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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in] 구시가지에서 만난 어린 피카소 (Barcelona)

빛나_Bitna 2011. 6. 13. 07:29


바르셀로나 카테드랄


  대부분의 스페인 도시에서 카테드랄은 가장 크고 웅장한 규모를 자랑했는데 바르셀로나의 카테드랄은 왠지 작은 느낌이다. 아마 가우디의 파밀리아 성당 때문이 아닐까? 카테드랄 입장에서는 가우디가 왠지 좀 미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카테드랄은 바르셀로나 구 시가지의 중심임이 분명하다. 이 카테드랄은 검은 성모마리아상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는데 난 그냥 패스했다. 카테드랄 공사도 한창이고 그 앞에선 사람들의 집회도 열리고 있고.. 오전엔 공짜입장이라는데 지금은 오전도 아니고... 아무래도 지금까지 종교도 없는 내가 너무 많은 카테드랄을 보았나보다.  


 카테드랄을 지나 발길가는대로 고딕지구를 걸어보기로 했다. 100년 전 바르셀로나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고딕지구는 좁은 골목이 뒤엉킨 미로같다. 나는 이 미로같은 골목들을 시에스타 시간에 탐방해 보기로 했다.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아 돌아다니기 좋고, 아직 해가 한창이라 좁은 골목이 무섭지도 않기 때문이다. 건물사이에 있는 골목이라 뜨거운 태양도 피할 수 있고, 문을 닫은 가게들의 셔터에 그려진 그래피티를 구경하는 것도 시에스타 시간이 가진 매력이다. 
여행다큐에 나오는 주인공마냥 자전거를 타고 구석구석 달리면 더 좋겠지만 난 이미 점심에 맥주를 몇 잔 했다고..!! 안전을 위해 음주운전(?)을 할 수 없다고..!! 절대 내가 자전거 운전에 서툴러서 이러는 것이 아니라고..!!   


 고딕지구 구석구석에 음식점만큼이나 많은 것이 다양한 컨셉의 가게들이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가 있나, 골목골목마다 튀어나오는 독특한 컨셉의 샵들을 구경하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동네의 느낌때문인지 유난히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빈티지 아이템을 파는 곳이 많았는데 하나 사오고 싶어도 후덜덜한 가격 아니면 한국에서는 전혀 통할 것 같지 않은 패션이라 선뜻 지갑을 꺼낼 수 없었다. 그냥 열심히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고딕지구는 무조건 걸어야 맛이다.

 지도도 없이 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 보니 갑자기 사람이 많아진다. 그래, 여기에 뭔가 있는게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여기서 가볼만한 곳이 뭐가 있느냐고... 사람들이 알려주는 방향을 따라가다가 도착한 곳은 피카소 박물관이었다. 지도상에 그려진 애매한 위치를 보고 어떻게 찾아가나 고민했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찾아왔다. 역시 여행은 발길가는대로 마음가는대로가 최고다.

피카소 박물관 앞.

 피카소라는 사람이 워낙 대단하다보니 전 세계 곳곳에 많은 피카소 박물관이 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박물관은 유일하게 그의 생전에 세워진 곳이라 한다. 꽤 비싼 입장료를 내면서 전 세계에 퍼져있는 피카소 박물관의 수입이 얼마나 될까 하는 이상한 생각을 해본다. 
 야박하게도 박물관 내부는 사진 촬영 금지다. 유명한 작품 하나 없는 곳이 왜 이리 비싸게 구는걸까 하는 생각은 박물관을 돌아보며 싸악 사라졌다. 이 곳에는 그 어떤 유명한 박물관, 미술관에서도 볼 수 없는 유년시절의 피카소가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평범한(?) 그냥 잘 그린 그림이 어린 시절 피카소의 작품이라는데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 있는가! 피카소 박물관에 보관된 그의 유년시절 그림들과 스케치들은 그의 작품세계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처럼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을 피카소답게 리메이크한 작품들은 원작과 비교하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아무렇게나 연필로 끄적인 스케치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아직은 덜 성숙한 유년시절의 피카소의 작품이었지만 피카소 특유의 선들이 액자밖으로 튀어나올듯 살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