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몰았던 작품이다. 사실 다른 건 몰라도 '봉감독에 대한 왠지모를 기대'와 '박해일의 저 미소'. 이 두 가지로 나를 극장으로 이끌었다고나 할까... ㅋㅋ 여튼 조금 늦은감이 있지만 드디어 한강에 살고 있는 괴물을 만나보았다.
괴물이 나오고 가족이 위협을 받고 어떻게든 괴물을 물리치고... 어찌보면 흔하디 흔한 이야기인데 무엇이 그렇게 많은 관객을 이끌었을까? 어느날, 평화로운 시민공원에 나타난 괴물은 순식간에 엄청난 희생을 불러온다. 그리고 얼떨결에 주인공 가족은 딸을 빼앗긴다.
처음 시작은 참 낯익다. 그 후에 스토리는 국가에서 괴물을 물리치기 위해 특급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전국민 아니 전 세계인은 위협속에 살아간다. 그리고 딸을 잃은 가족들은 인류의 평화를 위해 괴물을 잡겠지..?! 만약 요런 전개가 펼쳐졌다면 어설픈 괴물의 CG는 절대로 용서받지 못했으리라.
영화는 그동안 본 헐리웃 영화와는 참 많이 다르다. 괴물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나라는 조용하다. 나라는 괴물의 정체를 파악하지 않고 잡으려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냥 피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듯 보인다.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조용해지길 기다리는 요즘 세상과 참 많이 닮았다. 덕분에 괴물은 세계평화를 위협하지 못하고 가족은 영웅이 될 수 없다.
유족들을 세균보균자로 취급하는 정부, 딸을 잃은 아버지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경찰, 권위주의적인 의사, 후배를 신고하는 선배, 현상수배범이 되어 버린 유족과 그 위에 적힌 '사망'과 '검거', 미군이 만든 괴물을 결국 미국의 힘을 빌려 해결하려 하는 우리의 무능력함까지... 지독히도 사실적인 우리 사회의 모습이 마치 거대한 괴물을 보는 듯 했다. (영화의 제목이 The monster가 아니라 The host인 이유가 바로 이거일까?) 딸을 집어삼킨 괴물을 따라 한강다리를 뛰어가는 강두의 무기력한 모습은 괴물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단순히 기괴한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였다면 절대 깐느의 박수를 받을 수 없었으리라. 화려한 볼거리로만 무장한 헐리웃 영화와는 달리 따끔하게 현실을 꼬집는 감독의 풍자와 컬트가 돋보이는 영화였다. 또, 통곡하는 모습으로도 관객을 웃게 만드는 대단한 배우들의 힘이 있는 영화였다.
그런데 상영관을 독점하는 치사한 방법은 어디서 배운걸까? 상영관을 독점하고 개봉전 엄청난 이벤트로 관객을 확보하고... 거대한 자본으로 밀어부치지 않고는 불안했단 말인가? 작품에 자신이 없다면 시도하지 말라. 관객들은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 괴물이 좀 더 상상을 뛰어넘게 생겼으면 어땠을까 했다. 사람들을 위협하기엔 괴물 자체의 포스가 좀 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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