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라세즈 묘지공원 정문
은근 찾는 사람이 많다.
박물관, 미술관, 에펠탑, 몽마르뜨... 다 좋지만 파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으니 바로 공동묘지 되시겠다. 처음에는 여기까지 날아와서 남에 나라 공동묘지까지 가야 하나 싶었는데, 묘지 주인들의 목록을 보니 반드시 가야 하는 곳이 되어 버렸다. 파리에 있는 14개의 공동묘지 중 내가 선택한 곳은 파리에서 가장 큰 규모의 페르라세즈 묘지공원이다.
페르라세즈 묘지공원 (Pere-lachaise)
- http://www.pere-lachaise.com/perelachaise.php?lang=en 약도와 사진을 볼 수 있다.
- 묘지 주변은 인적이 드물고, 어두워지면 묘지 안을 돌아보기 어렵다. (무섭기도 하고) 고로 아침 일정으로 추천!
- 특별히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full name을 적어갈 것. 은근 지도에서 찾기 힘들다.
묘지공원 지도
묘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지도를 만났다. 지도에는 어디에 누가 잠들어 있는지 표시되어 있었는데, 생각보다 묘지가 넓고 잠들어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제대로 돌아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졌다. 심지어 불어로 표기된 이름이 많아서 찾아보는 것도 쉽지 않다고..!!! 결국 한참을 끙끙대다 포기..;; 그냥 되는대로 돌아보기로 했다는...
집처럼 생긴 묘도 있고, 동상을 세워둔 곳도 있고 물론 우리나라처럼 간결한 곳도 보이고... 우리나라의 묘지와 달리 각기 다른 모습의 묘비들이 새롭다. 묘비의 호화스러움은 그 사람 생전의 재력과 권력을 상징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그런데 묘비 사이를 걷다보니 호화스러운 묘비보다 그 묘비에 놓여진 다른 사람들의 흔적에 눈길이 간다. 꽃, 나무, 사진, 편지 등등 살아있는 사람들이 남긴 흔적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망자의 삶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지?
쇼팽의 묘
프레데리크 쇼팽. 페르라세즈의 유명인사를 뽑자면 Top5에 들어갈만한 사람이다. 저 세상으로 떠난지 100년이 넘었는데, 아름답게 꾸며진 그의 묘에는 방금 놓은 듯 싱싱한 꽃들이 가득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쇼팽을 만나러 왔었는데 센스만점 아저씨 덕분에 그 자리에서 mp3로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들을 수 있었다. 모두가 약속한 것처럼 셔터를 누르던 손과 이야기하던 입은 얼음상태였다는...
에디트 피아프의 묘
20세기 프랑스 최고의 샹송가수라 평가받는 에디트 피아프. 가족묘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작고 소박한 편이었다. 그래도 주변 묘와 확연히 구분되는 엄청난 양의 꽃과 팬레터들은 그녀의 인생과 닮아있었다. 짧지만 불꽃처럼 열정적이었던 그녀의 삶.
짐 모리슨의 묘
더 도어즈의 리드싱어 짐 모리슨. (아마도 이곳에서 만난 유명인 중 가장 최근 인물인듯?) 돌출 발언과 엽기적인 행동으로 이목을 끌었지만 알고보면 음악적, 문학적, 영화적 재능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한편에서는 그의 죽음이 위장이란 소문이 있는데, 인기도에 비해 작고 심플한 그의 묘를 보면 왠지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닐까 싶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묘
페르라세즈에서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묘의 주인은 오스카 와일드. 전 세계에서 날아온 여성들의 키스마크로 가득한 그의 묘를 바라보며 내 머릿속 어딘가에 남아있는 그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도대체 그는 어떤 이유로 이렇게 많은 여성들의 키스세례를 받고 있는 것일까? 아쉽게도 학창시절 읽었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란 책이 내가 알고 있는 전부였다. 이런.. 무식한..!!! 다행히 책에서 본 작가에 대한 설명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다. 시대보다 앞서간 그래서 생전에 사랑받지 못한 과소평가된 인물이었다는 내용이었었지. 묘를 뒤덮은 키스마크들은 뒤늦게 그를 알아본 사람들의 아쉬움이랄까?
유리벽이 설치된 오스카 와일드의 묘
2011년에 오스카 와일드 묘에 재밌는 사건(?)이 있었다. 립스틱의 성분 때문에 묘가 부식되어 이를 막기 위해 후손들과 파리시가 묘에 유리벽을 설치했다는 것. (기여이 사진을 찾아냈다. -_-V) 그런데 그 뒤로 유리벽과 주변 나무에까지 키스마크가 번지고 있다는데 괜찮겠어?!
이제 묘지 밖으로...
그 외에도 이브몽땅, 알퐁스도데, 모딜리아니, 이사노라 덩컨, 마리아 칼라스, 빅토르 느와르 등등 유명인사들이 잠들어 있는 페르라세즈에는 지금도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고 있었다. 각기 다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시간에 잠들어 있다. 그리고 그들이 잠들어 있는 공간에 살아있는 내가 서있다. 우리는 결국 같은 세상을 살았고, 살아가고 있다. 묘지를 나서는 길. 지도와 꽃을 든 사람들이 정문 앞에 모여있다. 사람의 삶을 한 평 남짓 좁은 공간에 '누구누구 여기에 잠들다.'라는 짧은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 정도면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 메모리카드 문제인지 사진 몇장이 깨지는 바람에 몇몇 사진은 플리커의 도움을 얻었다. ㅠ_ㅠ
사진출처(Copyright)는 http://www.flickr.com/photos/23375212@N00 / http://www.flickr.com/photos/bou5zou57ki1208ya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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