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ASIA/티벳 Tibet

[Tibet, 2007] 무한체력 빛나씨, 티벳에 서다!!! (Lhasa)

빛나_Bitna 2007. 9. 13. 13:44

01. 라싸로 날아가는 길, 하늘에서 일출을 보다.

 새벽 4시, 숙소 사람들을 죄다 깨우면서 체크아웃을 했다. (럭셔리한 숙소야, 안녕~ ㅠ_ㅠ) 공항가는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정류장에서 중국인 부부를 만났다. 넷이 40위안에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달렸다. 티벳에서 학생을 가르친다던 그의 정확한 영국식 발음이 나의 귀에 착착 달라붙는다. (여행만 가면 영어가 급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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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를 탔더니 공항에 일찍 도착했다. 사람은 좀 있지만 심하게 조용한 공항... 그렇다. 5시부터 영업(?)시작이랜다. 슬금슬금 앞에서 멤돌다가 잽싸게 수속을 마치고 면세구역으로 향했다.  보안검사를 하면서 퍼밋도 확인한다. 퍼밋때문에 고생한게 있어서 아무도 검사안하면 울어버리려고 했는데 왠지 뿌듯하다. (항공권 살 때, 탑승권 받을 때, 들어갈 때... 계속 검사한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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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5:20 - 탑승 대기중


 탑승을 기다리며 주변을 둘러보니 라싸행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대부분 유럽에서 온 여행객이지만 간간히 럭셔리한 중국인도 보인다. 요상한 언어(한국어) 가이드북을 꺼냈더니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이 어디서 왔나 궁금한가보다. 쳇, 我 是 韓國人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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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청두 구간 비행기랑 같은 사이즈. 허나 걸어올라간다.

드디어 아침 6시. (실제 시간은 새벽 4시)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아침에 라싸행 비행기에 올랐다. 친절한 미소를 날리고 있지만 승무원들도 너무 이른시간이라 완전 졸린 표정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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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비행기 기내식은 죽이랑 소세지 들어있는 빵.


담요와 베개를 챙겨들고 잘 준비를 하고 있는데 기내식이 나오자 눈이 번쩍 뜨인다. 예상대로 기내식은 형편없었지만 우린 죽이 뜨거워서 좋다며 단숨에 먹어치웠다. (못 먹는게 없다.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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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뜬다. (창쪽이 아니라서 낭패;; )

 
 식사가 끝난 뒤, 사람들이 하나하나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든다. 잠이 다 깨버린 나는 홀로 주변을 둘러본다. 노란머리, 파란 눈의 유럽 여행족들이 유난히 많다. 조금 신기하다. 그들은 무엇을 위해서 여기까지 왔을까? 그리고 난 무엇을 위해서 여기까지 왔을까?
 창 밖으로 붉은 태양이 떠오른다. 어제는 느끼지 못한 설레임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구름 아래로 하나, 둘 산이 보인다. 하늘에 닿을 듯 높은 산들이 끝없이 펼쳐진 곳_ 난 세계의 지붕위에 있다.


02. 변덕스러운 날씨에 초조함만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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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싸 시내. 예상대로 상당히 번화한 도시다.


공가공항(라싸공항)에 첫 발을 내딛었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과 눈 앞에 보이는 산 정상이 내가 정말 높은 지역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버스를 타고 라싸 시내를 들어가는데 부슬부슬 비가 오기 시작한다. 왠지 샤허의 악몽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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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크 2인실 (욕실없이 150위안) 비싸다. -_-;

공항버스는 포탈라 근처에서 내려준다. 부슬부슬 비가 오자 괜히 초조함이 앞선다. 지도를 펼쳐들고 무작정 야크호텔을 찾아 걸었다. (후에 알았지만 포탈라에서 야크까지 거리는 꽤... 멀다.. ㅠ_ㅠ) 도미토리는 이미 가득차서 2인실에 체크인을 했다.


03. 24시간만에 첫 식사는 야크 스테이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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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일어나자 비가 그쳤다. 언제 그랬냐는듯 맑고 푸른 라싸의 하늘이 손에 잡힐듯 가까이 있다. 계속 하늘을 즐기고 싶지만 배가 고파온다. 한국을 떠나오고 제대로 된 식사를 구경하지 못한지라 나름 우아하게 식사를 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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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크 스테이크 (25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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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크 버거? (23위안)

이 지역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하는 '야크고기'. 특히 스테이크로 유명하다던 '남쵸 레스토랑'(바낙숄호텔 3층에 위치)에서 제대로 된 상을 차렸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질기지도 않고 향이 강하지도 않다. 한마디로 맛있다! ㅠ_ㅠb 이상한 기내식과 컵라면은 이제 잊으리라!


04. 긴급상황 발생! 고산병에 쓰러진 그녀!
 


