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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의 눈동자, 블레드 호수 

우리 가족의 슬로베니아 여행루트 (10박 11일)


슈코퍄 로카와 보힌 호수를 거쳐 블레드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지고 어두워진 뒤였다. 배고픔을 호소하기 시작하는 아기를 달래며 체크인을 하고 나니 영혼탈출;, 여기가 그 유명한 블레드 호수라고? 드라마 <흑기사>의 촬영지라고? 새로운 장소에 대한 설레임? 잘 모르겠고, 밥이나 먹을란다.   


중세도시 슈코퍄 로카에서 신이 숨겨둔 땅 보힌호수까지 (Slovenia) https://bitna.net/1732   


여기가 블레드 호수

절벽 위에 세워진 블레드 성


(아기님이 노하신;) 폭풍같은 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에서야 우리는 블레드 호수를 마주했다. 만년설이 남아있는 산봉우리와 싱그러운 기운을 뿜어내는 나무들 그리고 에메랄드 빛으로 반짝이는 물빛이 어우러진 풍경은 동화책에서나 볼 수 있는 곳처럼 비현실적이었다. 자,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블레드를 돌아볼까?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성 


주차장에서 성까지 꽤 멀어 보인다?

경사가 어마어마하다.

무사히 성까지 들어왔다.


호수에서 무려 139m 높이 절벽에 위치한 블레드 성까지는 다행히 자동차로 쉽게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주차장에서 우리가 마주한 것은 정문까지 이어지는 가파른 언덕, 엎드리면 코 닿을 정도로 짧은 거리지만 격하게 꺾인 커브에 바닥은 작고 매끈한 돌들의 집합인지라 미끄럽기까지 했다. '계단도 없는데, 뭐...' 하는 마음에 호기롭게 유모차를 밀고 올랐던 우리는 엉거주춤한 포즈로 오르내리는 사람들 속에서 유모차와 아기를 각각 들쳐메고 기어 올라야 했다는. ㅠㅠ  


정상에 있는 박물관

대장간도 있고,

16세기 벽화가 그대로 남아있는 교회도 있다.

천년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관

다양한 자료를 보기좋게 전시해 놓았다.


1004년 독일 황제 헨리크 2세로부터 이 지역을 하사받은 블릭센 대주교가 지었다는 블레드 성은 슬로베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성으로 오랫시간 확장과 보완, 재건 과정을 거치면서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길고 긴 역사 대비 성 자체는 아담하고 수수한 편. 청동기 시대부터 지금까지 이 지역에서 발견되었다는 유물들을 전시한 박물관과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교회, 인쇄소, 대장간, 와인저장소 등등 다양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블레드 호수 최고의 전망대


여기서도 호수가 보이고

요기서도 호수가 보인다.


크고 위엄있는 건물도 아니고 진귀한 보물을 간직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성을 돌아보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성의 어떤 방향에서도 볼 수 있는 블레드 호수의 아름다움에 셔터를 수없이 눌러야 했으니까. 


전망대로 인기만점인 카페

성벽마다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호~ 여기가 명당인가?


성 안을 돌아보고 있다가도 햇빛에 반짝이는 물빛에 홀리듯 성 바깥쪽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상한 상황은 우리만의 일이 아니었다. 성 안 어딜가도 성 밖을 향해 카메라를 꺼내든 사람들뿐이었으니까. 블레드 성이 가진 가장 큰 보물은 블레드 호수가 아닐런지.    



고성에서 즐기는 근사한 한끼 (Feat. 호수 뷰)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여기,

레스토랑이다.

깔끔한 인테리어와

창밖으로 보이는 블레드 호수!


성을 둘러본 뒤, 최종 목적지인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사실 우리가 블레드 성을 방문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레스토랑, 블레드 호수를 바라보며 근사한 한끼를 즐기기에 이보다 더 완벽한 장소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레스토랑 예약 손님은 블레드 성 입장료가 공짜라는 아름다운 사실! (당일 예약 불가)


야외석이 가장 명당!

