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EUROPE/네덜란드 Netherlands

매주 토요일 델프트 벼룩시장 (Delft, The Netherlands)

빛나_Bitna 2015. 6. 2. 08:09



온 동네가 북적북적



부슬비가 내리는 겨울이 끝나고 찾아온 네덜란드의 봄. 아침잠 많기로 소문난 우리 부부지만 요즘은 매주 토요일마다 부지런을 떤다. 봄과 함께 델프트의 토요일 벼룩시장이 다시 시작되었기 때문에.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순 없잖아? 




온 동네가 다 시장이 된다.



델프트에는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 시내에서 마켓이 열린다. 목요일 마켓이 식재료, 공산품 등의 생필품을 위한 시장이라면 토요일 마켓은 목요일 마켓에 대규모 벼룩시장이 더해진 형태다. 벼룩시장은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생필품 장터만 1년 365일 내내 운영된다.) 겨울에 이 곳에 온 나에게는 올 봄이 처음 경험하는 벼룩시장 되시겠다.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시내 어디서든 가게들을 만날 수 있으며, 이 시장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도 많은 편이다.

 


장식용일까, 실제로 쓰는 걸까.


벼룩시장 단골 상품은 역시 그릇들


은식기와 크리스탈 종류도 많다.


귀여운 에스프레소 잔


장식용인지 사용할 수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도시마다 벼룩시장의 성격이 조금씩 다른데, 이 곳은 주로 오래된 (엔틱) 소품들이 주를 이룬다. 때문에 점포마다 진열된 자잘한 물건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다보면 시간이 금새 지나가 버린다. 가장 많고, 흔한 물건은 역시 주방용품. 아기자기한 찻잔과 식기, 장식용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운 화려한 무늬의 접시들은 요즘 나오는 제품들보다 확실히 우아한 느낌이다. 



악세사리와 인테리어 소품


오래된 소품들


요건 요즘 만든 것인가?


네덜란드 느낌이 물씬나는 아이템도 많다.


골동품 뱃지들


장식용인지 아닌지는 역시 확인불가

 


집 꾸미기 좋아하는 사람들답게 사람을 위한 악세사리보다 집 꾸미기에 적합한 소품들이 많다. 동양스러움의 상징이라 굳게 믿는 (그러나 정작 동양인인 나는 이해할 수 없는) 불상들부터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은 골동품까지 소품의 종류는 셀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아직 '집 꾸미기 초보자'인 나에게 소품을 사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일 뿐이고... 가끔 여기서 물건을 사가는 동네 아주머니들의 집을 구경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구나. 



늘어놓은 물건들


이 정도면 잘 정돈된 편


손가락만한 소품들


그 와중에 반액세일도 있다.


매의 눈으로 득템을 노려야 한다.


이렇게 대충 널어놓은 가게도 있다.


이 정도면 훌륭하게 진열한 편


진열 상태 좋고~


바닥에 진열된 물건도 많다.


꽤 오래된 듯?


동네 전체가 다 시장이 된다.



개인이든 단체든, 상인이든 아니든 벼룩시장은 사전에 신청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판매자가 될 수 있다. 모두 토요일에만 바짝 영업하는 형태지만 간이 매대가 있고 진열이 잘 되어 있는 곳은 판매자가 상인인 경우가 많고, 바닥에 조금 산만하게 물건들이 진열된 경우는 일반 개인이 판매자인 경우가 많다. 일부 점포(특히 상인들이 운영하는)에서는 카드 결재도 가능한데, 벼룩시장의 묘미인 흥정을 즐기기 위해서는 약간의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끝없는 인파



보통 아침 8~9시부터 시작되는 벼룩시장은 10~12시가 되면 절정을 이루고, 오후 3~4시가 되면 많은 점포들이 문을 닫는다. 요즘처럼 날씨가 좋은 토요일 오후에 시내를 걷다보면 온 동네 주민들이 다 밖에 나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라는.





네덜란드 스타일 집들의 모형


실제 존재하는 집의 모형이다.



벼룩시장 내 인기 아이템 하나는 바로 KLM(로얄 더치 항공)에서 만든 네덜란드 스타일 집 모형들. 암스테르담, 델프트, 브레다, 로테르담 등등 네덜란드의 유명한 도시에 실제로 존재하는 고택들을 본따 모형으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KLM 퍼스트 클래스 고객을 위한 기념품으로 제작되었는데, 인기가 높아 판매하기도 했었다고. 그때는 각 건물마다 실제 집의 사진과 그 집에 얽힌 이야기가 들어있는 책자가 포함되어 있었단다.


모형마다 어느 지역, 몇 번지에 있는 건물인지가 표기되어 있어 (심지어 지금도 그 집이 존재하고 있고)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가격은 보통 7~12유로 사이인데, 좁고 길쭉한 네덜란드 스타일 집의 특성상 5개 이상은 세워놔야 예쁘다는 것을 감안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벼룩시장 갈때마다 이상하게 자꾸 사고 싶어지는 것이 함정! 시장 안에서 원하는 건물 목록을 들고 벼룩시장을 누비는 사람들을 종종 만났지만, 다행히? 우리는 아직까지 한 채도 사들이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겠지? ㄷㄷㄷ;;;





흰색과 푸른색은 로얄 델프트의 상징



또 하나의 인기 상품은 흰색 파탕에 푸른색 무늬가 돋보이는 로얄 델프트 (Royal Delft) 그릇이다. 시내 곳곳에 판매점이 있고, 어떤 판매점에서는 눈 앞에서 무늬를 그려넣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굳이 벼룩시장에서 그릇을 찾는 이유는 세월의 흔적을 찾이 위함일 것이다. 가끔씩 100년, 200년씩 되었다는 접시들을 보면 당장이라도 깨지면 어쩌나 걱정이 앞서긴 하지만.. 오래된 접시들은 장식용인 경우가 많더라. 



꽃가게도 있고,


치즈 가게도 있고,


광장에서 커피도 한잔 하고



운하 주변에는 벼룩시장 점포들이 대세지만, 광장 주변은 야채, 과일, 고기, 치즈, 꽃 등의 생필품을 파는 가게들이 주를 이룬다. 이 곳에서 판매하는 물건들이 가격이나 질(신선도) 면에서 훌륭하기 때문에 언제나 동네 사람들에게 인기만점이다. 우리도 치즈와 야채는 목요일, 토요일 마켓을 주로 이용하는 편. 



득템을 노리는 중



아침부터 가게마다 진열된 물건들을 구경하다 보면 금새 오후가 된다. 뭔가를 꼭 구매하지 않더라도 실컷 마켓을 구경하고 광장에 앉아 광합성을 하면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있으면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겨울이 끝난 토요일에는 벼룩시장으로, 고고! 


토요일 델프트 벼룩시장 

: 매주 토요일 아침, 델프트 시내 구교회와 신교회 근처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엔틱 소품 중심의 벼룩시장과 과일, 야채, 생선 등의 식품/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는 일반 마켓이 함께 운영된다. 단 벼룩시장은 겨울(10월 중순~4월 중순)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http://www.delft.nl/delften/Tourists/Shopping:31577/Marke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