 관광객들이 너무 많이 두들기는 바람에 이 곳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으니까. 아이러니하다. 몰려드는 관광객은 사원의 복원과 보호를 위한 자금이 되면서도 위협요소가 된다는 것이.

 

빗딸라 사원은 왕조의 몰락으로 미완성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외벽, 지붕, 기둥에 새겨진 조각들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함피에서는 흔하디 흔한 유적지 표지판

 

 

마음가는대로 달리는거다.

 

 

빗딸라 사원을 돌아보고 함피바자르 방향으로 핸들을 돌렸다. 이제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보이는 유적지에 스쿠터를 세우면 된다. 마음 가는대로, 눈에 띄는대로...

 

 

  

 

 

도시 곳곳에 퍼져있는 유적지

 

 

지도상에 표시된 유적지 숫자도 꽤 많았지만 직접 돌아다니다보니,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유적지들이 정말정말 많았다. 사원 하나를 지나고 몇 미터 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유적이 나타난다. 현지 사람들이 유적지 주변에 거주하지 않는 이유가 (보호도 보호지만) 그들의 집을 세울만한 공간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고고학자라도 된 양, 하나하나 이름과 설명을 확인했는데 점점 지쳐왔다. 발음도 힘들고, 힌두교 신 이름은 참 어렵기만 하고, 더운 날씨에 영어를 많이 봤더니 머리도 아파온다. 몇 개의 유적지를 돌아보다 함피를 즐기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냥 보기.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면 사진찍기. 흔적만 남아있는 곳이라면 혼자 추측해보기.

 

 

Queen's Bath

 

목욕탕이라기 보다는 야외수영장 같은 모습

 

지하사원

 

 

다른 유적지들에 비해 많은 사람이 몰려있는 곳은 바로 로얄센터(Royal Center)라 불리는 구역이다. 이름처럼 왕과 그의 가족들을 위한 공간이 있었던 곳인데, 얼마나 넓은지 그 안에 제나나(Zenana)라 불리는 또 다른 구역이 있더라. 끊임없이 나타나는 사원에 슬슬 질려갈 때라 그런지 이 지역에 건물들은 꽤 흥미로웠다.

 

 

제나나 구역으로 가는 중

 

 

로터스마할

 

 

코끼리 사육장

 


거대한 왕궁터, 지하궁전, 정자, 코끼리 사육장, 공중목욕탕 등의 건물들은 당시 화려했던 왕궁생활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다. 가장 인기있는 샷포인트는 겹겹의 꽃잎처럼 만들어진 로터스 마할의 문. 만약 그 옛날에도 카메라가 있었다면 이 곳을 세운 사람들도 우리처럼 수백장의 사진을 찍었을텐데, 미안하기까지 하다. 만든 사람 따로 있고, 즐기는 사람 따로 있고;;

 

 

우리를 붙잡은 표지판

 

크리슈나 사원 앞에 있는 유적지

 

여기가 크리슈나사원

 

 

비교적 보존상태가 좋은 편이다. (팔다리는 없지만 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주변을 둘러보니 해가 많이 낮아졌다. 유적지 근처가 밤에는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에 서둘러 돌아가기 위해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서두르던 것도 잠시일 뿐, 함피바자르 지역 직전에 있는 크리슈나 사원(Krishna) 앞에 우리는 또 다시 스쿠터를 세우고 말았다.

 

사원을 지키는? 경찰 아저씨는 간만에 맞이한 외국인이 반가웠던지 크리슈나 신에 대해 설명하려 했지만, 인도 여행 한 달이 넘어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인도 신화는 넘사벽인지라 미안한 미소를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내겐 너무나 벅찬 신화. 그 유명한 그리스,로마 신화도 몇 번이나 읽었는데 아직도 모르겠다구..;;; )


 

해가 진다.

 

함피에선 스쿠터가 필수!

 


해가 지고, 달이 떴다. 도시 전체를 차지하는, 거대한 옛 왕조의 흔적위에 서서히 어둠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조명하나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허물어진 유적들이 쓸쓸해 보인다.

 

함피바자르 지역으로 돌아가는 길, 도로 위에 보이는 사람은 모두 우리같은 여행자들뿐이다. 몰락한 왕조의 고도(古都)는 어느새 전세계 여행자들의 차지가 되었지만 변한 것은 겉모습 뿐이다. 모든 여행자들은 마음속에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으니까. 옛날 순례자들이 그러했듯이.

 

함피 유적지 돌아보기

- 함피바자르가 있는 강 남쪽에 대부분의 유적지가 몰려있다.

- 유적지들이 넓은 지역에 퍼져있기 때문에 도보이동은 불가능. 자전거, 스쿠터, 릭샤를 활용하자.

- 유적지들 사이에서 식당, 가게를 찾기 힘들다. 간식과 음료를 챙겨다니자.

- 빗딸라 사원 입장권이 있으면 같은 날 로터스마할이 있는 지역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반대로도 가능)

  함피 유적지 중에서 나름 입장료가 높은 편이므로, 두 지역은 같은 날 방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