느낌있어 보이는 중년커플

레스토랑 야외석에서 바라본 풍경

풍경이 더해져 더 맛있었던 한 끼


야외석이 자리한 공간은 레스토랑 손님들만 진입이 가능했는데, 호수 안에 떠 있는 섬과 성모마리아 승천교회가 가장 잘 보이는 것이 성에서도 가장 뷰가 훌륭한 지점이었다. 조금 일찍 도착한지라 손님도 거의 없고, 완전 우리만의 세상이로구나! 


햇빛이 뜨거운 관계로 살짝 안쪽에 앉았다.


'괜히 비싸기만 한 것은 아닐까.' - 관광지에 오면 항상 드는 불안함은 메뉴판을 보는 순간 사라졌다. 에피타이져 10~20EUR, 메인메뉴 20~30EUR 정도로 레스토랑의 스타일과 위치를 고려하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였으니까.  


웰컴디쉬부터

트러플 파스타

새우 샐러드와 송아지 요리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긁적)

디저트까지 열심히 챙겨 먹었다.

슬로베니아 전통케익 크렘나 레지나 (Kremna Rezina) 강추!

맛있었던 그 와인


음식과 와인, 직원들의 서비스까지도 완벽한 식사였다. 밖에 나가기만 하면 행복한 여름이는 모처럼 분위기 잡는 엄마 아빠를 방해하지 않았고, 큰 기대없이 주문했던 슬로베니아 로컬 와인과 디저트에 홀딱 빠져버렸다. 슬로베니아에 대한 우리 부부의 질문공세에 직원들은 친절하게 (슬로베니아 와인이라니, 정말 노 아이디어였다.) 답해 주었고, 결국 우리는 남은 여행 일정에 와이너리 방문을 집어넣게 되었다. 


풍경이 더해져 더 맛있었던 한 끼

교회가 있는 작은 섬이 블레드의 동화를 완성시킨다.

공주님이 살고 있을 것 같은 느낌.

호수를 바라보는 집 하나 갖고 싶네

날도 좋고, 음식도 맛있고, 경치도 좋고. 신난다!


식사가 끝난 후 우리는 디저트와 남은 와인을 즐기느냐고 한참이나 자리를 지켰다. 아기가 태어난 후 언제나 전전긍긍 초조하기만 했던 우리인지라 오랜만에 느끼는 느긋한 식사의 여운을 깨고 싶지 않았다. 우리 마음을 알았는지 무릎 위에 앉은 아기는 얌전히 호수를 바라보며 '우와~!' 감탄사를 내뱉을 뿐이었다. 반짝이는 아이의 눈에 비친 우리가 편안해 보였다. 이 여행이 끝나면 '초보 엄마, 아빠' 딱지를 떼버릴 수 있을까. 


[블레드 성 Bled Castle] 

- 블레드 호수 수면에서 139m 높이 절벽에 세워진 성으로 현재 이 지역 역사를 소개하는 박물관으로 사용중이다. 

- 내부 전시관 보다는 성에서 내려다 보는 블레드 호수의 풍경 때문에 인기가 높다. 

- 입구의 언덕이 가파르고 내부에 계단이 많다. 유모차보다는 아기띠가 유용하고, 편안한 신발은 필수다. 

- 성 안에는 있는 레스토랑은 합리적인 가격과 끝내주는 전망을 자랑한다. (예산은 인당 25EUR 전후) 레스토랑 예약 손님에게는 성 입장료(일반 11EUR)를 부과하지 않으니 이 곳에서 식사를 하려면 우선 예약을 추천한다. 매표소에서 식당 예약 손님임을 밝히면 명단 확인 후 입장시켜준다. 당일예약은 불가하니 미리미리 움직이도록. 홈페이지 http://www.jezersek.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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