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ASIA/인도 India

까냐꾸마리, 인도 힌두교의 성지 구경하기 (Kanyakumari, India)

빛나_Bitna 2014. 2. 14. 07:30

 

사람들따라 사원으로

 

 

우리가 까냐꾸마리를 찾았을 때는 인도 힌두교 최대 명절(?)인 디왈리였다. 덕분에 평소에는 (우리같은) 여행자만 쓸쓸히 돌아 다닌다는 까냐꾸마리에 유난히 많은 현지인들이 몰렸다. 인도 사람들에게 이 곳은 땅끝마을이기 이전에 힌두교의 성지이니까. 그래서 오늘은 현지 사람들을 따라다녀보기로 했다.

 

 

사원입구

 

사진 촬영 금지

 

입장권과 빨간 가루가 들어가 있는 봉투를 준다;



일출을 보고 부지런히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을 얼릉 따라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것은 까냐꾸마리 사원. 이 사원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 지역의 처녀 여신 Parvti를 봉한 사원이란다. 그녀는 시바신과 결혼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참회를 했지만 끝내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영원한 처녀로 남게 되었다고. 힌두교에서 이 사원은 화합과 신성의 상징이란다. 솔직히 사원에 얽힌 이야기는 아무리 노력해봐도 왜 신성한지 잘 모르겠구나;;

 
재밌는 것은 사원에 입장하는 모든 남자들은 웃옷을 벗어야 한다는 것. 결혼도 못한 아가씨 여신을 위한 서비스랄까? 그러나 인도 남자들 몸매가 그리 훌륭하지 않다는 것이 함정이라는!

 

 

 

 

페리를 타기 위한 긴 줄

 


사원을 돌아보고 나오는 길, 엄청나게 긴 줄과 마주했다. 이 사람들은 뭘 기다리고 있는거지? 호기심에 추적해보니 줄의 시작점은 보트 선착장이었다. 여기서 배를 타면 까냐꾸마리 앞에 있는 두 개의 섬으로 갈 수 있다고.

 

 

나도 동참!

 

저 배를 타고 간다고

 

사람 많구나

 


도대체 뭐가 있길래 다들 저 섬에 못가서 난리인지... 잠시 후 줄이 조금 줄어든 것을 확인, 우리도 덩달아 긴 줄에 합류했다. 커다란 배는 금새 사람들로 가득찼고, 직원들은 모든 사람들을 자리에 앉히고 구명조끼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5분이 채 안되는 짧은 거리인데 이건 좀 과한 거 아니야? 1박 2일 하우스보트에서는 구명조끼 구경도 못했구만... 도무지 원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인도답다고나 할까.

 

 

까냐꾸마리 시내를 뒤로 하고

 

은근 파도가 높다.

 

도착!

 

 

그렇게 진짜 3분, 500m정도를 달려 도착한 곳은 까냐꾸마리 앞 바다에 있는 돌 섬 되시겠다. 그 짧은 시간의 항해?가 그렇게 좋았던건지 구명조끼를 내려놓는 현지 사람들의 눈동자가 반짝반짝하다. 놀이동산 롤러코스터 출구에서나 볼 것 같은 아이들의 얼굴마냥.

 

 

 

 

비베카난다 기념관. 신발을 모두 벗으라고!

 

 

까냐꾸마리 앞 바다에는 두 개의 돌 섬이 있는데, 육지에서 배로 오갈 수 있는 섬은 하나뿐이다. 다른 섬으로 가는 다리 같은 것도 있고, 배도 있는 것 같았는데 일반 사람들은 갈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이 섬에 위치한 아니 이 섬 전체는 비베카난다(Vivekananda) 기념관으로 입장하는 모든 사람들은 신발을 벗도록 되어 있다.

 

비베... 뭐라고? 스와미 비베카난다(Swami Vivekananda), 이 발음하기도 힘든 사람은 서양의 힌두교를 처음으로 전파한 사람이다. 이 곳에서 미국으로 떠나길 결심했었기에 이 곳에 기념관이 세워졌다고. 그의 업적은 미국과 유럽에 힌두교와 요가를 전파한 것이라는데, 종교는 잘 모르겠지만 서양 아이들도 '요가'를 모르는 사람은 없는 것이 사실이니, 섬 하나쯤은 그에게 내주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바다는 좋구만

 

저 아저씨는 무슨 시인이라던데...

 

인도 사람들은 기념사진에 열중


인도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에 기념관으로 들어가는 사람이 꽤 많았지만 우리는 들어가지 않았다.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고 지금까지 인도를 돌아다니면서 힌두교와 관련된 것은 너무 많이 보았으니까. 하나쯤 지나쳐도 되겠지. 또 하나의 돌 섬에 서 있는 엄청나게 큰 동상은 티루발루바르(Tiruvalluvar)라는 시인의 것이라고 한다. 까냐꾸마리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서 있는 것이 그가 이 도시를 지켜봐주고 있는 것 같구나.

 

 

 

이렇게 두 개의 섬이 있다.

 

 

다시 까냐꾸마리로 돌아오기

 

 

섬 안에 있는 기념관이나 동상은 큰 흥미를 끌지 못했지만 나는 이 곳에서 보는 바다와 사람들의 모습이 좋았다. 3분 남짓한 배 안에서도, 기념관 안에서도 사람들은 모두 아이처럼 즐거운 표정이었으니까.

 

뜨거운 태양아래 한껏 달궈진 돌 위를 맨발로 걷는 것이 꽤 힘들었지만 우리는 한참동안 바다를 바라보았다. 한발씩 한발씩 번갈아 딛으면서. 인도 대륙 최남단 까냐꾸마리, 오늘의 이 밝고 경쾌한 기운이 인도 전역에 퍼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