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LATIN/칠레 Chile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준비 및 노약자?코스 (Torres Del Paine, Chile)

빛나_Bitna 2014. 7. 10. 19:04

 

바로 여기 붙어있다.

 

남미 대륙의 끝 파타고니아에는 칠레가 자랑하는 국립공원, 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가 있다. 인류의 손길에 길들여지지 않은 지형과 그 속에서 살고있는 생명체들... 이 야생의 아름다움을 만나기 위해 전세계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는다. 하루에 사계절을 경험할 수 있다는 파타고니아의 궂은 날씨도 마다하지 않고서.

 

 

토레스 델 파이네 대표사진

 

우리 부부는 토레스 델 파이네를 앞에 두고 몇 일을 망설였다. 남미 최고의 비경으로 꼽히는 지역이지만, 이 곳을 여행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트레일의 난의도도 그렇지만 더 부담스러운 것은 트레킹 기간동안 필요한 캠핑용품과 식량을 모두 짊어지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우린 산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라고!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수 없지! 고민끝에 일정과 날씨를 조사하고 앞서 다녀온 여행자들의 조언을 더해 루트와 식단을 완성했다. 혹시나 우리같은 초보 트레커들을 위해 그 준비과정을 공개해 본다.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주변에는 마을이 없다. 따라서 국립공원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잠과 식사를 모두 공원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물론 공원안에 산장과 레스토랑이 있지만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저렴한 도미토리도 1박에 인당 70USD를 호가하는데, 그마저도 침대만 덜렁 있어서 침낭은 각자 준비해야 한다고. 우리같은 배낭여행족들에게는 캠핑외에 선택권이 없는거나 마찬가지...;;;

 

 


토레스 델 파이네, 어디로 가야 할까?

 

전체지도 (노란색이 W트랙)

 

토레스 델 파이네의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는 1)W 트랙과 2)일주 코스다. W트랙은 트레일이 알파벳 W자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보통 4~5일이 소요된다. 일주코스는 W트랙과 그 뒤로 이어진 전 구간을 원을 그리며 도는 코스로 일주일에서 열흘이 소요된다. 많은 여행자들이 W트랙을 선택하지만 레알 야생을 체험하고 싶은 이들은 일주코스를 선택한다.

 
코스를 선택했다면 트레킹 기간을 결정해야 한다. 발길이 가는데로 따라가고픈 여행자지만 기간에 따라 준비해야 하는 식량과 장비 그리고 마음의 각오가 다르기 때문에. 언제나 바쁜 우리나라 여행자들에게 '3박4일=W트랙'이 공식처럼 되어 있지만 모든 것은 개인의 기호와 체력 그리고 경제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트레일 곳곳에 캠핑장이!

 

트레일 중간중간에 위치한 유/무료 캠핑장, 호텔, 산장, 레스토랑의 위치나 시설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보통 무료 캠핑장은 특별한 시설없이 공터만 있고, 유료 캠핑장은 샤워실, 주방시설, 전기가 갖춰져 있다. 또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바로 날씨. 비교적 날씨가 좋다는 여름(1~3월)에도 눈비가 쏟아지는 것이 바로 이 동네의 날씨니까.

 

-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홈페이지 : http://www.torresdelpaine.com/
- 토레스 델 파이네 일기예보 보기 : http://www.accuweather.com/en/cl/torres-del-paine/60105/weather-forecast/60105

 

 

 

푸에르토 나탈레스(Puerto Natales), 토레스 델 파이네를 위한 전초기지

 

푸에르토 나탈레스

 

푸에르토 나탈레스(Puerto Natales)는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서 남쪽으로 112km 떨어진 작은 마을이다. 다른 도시 (혹은 나라)에서 토레스 델 파이네에 간다는 것은 푸에르토 나탈레스에 간다는 말과 같다. 이 곳을 거치지 않고 국립공원에 갈 수 없으니까.

 

이 곳은 토레스를 위해 존재하는 마을이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국립공원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마을(버스로 무려 2시간 거리긴 하지만!)이라 트레킹을 앞둔 혹은 끝낸 여행자들과 이들을 위한 장비대여점, 슈퍼마켓, 와인샵, 식당, 카페 등등 여행자들을 위한 시설이 가득하니까. 토레스 입성을 앞둔 여행자라면 이 마을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다.

 

1) 푸에르토 나탈레스 - 국립공원 버스표 구입 : 국립공원으로 출발하는 날짜만 정해져 있고 마을로 돌아오는 날짜는 정해져 있지 않다. Open ticket이란 소리! 국립공원 안에 있는 버스정류장 사이를 이동하는 것은 무료다. 왕복티켓이며 성수기 12,000~15,000CLP. 2014년 4월 비수기라 8,000CLP에 구입.

 

2) 트레킹을 위한 장비 렌탈 : 텐트, 침낭, 매트, 코펠부터 배낭, 신발, 옷까지 필요한 건 다 빌릴 수 있다. 각 아이템별 가격도 중요하지만, 최종 가격을 1박 기준으로 하는지 1일 기준으로 하는지가 중요하다.


