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공항으로 데려다 줄 택시
이른 아침부터 알람이 울린다. 평소라면 빠른 속도로 알람을 끄고 다시 잠을 청했을 신랑이 오늘은 벌떡 침대에서 일어난다. 이제는 조금 익숙하게 그리고 훨씬 빨라진 속도로 짐을 챙기는 우리 부부. 오늘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인도 여행이 끝나는 날이다. 다른 도시가 아니라 다른 나라로 이동하는 날이다. 기차도, 버스도 아닌 무려 비행기로! 그 동안 대충, 아무렇게나 집어넣고 다니던 수 많은 액체들을 큰 배낭에 쑤셔넣고 나니 예약한 택시가 도착했다.
제주커플 (사생활 보호를 위해 뒷모습만)
짐을 트렁크에 쑤셔넣고 지금까지 긴 시간을 함께 한 제주커플과 눈물의? 작별인사를 나눴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인연은 짧은 시간에도 금새 친해진다. '여행'이라는 공통된 그리고 가슴 설레이는 주제가 있는데다 하루 24시간 중 12시간은 함께 지내기 때문이다. 평소 우리의 생활속에서 하루 아니 한 달에 12시간 이상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가 몇이나 될까 생각해 본다면, 여행이 만들어주는 '속성 친구'는 그냥 무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
우리는 같은 한국인인데다 수 많은 SNS 서비스 덕분에 우리의 인연이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확신하지만 그래도 당장 눈 앞에 닥친 이별이 서운하기만 하다. 팔이 빠져라 흔드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데... 그 부족함을 채우지 못하고 그렇게 우리는 익숙치 않은 이별을 했다.
공항으로 가는 길
택시는 마말라푸람을 출발, 첸나이 국제공항을 향해 달렸다. 아침부터 감상적이 된건지 오늘따라 인도의 아침햇살이 더욱 빛나보이고, 동네도 더 깨끗해 보이고, 길거리 소님도 왠지 정감이 간다.
여행은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이. 어린시절 전학가는 친구과의 이별, 청춘에는 연인과의 헤어짐, 사회에서는 퇴사 그리고 먼 훗날 삶과의 이별... 모든 시작과 만남이 중요한 것처럼 끝과 이별 역시 중요한 법인데, 나는 우리는 그 이별에 아직 서툴기만 하다. 길고 긴 우리의 여행이 끝나면 나는 조금 더 멋지게 떠나보내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공항 도착
이제 인도랑 안녕하는거야.
완전 크고 깨끗한 (하지만 공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첸나이 국제공항. 스리랑카로 가는 보딩패스를 받아들고 비행기 시간표를 확인하니 길고 긴 인도 여행이 끝났음을 실감할 수 있게 되었다. 인도에 온 첫 날,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혼란의 캘커타 거리를 방황했던 것부터 마지막 도시 마말라푸람까지 지나온 도시들이 그 속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하나하나 떠오른다.
스리랑카로 간다지?
주마다, 도시마다 너무나도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는 나라, 인도. 매일같이 지저분한 거리와 징그럽게 따라붙는 삐끼들과의 전쟁을 치르면서도 이상하게 정이 가는 그런 나라가 바로 인도다. 덜덜거리는 기차에서 새우잠을 자면서, 10루피(200원) 깎아보겠다고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가면서 나는 내 스스로의 한계를 넓힐 수 있었던 것 같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소 님도, 열차안에서 마시는 짜이 한 잔도 많이 그리울거다. 안녕, 인도. 즐거웠어.
Sep. 2012 ~ Nov. 2012 @India
1년이 훌쩍 지난 인도 여행기 드디어 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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