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13

청춘의 조각 하나를 잃어버린 듯,

수험생에게는 수능은 인생의 점 하나뿐이라고, 울퉁불퉁 모난 젊음에게는 행동에 책임을 다하라고, 일상에 지친 사회인에게는 가슴뛰는 일을 찾으라고, 그는 그렇게 말했었다. 음악이 좋았고, 덕분에 알게 된 사람들이 좋았고, 그 속에서 발견한 나의 새로운 모습이 좋았다. 안녕, 나의 영원한 '좀 놀아본 오빠' 덕분에 나의 청춘은 행복했어요. RIP 신해철

귀국! 636일 세계여행, 그 끝에 서 있는 우리 두 사람

52개국, 636일간의 세계여행. 우리는 지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깨고 싶지 않은 꿈 같은 시간의 끝에 서 있다. 처음 여행을 결심한 날, 항공권을 구매하던 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던 날부터 길 위에서 보냈던 모든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리속에 펼쳐진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쉽지 않은 여행길이었다. 안정적인 직장, 예쁘게 꾸며놓은 우리집, 꼬깃꼬깃 모아둔 은행잔고... 이 길을 떠나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가졌던 많은 것을 내려 놓아야 했고, 여행길 위에서도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다. 여행을 위해 내려놓은 것들의 빈 자리는 세상을 떠돌며 차곡차곡 채워졌다. 사랑하는 이와 손을 마주잡은 시간, 오랜만에 부모님께 보내는 손편지,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보내주는 친구들의 응원, 정신없이 바쁘..

앞만보고 달려가기에 세상은 너무 아름답다.

세계여행을 시작하고 1년째 되던 2013년 9월, 짧은 스페인 세비야 생활이 시작되었다. 스페인어는 예전부터 배워보고 싶었던 언어였고, 중남미 여행에 필요한 언어이기도 했으니까. 난생처음 경험하는 (짧은 시간이지만, 여행이 아닌) 외국생활에 나는 묘한 설레임과 기대감에 벅차올랐다.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기만 했다. 하지만 나의 스페인 생활은 영화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스페인어는 기대만큼 늘지 않았고, 일 년간 쌓여온 여행의 피로가 나의 어깨를 내리누르고 있었으니까. 한 달이 지나고 나는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시간을 원망하며,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시간과 돈을 버리게 되진 않을까 하는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은 나를, 우리 부부를 자꾸만 집안으로 몰아넣었다. 햇빛이 좋았던 어느 날, 거..

혼자 여행하는 아가씨들의 위험한? 로망

사람을 좋아하는 나란 여자도 나 홀로 여행을 즐기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남편과 함께지만, 이후에 홀로 여행자가 될 날이 또 있겠지.) 종알종알 수다떠는 것이 삶의 일부였지만 가끔은 온전히 혼자가 되어보고 싶었었고, 그때마다 여행은 참 좋은 해결책이었다. 함께하는 여행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혼자만의 여행. 그 매력을 잘 알고 있기에 여행하며 나 홀로 여행족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싱긋 미소짓게 되고, 기회가 될 때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대부분의 나 홀로 여행족들에겐 분명한 자신만의 철학과 스토리가 있었고 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게 좋았으니까. 그런데 간혹 이야기를 나누다 나를 당황시키는 여행자들이 있었으니, (내 머릿속에 남아있는) 그 중 일부는 우리나라의 어여쁜 아가씨들이었다. 그..

당신은 우리나라를 얼마나 알고 있나요?

한국은 어때? 여행중에 만났던 수 많은 사람들에게 수 없이 들었던 질문이다. 다른 나라 여행자들(특히 서양 친구들)에게 한국이란 나라는 물음표로 가득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 친구들이 생각하는 아시아의 이미지는 대륙의 중국, 스시의 나라 일본 그리고 태국의 푸른 바다 이렇게 대충 세 가지로 분류된다. 이러니 한국은 '노 아이디어'일 수 밖에. 처음에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나의 저질영어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같은 기본적인 것부터 역사, 문화, 정치, 경제, 남북문제 등의 고난의도? 질문을 쏟아놓는 외국인 친구들의 질문에 답변하기에는 나의 영어는 너무.너무.너무. 바닥이었기 때문에. 하지만 여러번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난 엄청난 사실을 깨달았다. 나의..