3) 트레킹을 위한 식량 구입 : 일정에 따른 식단을 미리 결정하는 것이 좋다. 조리가 쉽고 무게를 줄일수록 좋겠지.

 

4) 짐보관 : 많은 숙소가 트레킹을 떠나는 이들을 위한 짐 보관소를 가지고 있다. 숙소를 정할때 이 부분을 꼭 확인하자. 개인 자물쇠가 필요한 경우가 많으니 미리 챙겨둘 것.


5) 각종 예약 : 투어나 국립공원에 있는 산장이나 캠핑장 등을 예약할 수 있다.

 

 

트레킹 복장과 준비물은?

 

우리의 준비물

 

뭐든지 필요한건 다 빌릴 수 있다.

 

텐트 미리 쳐보기;;

 

짐을 최소화 하는 것에 중점을 맞췄다. 짐을 짊어지고 다니는 루트를 계획하지 않았지만 짐은 가벼울수록 좋은거니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방한용품이었고 그 중에서도 침낭, 수면양말, 장갑, 머플러, 다운점퍼가 큰 도움이 되었다. 낮에는 해도 뜨고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많이 춥지 않지만 아침 저녁으로 은근 추웠다.

 

렌트한 두꺼운 침낭과 가지고 있는 얇은 침낭을 모두 가져갔다. 렌트한 침낭 속에 내 침낭을 넣어 두 겹으로 사용했는데, 보온과 위생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어 그렇게 잠자기 편하더라. 너무너무 추우면 뜨거운 물을 넣어서 끌어안고 자려고 빈 물통을 몇개 가져갔는데, 다행히 그걸 사용할만큼 날이 춥지 않았다. 우리가 운이 좋은건가? 그 외에 소소하지만 도움을 받은 물건들을 꼽자면 신문지. 텐트 바닥에 깔아서 아침 이슬의 습격을 막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으니까.

 

당연히 트레킹을 위한 기능성 의류와 신발을 신으면 좋지만 장기 여행자인 우리에게 그런 고급? 장비따위 있을리가. 덕분에 청바지와 레깅스, 러닝화를 신고 올랐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다. 물론 낡은 운동화 옆구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버렸지만.


 
트레킹 식단은 어떻게 준비했을까?

 

4일치 식량들

 

점심을 위한 햄버거 패티 준비!

 

산속에서 고기 쌈을 얻어먹었다. ㅠㅠ

 

캠핑장에서 요리하기

 

4일간의 식단을 꽤 어려웠다. 대충먹자니 운동량을 생각하면 좀 그렇고, 제대로 차려먹자니 시간도 오래걸리고 준비할 것들도 많으니까. 고민끝에 아침은 참치&야채죽, 점심은 햄버거, 저녁은 아껴두었던 한식(즉석국과 통조림)과 밥으로 결정하고, 출발하기 전 재료들을 모두 준비했다. 햄버거 패티를 튀기고, 야채들을 작게 잘라서 준비하고... 덕분에 산 위에서의 식사준비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한인슈퍼를 들리지 못한 것이 영 아쉽지만, 빵에 뭔가를 발라먹는 것으로 세 끼를 해결하는 서양 친구들과 비교하면 따뜻하고 든든한 것이 훌륭한 식단이었다. 한식은 위대하도다! 

 

1) 참치&야채죽 :(전날 저녁에 밥을 많이 해두면 편리), 참치캔, 간장, 소금, 야채육수 블럭, 손질한 야채(양파,마늘,당근)
2) 햄버거 : 빵, 햄버거패티, 치즈(날씨가 덥지 않아서 냉장고 없이도 4일은 버티더라.), 손질한 양파, 마요네즈
3) 밥 : 쌀, 즉석국, 라면, 한식통조림 
- 국립공원 어디서나 물은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냥 떠서 마시면 된다. 고로 물통만 준비하자.

 


토레스 델 파이네 노약자 코스? 짐에서 자유로워지자.

 

우리가 겁도 없이 토레스 델 파이네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이스터섬에서 만난 예쁜 아가씨가 알려준 이른바 '노약자코스' 덕분이었다. (시간이 엊갈려 결국 통성명도 제대로 못했는데, 혹시 이 글을 보시면 연락주세요!) 아무리 멋진 풍경도 몸이 편해야 즐길 수 있다는 그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그녀가 알려준 코스를 우리는 그대로 따라갔다. 혹시 비슷한 이유로 망설이고 있다면 눈을 크게 뜨고 보시라.

 

3박 4일, 노약자코스 (클릭해서 크게보기)

 

Day1) 푸에르토 나탈레스 출발, 국립공원 입구 하차 (버스) - 라스 토레스 캠핑장 이동 (호텔버스) -  캠핑장 짐 풀기 (라스 토레스 Las Torres) - 캠핑장에서 토레스 삼봉 왕복 (8~9시간, 정상 근처 난의도 상)

 

Day2) 캠핑장에서 국립공원 입구로 이동 (호텔버스) - 국립공원 입구에서 선착장 이동 (버스) - 캠핑장 이동 (배) - 캠핑장 짐풀기 (파이네 그란데 Paine Grande) - 캠핑장에서 그레이 빙하 전망대 왕복 (7~8시간, 길이 쉬운 편) * 선착장에서 시간여유가 있으면 근처에 '살토 그란데 Salto Grande' 폭포를 방문해보자.


