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에서 맞는 n번째 아침,
피란의 주요 스팟부터 근교까지 다녀왔지만 우리는 아직 피란에 있다. 13개월 인생에 '늦잠'이란 모르는 아이는 아침부터 밖으로 나가자며 게으른 우리 부부를 채근했고, 덕분에 (딱히 세워둔 계획이 없지만)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는 우리였다. 부모여행자의 설움이랄까. ㅠㅠ
피란 근교, 슬로베니아 청정 소금을 찾아서 (Piran, Slovenia) https://bitna.net/1748
하루의 시작은 역시나 타르티니 광장. 피란 여행자라면 매일 타르티니 광장에서 출석도장을 찍어줘야 하는 법이니까. 여느 날처럼 반짝이는 햇빛과 아직은 선선한 아침 공기,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피란의 해안가를 따라 걷기 가장 좋을 때가 아닐까. 그리하여 광장을 서성이던 우리는 바다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여기서는 언제든 입수 준비,
피란 올드타운의 끝은 아름답기로 소문난 아드리아해와 맞닿아 있다. 워낙 작은 마을인데다 한쪽은 바다인지라 지도가 없어도 방향을 잡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넘실대는 바다를 옆에 끼고 걷다보니 금새 마을의 끝에 닿았다.
올드타운 메인거리는 넘실대는 푸른 바다에서 끝난다. 작은 등대와 예배당이 길의 끝을 지키고 주변에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오늘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시야를 방해하는 것 없이 탁 트인 바다를 원없이 바라볼 수 있는 곳,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던 생각들을 불어오는 바람에 실어 보냈다. 머리는 엉망이 되었지만, 그래도 좋구나.
등대를 뒤로 하고 다시 걷는다. 넘실대는 파도를 보고 들으며 걸을 수 있는 피란의 메인거리는 어디서든 원한다면 입수가 가능하다. 이 길을 오가는 이들의 80%는 수영복차림인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길 위에 누워있는 태닝족은 물론, 벤치에 앉아 책을 읽거나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사람들도 마음만 내키면 바로 입수할 수 있으니 (당연히 진짜 입수하는 분들도 아주 많음) 도시 전체가 해수욕장인 셈이다.
바다로 연결된 사다리와 데크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보니 이 거리에서 가장 흔한 것이 주인없는 비치타올과 슬리퍼더라. 메인 거리에서도 가장 인기좋은 곳은 '피란호텔 Piran hotel' 앞. 근처 식당들이 무려 배달 서비스까지 하고 있으니 한번 누우면 일어서기 싫은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가더라.
난생처음 보는 바다에 매료된 아이는 유모차에서 반쯤 일어선 채 앉을 줄을 몰랐다. 그래서 우리도 서둘러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여기까지 와서 저 아름다운 바다를 그냥 바라만 볼 수는 없으니까.
아이와 함께가기 좋은 해변은?
수영복을 갈아입고 짐을 최대한 단촐하게 챙겼다. 고민 끝에 우리가 선택한 곳은 올드타운 입구 근처에 있는 포르나셰 Fornace 해변. 대부분의 스팟이 데크형태로 되어 있는데, 이 곳에는 작은 모래밭이 있어 다른 곳에 비해 아이들이 놀기 적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래가 아닌 잘잘한 자갈이라 신발 필수다.)
조심조심 모래를 만져보고, 밀려오는 파도도 잡아보고 아빠 등에 매달려 바다 속으로 들어가본다. 첫 인상이 나쁘지 않았는지 물이 꽤 차가웠음에도 (+짰는데) 불구하고 꺅꺅 소리까지 질러가며 팔다리를 내저었다. 난생 처음 만난, 만져 본 바다는 아이에게 어떤 느낌이었을까.
피란 바다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올드타운 안에 타르티니 광장이 있다면 바닷가에는 피란 항구가 있다. 피란 항구는 올드타운을 오가는 배와 사람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기에 썩 괜찮은 장소. 규모는 작지만 고기잡이 어선부터 근사한 요트, 크루즈 등 피란을 오가는 배는 죄다 이 곳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항구에 정박한 배들의 대부분은 번쩍이는 외관을 뽐내는 프라이빗 요트지만 여행자들을 위한 보트 렌트나 크루즈도 이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여행자들에게는 1) 모터보트를 빌려서 주변을 돌아보거나 2) 소형 크루즈를 타고 피란 근처 도시(포르토로지나 스트룬얀 보호구역 같은)를 방문하는 투어상품이 인기가 높다.
항구에선 조업을 마친 어선들도 쉽게 볼 수 있다. 크지 않은 배들이 대부분인데 피란 앞바다는 수심이 깊은 편이라 멀리 나가지 않고서도 어획량을 확보할 수 있단다. 이른 아침에 방문하면 어떤 물고기들이 잡히는지 직접 볼 수 있다는데 하루도 성공하지 못했다. 피란에서 대규모 피쉬마켓은 열리지 않는다. 아쉽... 대신 시내에 Ribarnica Valmarin에 가면 아드리안해에서 잡아올린 해산물을 구경할 수 있으니 기억해 두자.
바닷가 마을에 왔다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해산물 요리. 피란 올드타운에 있는 대부분의 식당은 해산물요리가 전문이며, 피란 앞바다에서 잡은 재료들을 사용한다. 특히 인기가 높은 곳은 작은 광장에 있는 Fritolin pri Cantini. 저녁이 되면 광장을 꽉 채운 사람들의 에너지가 더해져 완벽한 한끼를 완성시켜 주는 곳이었다. 바다에서 시작해서 바다로 끝나는 피란에서의 즐거운 나날들은 이렇게 계속되는 중이다.
피란 올드타운 (Piran, Slovenia)
- 바다를 옆에 낀 피란의 메인도로는 올드타운 입구부터 피란 등대까지 이어진다.
- 작은 항구와 바다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해변 뿐 아니라 곳곳에서 바다로 이어진 사다리를 찾을 수 있다.
- 피란 앞바다는 수심이 깊고 파도가 센 편이니 주의하자.
- 수심이 얕은 지역은 모래보다는 돌이 많은 편이라 안전을 위해 아쿠아슈즈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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