온전한 나의 하루를 갖는다는 것

여행을 시작하고 가장 열심히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기록이다. 나만 알아볼 수 있는 (가끔은 나조차도 알아볼 수 없는) 악필로 일기장에 간단한 기록을 남기고, 잘 쓰는 글은 아니지만 블로그를 통해 나의 기록을 공유한다. 왜 그리 기록에 집착하느냐고? 글쎄, 내 일생에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이 멋진 시간을 그냥 보내기 싫어서라고나 할까. 하지만 매일매일 일기쓰기는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더라. 가장 큰 이유는 여행자의 삶은 의외로! 바쁘기 때문이다. 직장도 없고, 야근을 강요하는 상사도 없지만 나의 하루는 쏜살같이 지나간다. 게다가 어릴 때도 개학전날 밀린 일기를 쓰느냐 정신없던 꼬맹이가 나였는데, 태어날때부터 존재하지 않던 '부지런함 DNA'가 서른이 넘어서 갑자기 솟아나올리가 없잖아?!..

여행 중 소비생활에 대한 단상

여행길에서는 어떤 물건을 구입할 때마다 여러가지를 생각한다. '꼭 필요한 물건인가? 없으면 살기 힘들 정도로?' '대체할 수 있는 물건은 없는가?' '적당한 가격인가?' 잠시 일상으로 돌아가보자. 방 구석에서 먼지만 쌓이다 결국 쓰레기통으로 들어간 그것을 구입하기 위해 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해 왔는가?! 2012/10/03 @New Delhi, India [오늘의 쇼핑목록 - 인도 유기농 화장품 만세!] - 면봉 30루피 (600원) - Face Wash 99루피 (2,000원) - Toner 149루피 (3,000원)

세계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2012년 여름, 남편과 나는 서로 질세라 앞다투어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이유를 묻는 사람들에게 '일년반동안 배우자와 세계여행을 하려고 합니다.'라고 답해줬다. 그리고 쏟아지는 폭풍질문과 깨알같은 말.말.말. 비도 오고 센치한데 한번 공개해 보련다. 돈 많으신가봐요? 돈 많이 벌었어? 수 많은 '돈'과 관련된 질문들을 받고서 난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임을 100% 확신했다. 우리 부부는 고액연봉자도, 로얄패밀리도 아닌 평범한 신혼부부이다. 여행예산은 그동안 차곡차곡 모아왔던 자금을 탈탈 털어서 마련했다. (나는 무려 7년째, 신랑은 5년째 직장생활을 했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우리 부부의 세계여행 예산은 7천만원이다. 5~6천만원이 평균인듯 하지만 여행일정에 스쿠버다이빙이 수차례 끼어있기 ..

스페인어 공부 중, 무언가를 배우는 것의 매력

여행을 할 때 갖춰둘수록 좋은 것이 바로 언어이다. 물론 외국어를 전혀 못해도 해외여행을 다니는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보다 생생한 여행 정보를 얻고, 현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 나라에 대해서 배워가는 과정은 언어를 갖추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이다. 내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외국어는 영어이다. 사실 난 유학은 커녕 어학연수도 가보지 않은 순수 한국파이기에 '내가 할 줄 아는' 외국어는 영어라고 말하기엔 많이 부끄럽다. 아직도 사용하는 단어는 중학생 수준이라고!!! 아마 평생동안 공부해도 부족하지 않을까?! 그런데 여행계획을 세우다 새로운 장벽을 만났으니 바로 스페인어였다. 중남미 지역은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브라질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데다 영어는 거의 통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한..

왜 세계여행인가? (Why did you decide to take a trip around the world?)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경이로운 자연, 대단한 인류의 흔적,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 호기심과 두려움의 공존, 사람들의 삶, 나도 몰랐던 새로운 나와의 만남, 귀국길의 짜릿함... 등등 이유를 말하자면 끝도 없을 것 같다. 덕분에 나는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그리고 틈나는대로 더 재미있는 여행을 위해 언어, 역사 그리고 문화를 공부했다. (이 열정으로 공부를 했으면 아마 하버드라도 갔을거다. ㅋㅋ) 그리고 맹렬한 학습의 결과는 나에게 죽지 않을 만큼의 영어실력, 외국어에 대한 지대한 관심, 인류 역사와 문명에 대한 얕은 지식 그리고 로망 여행지 목록을 남겼다. 어느 비오는 날 아침. 지옥의 2호선 출근길에서 난 세계여행을 떠나겠다고 결심했다. 그렇다면 언제가 좋을까? 이건 여행을 가겠다는 결심하는 것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