Day3) 캠핑장에서 브리타니코 전망대까지 왕복 (캠핑장 이동없음, 9~10시간, 정상 근처 난의도 최상!)


Day4) 텐트 철수 - 캠핑장에서 선착장 이동 (배) -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이동 (버스)

 

- 위 일정은 3박 4일 기준이다. 만약 4박 5일 일정이라면 두번째 날(Day2) 이동하지 않고 라스 토레스 캠핑장에서 이탈리아노 캠핑장까지의 구간을 왕복한 뒤 나머지 일정을 소화하면 W트랙을 모두 완료할 수 있다. 무엇이든 개인의 선택!  

 

이른 아침, 푸에르토 나탈레스 버스역

 

입장권과 지도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까지는 약 두 시간이 소요된다. 공원 안에는 1) 매표소가 있는 국립공원 입구와 2) Pehoé 호수 선착장 이렇게 두 개의 버스 정류장이 있다. 어느 정류장에 하차하든 본인의 자유지만, 모든 승객은 첫번째 정류장에서 내려 국립공원 입장권을 끊고 트레킹 주의사항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첫날 가뿐하게 걸어서

 

토레스 삼봉까지!

 

국립공원 입구에서 약 7km 떨어진 라스 토레스 호텔에서는 손님들을 위해 국립공원입구와 호텔 사이에 버스를 운행한다. (호텔 버스 편도 2,500CLP) 국립공원 입구를 출발한 호텔버스는 라스토레스 호텔, 산장, 캠핑장에 승객들을 내려준다. 여기서 짐을 풀고 나면 가벼운 몸으로 첫날 트레킹을 시작할 수 있다.

 

호텔버스로 국립공원 입구까지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오는 버스로 선착장까지

 

배로 캠핑장까지

 

두번째 날 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침부터 부지런히 짐을 정리해서 호텔버스를 타고 국립공원 입구로 돌아가는 것이다. 오전 9시에 출발하는 첫 차를 놓치면 국립공원 입구까지 시간내에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생긴다.

 

국립공원 입구에 하차하면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온 버스를 탈 수 있다. 이 버스를 타고 다음 정류장인  Pehoé 호수 선착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국립공원 안에 있는 정류장 사이를 오가는 것은 특별히 티켓 확인을 하진 않지만 그래도 본인이 구입한 회사의 버스를 타도록 하자. 

 

살토 그란데

 

호수도 많고

 

국립공원 입구부터 선착장까지는 버스로 약 한시간이 걸린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면 파이네 그란데 산장, 캠핑장에 도착한다. 여기 짐을 풀고 두번째 날 트레킹을 시작하면 된다. 마지막 날에 다시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야 하기 때문에 배표는 왕복으로 구입하는 것이 저렴하다. (편도 12,000CLP, 왕복 19,000CLP - 2014년 4월)

 

세 번째 날은 캠핑장 이동없이 W트랙 가운데 있는 프란세스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일정이다. 이동거리가 꽤 길고 정상 근처 길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캠핑장 이동없이 온전히 하루를 투자할 수 있는 세번째 날이 좋다.

 

마지막 날은 여유롭다. 모든 짐을 철수하고 배를 타고 선착장으로 돌아가 선착장에서 푸에르토 나탈레스 행 버스를 타는 것이다. 배도 호텔버스와 마찬가지로 푸에르토 나탈레스-국립공원 버스 시간표와 딱딱 맞춰져 운행한다.  

 

시커먼 것도 다 빙하;

 

 

 

은근 힘들었던 가운데 전망대

 

이 루트의 단점이라면 1) 호텔버스와 배를 왕복으로 탑승하는 것에 의한 비용증가, 2) W트랙 4개의 구간 중 하나를 지나쳐야 하는 것, 3) 똑같은 길을 반복해서 걷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2)의 경우 일정을 하루 추가하면 해결할 수 있고, 3)의 경우는 같은 길이라도 방향에 따라 시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남는 것은 1) 우리나라 돈으로 약 2만원 정도의 비용인데, 짐을 메고 걷지 않는다는 엄청난 장점에 홀린 우리는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아침의 토레스 델 파이네

 

3박 4일간의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아프리카에서 푹 빠져버린 캠핑의 매력에 슬슬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산 타기?가 더해졌기 때문에. 덕분에 밤마다 캠핑장을 누비는 쥐들을 막기 위해 돌담을 쌓는 것도, 누에고치처럼 침낭에 파묻혀 자는 것도 마냥 즐겁기만 했고, 무사히 해냈다는 뿌듯함에 싸구려 팩 와인은 참 달콤했다.

칠레 여행정보 - 산페드로 아타카마, 산티아고, 이스터섬, 토레스 델 파이네, 발파라이소, 비냐 델 마르, 와이너리 http://bitna.net/14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