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베니아 여행루트 (10박 11일)
캄닉 알프스에서 슬로베니아 여행에 적응완료한 우리. 오늘은 슈코퍄 로카라는 소도시와 보힌호수를 거쳐 그 유명한 블레드호수까지 이동을 목표로 아침부터 부지런히 길을 나섰다.
벨리카 플라니나, 류블랴나 근교, 캄닉 알프스 맛보기 (Velika Planina, Slovenia) http://bitna.net/1731
슈코퍄 로카, 류블랴나 근교 중세도시
저기 목적지가 보인다!
Selca Sora 강이 흐르는 도시
여유로운 골목길
뭔가 옛날 느낌 가득!
도시 안으로 들어서자 단단하고 높은 벽의 수수한 건물들이 우리를 반긴다. 류블랴나에서 약 20km (우리가 출발한 캄닉에선 30km) 거리에 있는 슈코퍄 로카는 슬로베니아에서도 긴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로 가장 잘 보존된 중세 도시로 꼽히는 곳이다. 도시의 자격을 얻은 것은 1274년이나 도시가 형성된 것은 이보다 앞선 11~12세기로 추정된다고.
중심가 Mestni Trg
슈코퍄 로카에서 가장 넓은 거리다.
마리아 기념탑. 질병과 화재를 막아주길 기원하며 지어졌다. (1751년)
식수대는 늘 인기만점
주차 후 중심가인 타운 스퀘어(Town Sq.)에 들어섰다. 전쟁과 방화, 지진 등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는 역사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슈코퍄 로카는 옛 모습을 훌륭하게 보존하고 있었다. 구 사제관, 옛 상인들의 숙소 등 과거 중요한 역할을 하던 건물들과 100년이 훌쩍 넘은 식수대는 오늘도 시원한 물을 뿜어내고 있었으니까.
부지런히 골목길 탐방하기
여름이도 신났음
성모마리아 성당
도시 초입에서도 보이던 첨탑
성 야곱 성당 앞에서
슈코퍄 로카는 '도시'보다는 '마을'이 어울리는 작은 사이즈로 도보 2~3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볼거리라고는 지역 박물관으로 사용중인 로카 성 (Loka Castle)과 몇 개의 교회가 전부인지라 발길 가는대로 좁은 골목길을 걸어보며 슈코퍄 로카를 즐기기로 했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만나는 비슷한 듯 다른 풍경이 생경한지 우리집 상전님은 낮잠도 거르셨다는. ㅠㅠ
카푸친 다리가 포토존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란다.
기념사진 하나 찍고 갈게요~
동네를 돌고 돌아 도착한 카푸친 다리 Cappuchin Bridge. 14세기 중반에 만들어진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로 슈코퍄 로카의 공식 포토존이다. 시원하게 흐르는 강물 위로 세워진 우아한 아치형의 다리, (마차가 아닌 자동차가 오가는 것을 제외하면) 옛날 그림에나 나올 법한 풍경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끝으로 슈코퍄 로카 일정을 마무리했다. 근사한 다리 뷰와 훌륭한 음식맛을 자랑하는 피자집 Jesharna가 문을 닫은 것만 제외하면 완벽한 오전 일정이랄까.
슈코퍄 로카 Škofja Loka
- 류블랴나에서 20km, 버스로 30분 거리에 있는 중세도시.
- 류블랴나에서 당일 혹은 반일치기 가능. 블레드 호수로 가는 길목이라 류블랴나-슈코퍄 로카-블레드 순으로 이동할 수 있다.
-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연극 예수수난극의 발상지로 매년 사준절에서 부활절 사이에 마을 전체에서 공연이 진행된다.
스포드냐 소리카, 산의 품에 안긴 마을
또 다시 달린다.
크고 작은 마을을 지난다.
초록초록한 산골마을
슈코퍄 로카를 떠나 보힌 호수로 가는 길. 네비게이션에서 알려주는 넓직하고 빠른 길 대신 작은 국도를 택했다. 덕분에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과 맑은 공기가 운전의 피로감을 잊게 해 주었다.
스포드냐 소리카 Spodnja Sorica
그림같은 풍경이로다.
얼마나 달렸을까, 남편이 갑자기 차를 세운다.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스포드냐 소리카 Spodnja Sorica'란 이름의 산골 마을. 산들의 품 속에 폭 안겨 있는 마을, 그 평온한 기운과 카시트에서 탈출한 아기의 서툰 걸음마에 절로 미소가 피어났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달린 보람이랄까.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 마을은 슬로베니아의 화가 이반 그로하 Ivan Grohar의 고향, 온라인으로 찾아 본 그의 작품 속 따뜻한 기운이 이 곳을 떠올리게 했다.
보힌호수, 신이 숨겨놓은 땅
거대한 호수 크기만큼 찾는 이도 많다.
평화로운 호수의 오후
안쪽으로 숙소도 많다고.
보힌 호수에 도착한 것은 늦은 오후였다. 에메랄드빛 호수를 마주한 순간 '아름답다'는 말 외에 딱히 생각나는 말이 없었다. 끝이 잘 보이지 않는 거대하고 광활한 호수는 슬로베니아 최대 규모로 둘레만 12km, 여의도와 비슷한 크기다. 호수를 따라 걷는 트레킹은 4~5시간은 족히 걸린단다.
오리 안녕~
수영은 기본
보트투어도 꽤나 인기다.
호수 한 켠에 자리를 잡았다. 한껏 늘어져 광합성을 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 장비를 갖추고 트레킹에 나선 사람들, 맑은 빙하수에 몸을 던지는 이들까지, 사람마다 호수를 즐기는 방법도 각양각색. 눈길을 사로잡는 랜드마크가 없어도 나만의 방법으로 자연 그대로를 즐길 수 있는 것이 보힌의 매력이었다. 잔잔한 수면의 평화로움과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조금씩 우리에게 스며들었다.
멀리 보이는 호수
옛날 옛적에 신이 세상 사람들에게 땅을 나눠주었다. 모든 땅을 나눠주고도 땅을 받지 못한 이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아무 불평없이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할 뿐이었다. 그 성실함과 인내에 감동한 신은 그들에게 땅을 주고 싶었지만 남은 땅이 없었다. 결국 신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남겨둔 땅을 그들에게 주었는데, 그 땅이 바로 '보힌'이다.
최종 목적지인 블레드를 향해 다시 산길에 올랐다. 첩첩산중에 보힌호수가 눈부시가 푸른 빛으로 반짝인다. '신이 숨겨놓은 땅'이라는 보힌호수에 얽힌 동화같은 이야기는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보힌호수 Bohinj Lake
- 율리안 알프스에서 흘러온 물이 모이는 슬로베니아 최대 호수.
- 블레드 호수에서 버스로 40분 거리. 당일치기로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 보겔 전망대(Vogel Ski Center)에 오르면 슬로베니아 알프스 최고봉 트리글라브 Triglav와 보힌호수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 자동차가 있다면 사비차 Savica Falls 폭포까지 찾아가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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