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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in] 자유로운 예술가들의 세상,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Madrid)

빛나_Bitna 2011. 2. 9. 13:04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ia)


 나는 비록 미술의 'ㅁ'자도 모르고 예술적 감각따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미술관을 둘러보는 것을 은근 좋아한다. 학창시절 책에서 보았던 작품들을 실제로 보는 것도 재밌고, 작가의 개성이 담긴 작품들을 보며 그가 살았던 시대나 그의 생각을 추측하는 것을 은근 즐기기 때문에... 그래서 마드리드에서의 마지막 날을 미술관에서 보내기로 했다.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소피아 미술관 앞 (뒤에는 로히 리히텐스타인의 'Brushstroke')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이하 소피아 미술관)은 마드리드 기차역인 아토차역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커다란 유리창을 가진 모던한 건물로 프라도의 고풍스런 건물과 다른 느낌이었다. 프라도가 루브르라면, 소피아는 오르셰정도 될라나? 소피아 미술관 내부에는 피카소, 미로, 달리와 같은 초현실주의의 20세기 화가들의 작품들은 물론 현존하는 스페인(및 유럽) 예술가들의 그림, 조각등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이제 들어가보자, 자유롭고 세련된 예술가들의 공간속으로..!!! 
  

피카소의 작품들이 가득하다.



파블로 피카소. 미술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 특별 전시회나 해야 볼까말까한 피카소의 흔적들이 소피아 미술관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디선가 보았던 익숙한 작품들은 물론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듯한 스케치까지 크기와 종류가 정말 다양했다. 학창시절 배웠던 지식들을 꺼내본다. '사물을 선으로 표현한 입체파 화가 피카소' (그렇다, 나 학교다닐때 공부 좀 했다! ㅋㅋ) 시험을 위해 열심히 외웠던 뜻 모를 표현이 그의 작품들을 보고서야 비로소 이해가 된다. 

게르니카를 보기 위해 몰려있는 사람들!

 
 소피아에서는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피카소의 작품들을 볼 수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인기있는 작품은 바로 게르니카이다. 이 작품을 위해 만들어진 전시실에는 작품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 곳에서는 게르니카는 물론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들을 함께 볼 수 있었다. 소피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전시실임을 알리기 위함일까, 유일하게 사진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된 곳이었다. 미술관 관계자가 작품 옆에 앉아서 카메라를 드는 관람객에게 'No photo'라고 소리친다는... 무섭다는...

이것이 게르니카!


가로 7.8m 세로 3.5m. 벽면 하나를 꽉 채운 이 거대한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작품이 가진 강렬함에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1937년 나치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스페인 게르니카 지방의 참사를 그린 작품인데, 피카소는 폭격 사건 당시 많은 민간임이 희생되었음에 분노했다고 한다. 그래서 작품에는 폭격당시의 상황보다는 아이의 시체를 안고 괴로워하는 여인과 같은 민간인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었다. 한참동안 다양한 각도에서 이 작품을 바라보았다. 작품속에서 울부짖는 사람들.. 정형적이지 않은 작품 속 사람들의 모습이 왠지 더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듯 했다.

달팽이, 여자, 꽃, 별 (호안미로)


 피카소 전시실을 지나서 만난 호안미로. 호안미로의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대부분의 작품이 어디선가 한번쯤은 본 듯 익숙했다. 그만큼 우리 생활에 가까운 화가라는 뜻인데 난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기에 작품과 작가에 대한 설명을 열심히 읽었다. 그리고 얼마 후, 바르셀로나 호안미로 미술관에서 빛을 볼 수 있었다. -_-V

살바도르 달리의 신발!


  마지막으로 소피아에서 놓칠 수 없는 화가 살바도르 달리. 피카소와 함께 그 천재성을 인정받아 이름을 날리고 돈도 많이 벌어주신, 그래서 부유하게 잘 먹고 잘 살았던 스페인 초 현실주의의 대표화가다. 나는 언젠가 그의 자서전을 읽고 짜증날만큼 잘난 척 투성이라서 화가만 아니었다면 평생 정신병원에서 지냈을거라 생각했었다.
 

The Great Masturbator

 . 
 '도대체 얼마나 잘났길래 하늘을 찌를듯한 수염을 기르고 다니는지 한번 보자.'하며 보게 된 달리의 작품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실제로 본 그의 작품 속 오브제들은 평면에서 튀어나와 꿈틀거리는 듯한 풍부한 색감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현실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이렇게 멋진 작품들을 남겼다니!!! 당신 정말 천재 맞으시군요, 인정!!! 광기어린 삶을 살았던 달리, 그의 자서전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건물 옥상 테라스에서 바라본 마드리드


 피카소, 미로 그리고 달리로 이어지는 소피아 미술관 필수코트 관람을 마치고 다른 전시관에 있는 스페인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했다. 이렇게 멋진 예술가들의 뒤를 이어 21세기의 역사를 만들고 있는 이들의 작품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그리고 미술관 본관과 신관을 이어주는 곳에 있는 테라스에서 마드리드 시내를 바라보았다. 아, 정말 좋구나...!

미술관 건물에 있는 도서관

서점에서 작품집을 사오고 싶었다.

 
 미술관을 나오는 길에 서점에 들렀다. 서점 가득한 미술관련 서적들을 보니 절로 탄성이 나온다. 다양한 언어로 다양한 시각으로 재해석한 화가와 그들의 작품세계. (영어라 읽기 싫은 관계로) 책장을 휙휙 넘겨보기만해도 몇 권 구입하고 싶었지만 미술책이라 무게가 장난이 아닌 관계로 열심히 머릿속에 담아오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소피아 미술관을 나와 아토차역으로 향했다. 마드리드에서의 마지막 날, 이 도시가 가진 스페인의 느낌을 마음껏 즐기고 떠난다. 많은 준비없이 무작정 오게 된 나의 스페인 여행, 이제 강렬한 스페인 하늘에 닿는 법을 조금씩 찾을 수 있겠지...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 (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ia)
- 마드리드 기차역 아토차(atocha)역 건너편에 위치. 프라도 미술관과 도보로 이동 가능.
- 토요일 오후 3시부터 무료 입장.
- 5시에 프라도 미술관도 무료입장이 가능하니 두 미술관을 동시에 가보는 것도 좋은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