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홀릭, Travelholic/온더로드 On the Road

@키코커,벨리즈 - 뭐? 멕시코로 돌아가라고?! (Caye Caulker, Belize)

빛나_Bitna 2014. 1. 11. 13:45

 

멕시코-벨리즈 국경

 

벨리즈 이미그레이션

 

벨리즈, Belize.

이름도 낯선 이 나라에 나는 3년 전부터 빠져있었다.

벨리즈로 가는 날, 설레임에 배낭의 무게도 잊은채 발걸음을 재촉하는 나란 여자. 

그런데 국경에서 듣게 된 황당한 소리가 있었으니,

 

> 너 비자 필요해.

- 알아, 니네 국경에서 발급되잖아.

> 응, 근데 우린 비자발급을 하지 않아. 지금 멕시코로 돌아가서 비자 받아와.

- 뭐? 니네 대사관에 다녀왔는데 거기서 국경에서 비자가 발급된다던데?

> 응, 그랬었지. 근데 비자스티커를 다 써서... 그래서 못해.

- 뭐? 그럼 대안은 없어?

> 대안? 그건 내 일이 아닌데?

 

비자스티커가 없어서 비자를 못준다는 어이없는 이유도 이유지만,

'그럼 어쩌라고' 식의 무례한 이민국 직원은 내 속에 잠깐 죽어있던 성질을 돋구었다.

 

- 그럼 니가 할 줄 아는 일은 뭐야? 그 멍청한 스탬핑? 너 참 훌륭하구나!

 

 

 

결국 다시 멕시코로

 

결국 우리는 멕시코로 발걸음을 돌렸다.

화가 풀리지 않은 나는 씩씩 거친숨을 몰아쉬고,

그런 나를 달래느냐 신랑은 평소보다 말이 많아졌다.

 

 

벨리즈 영사관 (멕시코, 체투말)

 

체투말 선착장. 벨리즈로 가는 배가 있다고.

 

멕시코 체투말에 있는 벨리즈 영사관에서는 허망하게도 20분만에 뚝딱 비자를 발급해 주었고,

영사관 직원은 우리에게 목적지인 벨리즈 키코커 섬까지 바로 가는 페리가 있음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2시간이 채 안되는 페리가격이 인당 무려 50USD!!! 우리에겐 너무 부담스런 가격이다.

 

망설이는 우리 옆으로 캐리어를 끌고 우르르 나타난 이들은 거침없이 지갑을 연다.

왠지 서러운 마음에 서둘러 선착장을 나와 국경으로 향했다. 다시 가는거다.

 

 

국경에서 미니버스를 잡아타고

 

일명 치킨버스로 갈아탄 뒤

 

출발 3분전, 간신히 보트를 탔다.

 

저녁시간이 훌쩍 넘어서 도착한 키코커

 

다시 멕시코에서 벨리즈 국경으로 약 30분,  

국경에서 미니버스를 잡아타고 근처 도시로 약 30분, 

그 도시에서 버스를 타고 벨리즈시티로 약 4시간,

벨리즈시티에서 보트를 타고 다시 1시간,

 

그렇게 우리가 최종 목적지인 키코커 섬에 도착했을때는 이미 밤이었다.

시간이 늦어 대부분의 숙소가 문을 닫았고, 이 동네도 성수기는 마찬가지라 빈 방 찾기도 쉽지만은 않구나.

하루종일 먹은거라고는 사과와 스니커즈뿐인데, 배고픈것도 잊고 있었네.

 

 

간신히 찾은 저렴한 숙소 하나

 

 + 오늘은 참 힘든 날이야. 아까 낮에 힘들고 짜증나는데 이런 생각을 했어.

그래도 오늘밤엔 어딘가에 누워서 '오늘 참 힘들었어.'하고 자기랑 이야기하게 되겠지 하는 생각.

그래, 힘들고 짜증나고 해도 결국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누웠으니 다행이야, 그치?

 

- 응, 그런데 난 오늘 정말 너무 화가 났어.

그 사람 태도도 너무 화나고, 생각했던 것보다 물가가 비싼 것도 화나고, 

이 고생을 하고 이 나라를 꼭 왔었어야 했나 싶기도 하고 그냥 다 화가 났어.

꼭 믿었던 친구한테 뒷통수 맞은 것처럼.

내가 이 나라에 대한 환상을 너무 가지고 있었나봐.

 

+ 괜찮아. 아까 들어오면서 보니까 이 섬 꽤 근사하던데?

일단 한숨자고 내일 보자고. 얼마나 멋지길래 우리를 이 고생시켰는지!

별볼일이면 당장 과테말라로 떠나버리자구, ㅇㅋ?!

 

 

2014/01/08 ~ 2014/01/12

@Caye Caulker, Beli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