비가 그치고, 밥도 먹고, 방도 편안하고.. 이제 편안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두어시간 눈을 붙이고 일어났을때, 난 두 눈 쾡~하게 뜬 나의 친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너무 졸리고 피곤한데 잠을 한숨도 잘 수 없다던.. 입맛도 없고..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다는.. 그녀의 병명은 말로만 듣던 고.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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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홍경천. 효과는 모르겠다. -_-;

말도 잘 안통하는 내게 주어진 과제는 처음부터 만만치 않다. 고산병에 좋다는 홍경천, 물, 과일등을 사다 먹여봤으나 영~ 효과가 없는 듯 하다.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수면제를 먹였더니 곤히 잠이 들었다. 휴~ 한숨 돌리고 호텔 pc방에 갔더니 일하는 언니가 내게 '넌 괜찮니?'라고 물었다. 물론! 난 괜찮다. 아주 멀쩡하다. 어.. 어떻게? 역시 난 무.한.체.력.?! (나중에 남쵸호수에 갔을때도 내게 고산병은 없었다. 외지인이 티벳에서 고산병에 걸리지 않을 확률은 10%쯤이라 하던데...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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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크호텔 2층에 있는 Dunya 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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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티와 함께 하는 늦은 오후 (버터티 맛은.. 오묘하다.ㅋ)

친구를 재우고 혼자 방황하다가 호텔 2층에 있는 cafe로 향했다. 햇살이 잘 들어오는 테라스에 앉아서 본격적인 일정을 세우기 시작했다. 따뜻한 버터티를 마시며 따뜻한 햇살,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앉아있었다. 어제부터 뭔가 초조하고 불안했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기분도 좋아졌다. 쉬엄쉬엄 고산지대에 적응하며 보내는 시간은 왠지 평소보다 느리게 지나는 것 같다. 하지만 절대 무료하지 않은 평화로운 시간... 라싸에 들어온 첫 날에는 꼭 즐겨보라, 혼자만의 시간을!


05. 바코르에서 티벳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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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코르 광장에서 본 조캉사원.

 일정 정리를 마치고 이 어설픈 가이드북의 지도를 바로잡고자 밖으로 나갔다. 100배 즐기기 지도 정말 정말 어설프다! -_-+ 특히 조캉 사원을 기준으로 형성된 구시가지 지도는 지도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 결국 발로 걸어다니면서 나만의 지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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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이는 바코르 - 시장구경에 나서다!

라싸는 조캉 사원을 중심으로 구 시가지, 포탈라궁을 중심으로 신 시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조캉 사원을 둘러싼 팔각형의 길 바코르는 라싸 구 시가지 최고의 번화가라고 할 수 있다. 줄줄이 늘어선 가게와 노점상들은 먹거리, 생활용품은 물론 기념품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다.카스의 대바자를 다시 보는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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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코르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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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틈에서 오체투지하는 사람을 발견하다.

 시장은 현지인들의 가장 일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다. 갖가지 물건들과 길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는 재미란! (그 어떤 관광지보다 더 의미있는 무엇이 아닐까...)
과일파는 아저씨, '헬로헬로'를 외치는 기념품 가게 아가씨, 장보는 아주머니, 뛰노는 아이들.. 그 틈에서 마니차를 돌리며 바코르를 도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경건한 의식을 치르듯 경전을 외우며 바코르를 도는 티벳사람들과 그들을 넋놓고 바라보는 관광객(나같은..)도 여기에선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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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5~6시)가 되면 조캉앞은 오체투지를 하는 이들로 가득찬다.

바코르를 한바퀴 돌고 다시 조캉사원 앞으로 돌아왔을때, 난 발이 얼어붙은듯 한 발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곳엔 엄청난 인파가 조캉사원 바닥에 몸을 던지고 있었다. 진한 향내와 함께 들려오는 경전소리가 묘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다른 세상에 온 기분이었다. 눈 앞에서 몸을 던지는 그들과 나 사이에 두꺼운 유리벽이 가로막는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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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며 참 좋아하던 아주머니와 귀여운 꼬마.


칭짱열차가 뚫리고 라싸가 거대한 관광지로 발달하면서 이젠 티벳도 예전의 티벳이 아니라고 했는데_ 넓직한 도로와 잘 다듬어진 광장에 실망하기도 했는데_ 난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겉모습은 변했지만 그 속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은 변함없는 것을 왜 난 몰랐을까?! 고층빌딩이 끊임없이 올라가고 테헤란로를 메우는 차량은 계속 늘어나지만 난 한국인이 아니던가!
작은 사진 한 장에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웃음을 가르쳐주는 따뜻한 사람들. 그들의 믿음으로 살아 숨쉬는 곳이 바로 여기 티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