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Life Style/리뷰 Review

[Musical] 사랑은 비를 타고

빛나_Bitna 2006. 7. 18. 09:02
* 2006. 07. 17 (in 인켈아트홀)
* 출연: 김정민, 서범석, 이여울

하늘에 구멍이 난 듯, 쏟아붓던 비가 조금 잠잠해진 공휴일.
모처럼의 휴일을 집에서만 보내기엔 너무 아쉽지 않은가... 그래서 비와 참 잘 어울리는 공연을 하나 보기로 했다. 우산을 지참하는 이에게 무려 40%나 할인을 해주는 센스있는 이벤트덕에 그리고 대학생 할인이라는 사랑스런 제도덕에 아주 저렴한 가격에 공연을 볼 수 있었다. (흐뭇~ ^-^)

비오는 거리를 걷다가 따뜻한 방안에 들어가면 느낌이 이럴까? 보송보송한 수건에 얼굴을 부비적거리는 것처럼 마음속까지 따뜻하고 훈훈하게 만들어 주는 공연이었다.

작고 아담한 공연장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이들은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너무 사랑하는 형제와 무슨 일이든 실수투성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아가씨, 단 세 사람뿐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 세 사람은 전혀 낯설지 않다. 꿈이 좌절되고, 열심히 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마음을 표현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고... - 이들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았다.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고, 오해가 풀리고,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공연은 끝이 난다. 윤은혜가 녹차 광고에서 부르는 '괜찮아, 잘 될거야~' 이 노래가 귓가에 맴도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주인공들의 아픔을 그리고 우리의 마음까지 포근하게 보듬어 주는 그런 공연이었다.

공연을 보고 나서자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의 주인공처럼 비를 맞으며 웃음이 나는 이유는 나의 마음까지 편안해졌기 때문일까? 문득, 빗소리에 리듬을 맞출 수 있고, 빗줄기를 보며 기분까지 시원해 짐을 느끼고, 비냄새를 맡으며 숨을 크게 들이킬 수 있는 여유를 가진 나를 발견했다. 내겐 아직 비오는 날을 즐길 수 있는 감성이 살아있었다. (폭우는 참 무섭지만...)  

비가 오면 바지끝 젖을 생각에 얼굴이 찌푸려지는가? 차 막힐 생각에 앞이 깜깜한가? 만사가 귀찮고 방안에만 있고 싶은가? 이런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공연이다. 마음가짐이 다르면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다. 우리 모두 따뜻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