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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이푸르에서 디우로, 그녀에게 배운 것들 (Udaipur, India)

빛나_Bitna 2013. 10. 3. 07:00

 

시티팰리스로 가는 길

 

여기가 입구!

 

 

우다이푸르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여기서는 다른 것보다 호수 주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다. 같은 숙소에 머물던 친구들도 하나 둘 다른 도시로 이동했고, 오늘은 남아있던 모든 사람이 체크아웃이다. 숙소 주인 아저씨의 표정에 아쉬움이 가득했던 것은 역시 우리때문이겠지? ㅋ

 

마지막 남은 시간은 5일을 머물면서 너무 바쁜? 나머지 방문하지 못했던 우다이푸르의 유적지를 방문하기로 했다. 처음 찾은 곳은 시티팰리스(City Palace), 왕궁이다.

 

 

잔디밭이 근사하다.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본관

 

 

이 곳은 우다이푸르라는 도시를 건설한 우다이 싱(Udai Singh) 2세가 처음으로 건축하기 시작하여, 역대 마하라자(왕)들에 의해 증축된 곳이다. 지금까지 본 조드푸르와 자이살메르의 성은 견고한 성벽으로 둘러싸인 것이 끊임없이 주변을 경계하는 느낌이었는데, 우다이푸르의 성은 성벽도 조금 낮고, 외관도 꽤 화려한 것이 다른 도시의 성들과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높게 솟은 화려한 건물, 잘 가꿔진 잔디밭, 한쪽 구석에 자리하고 있는 카페까지... 오래된 유적지보다는 인기좋은 공원에 온 기분이다.

 

 

 

화려하다.

 

무슨 신이라던데;


본관 건물은 큰 규모와 화려한 외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외관만큼이나 화려할 성의 내부와 대대손손 내려오는 왕실의 보물들을 보고 싶었지만 워낙 늦게 움직인 우리가 가진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었다. 게다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방문객은 많은지...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소지품 검사를 위한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사진 촬영비용을 따로 받기 때문에 소지품검사를 따로 한다.) 이러다가는 입장과 동시에 나와야 할 지도 모른다. 시간에 쫓기면 뭐든지 제대로 마무리하기 어려운 법. 우리는 과감히 박물관 관람을 포기했다. 

 

 

화려한 벽화가 많더라.

 

이런 기념샷도 찍어주고

 

아저씨는 다시 근무모드로

 

 

다른 도시에서 방문했던 성과 다른 점이 또 하나 있다면 여기서는 곳곳에서 정복 차림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얼핏봐도 관광객을 위한 안내원은 아닌 듯 싶은데... 도대체 여기서 뭐하는걸까? 궁금한 마음에 물어보니 이 곳의 보안을 담당하고 있단다. 무슨 보안? 알고보니 시티팰리스는 사람들에게 공개된 박물관, 호텔, 왕실 가족이 거주하는 구역으로 구분되어 있단다.

 

오호~ 지금도 이 곳에 왕실 가족이 살고 있다고? 두리번- 두리번-  인도 사람들 대부분이 20대에 접어듬과 동시에 노화도 함께 맞이한다는 것을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왕실' 사람이라는 마음에 혹시나 영국의 윌리엄 왕자마냥 훈훈한 청년은 없을까 기대하게 되는 이유는 아직도 내게도 소녀감성이 남아있기 때문일까, 아줌마의 주책일까? ㅋㅋ

 

 

 

 

우다이푸르가 내려다 보인다.

 

 

살짝 높은 지역에 위치하다보니 성 안에서 도시를 바라볼 수 있다. 본 건물 안에서는 보다 근사한 도시 전경과 호수를 볼 수 있다는데... 조금 아쉽긴 하지만 괜찮다. 근사한 뷰라면 우리가 몇 일동안 머물던 숙소에서 충분히 즐겨줬으니까.

 

 

자그디시 사원 입구

 

 

 

 

조각들이 살아움직이는 것 같다.

 

다람쥐? 청솔모?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들른 자그디시 사원 (Jagdish Temple) 숙소랑 가까워서 우리 방에서 사원 지붕도 보이고, 푸자의식하는 소리도 들리는데도, 심지어 이 근처에서 밥도 많이 먹었는데 한번 들어가보질 않았었다. 마지막 날이라고 이렇게 몰아치는건가? ㅋㅋ

 

1,651년 당시 우다이푸르 마하라자(왕)에 의해 세워진 이 사원은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외벽에 새겨진 조각들 덕분에 자연스레 한참동안 바라보게 되더라. (꾸준히 보수공사를 했겠지만) 그래도 몇 백년 전에 새겨진 것들인데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어떻게 이 동네 사람들의 솜씨는 이렇게 좋을까.

 

 

사원 안은 동네 사랑방?

 

 

사원밖을 한바퀴 돌아보고서 안으로 들어가본다. 혹시나 사람들의 기도에 방해되지 않을까 싶어 조심스레, 조용히 들어섰는데 사원 분위기가... 으..으응? 내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다르다. 좁은 사원안에는 할머니들끼리, 젊은 청년들끼리, 할아버지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앉아 즐거운 대화가 한창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재미나게 하시는지 사람들의 표정에는 즐거운 미소뿐이다. 사원이라기 보다는 동네 사랑방같다고 할까?

 

 

아메다바드로 가는 버스

 

중간중간 휴게소도 세워준다.

 

 

이제는 우리가 떠나야 할 시간. 아그라로 가는 제주커플과 푸시가르로 가는 손군과 안녕 인사를 나누고 이제 우리는 디우로 간다. 우다이푸르에서 디우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오후내내 버스를 타고 아메다바드로 이동, 다시 야간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니까. 긴 버스여행이 시작되는거다.


몇 일을 북적북적 친구들과 함께하다가 갑자기 다시 둘이서 다녀야 한다니 친구들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이런 우리의 마음을 알았던 것일까, 혜연양이 우리 일정에 합류하기로 했다. ㅋㅋㅋ 너 이제 진짜 언니한테 낚인거다.

 

나의 사랑스런 동생이 된 이 아가씨는 여행경험이 많지 않다. 그렇다보니 일정을 세우는 것도, 흥정을 하는 것도, 지도를 보는 것도 다 서툴기만 하다. 덕분에 꿈과 희망을 가득 안고 온 인도 여행의 첫날부터 참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한다. 그녀는 아메다바드로 가는 버스안에서 인도 첫날 겪었던 사기사건을 시작으로 혼자 여행하던 몇 일간 있었던 일화들을 하나 둘 꺼내놓았다. 들어보니 혼자 마음고생도 많았을텐데 이야기를 꺼내놓는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밝다.

 

'인도는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더라구요!',
'기차에서 10시간동안 움직이지 않고 잠만 잤더니 옆 침대 사람이 죽은 줄 알았다고 걱정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난 잠시 잊고 있었던 중요한 것을 되찾을 수 있었다. 바로 무한한 호기심과 긍정적인 마인드. 여행이 길어지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에 무심해졌던걸까. 초롱초롱한 그녀의 눈빛에서 나는 참 많은 것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