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ASIA/티벳 Tibet

[Tibet, 2007] 내 생에 가장 멋진 하늘을 만나다. (Ganden)

빛나_Bitna 2007. 10. 16. 22:14
01. 라싸의 아침거리를 달리다.

 학교가는 꼬마들, 아침식사로 분주한 식당, 짐을 싣고 내리는 사람들_ 라싸의 아침은 다른 도시의 아침과 큰 차이가 없다. 마니통을 돌리는 순례자들과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족들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우리도 럭셔리(?)하게 랜드크루져를 빌렸다. 세라사원에서 만난 이들과 함께 간덴에 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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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덴사 가는 길에... 다리가 멋져서 차를 세웠다.


랜드크루져에 다섯명이 꼬깃꼬깃(?) 잘 접어 앉은 뒤에 라싸의 아침 거리를 달렸다. 나이도 비슷하고 취향도 비슷한 이들이라 금방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6명(운전하는 아저씨 포함)이 빵을 나눠먹으면서 쭉~ 뻗은 도로를 달린다. 얏호, 소풍가는 기분이다!


02.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간덴에 오르다!

웃고 떠드는 사이에 차는 어느새 꼬불꼬불한 길에 접어든다. 커브를 한 번 돌때마다 조금씩 높히 오르고 있음이 느껴진다. 차창밖에 보이는 마을이 점점 작아지고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니 아득해지는 것이 안전띠를 메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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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덴사로 오르는 구불구불한 길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할 뿐이다.

창밖에 다닥다닥 붙어서 셔터를 누르던 우리를 부르는 운전사 아저씨. 그의 손가락을 따라 위쪽으로 눈을 돌리니 산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는 간덴사가 보인다.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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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에 있는 간덴의 규모는 상상 그 이상이다.

라싸 시내에서 1시간 30분. 우리는 간덴사에 올랐다. 겨울에 눈이 오면 절대 못 오를 것 같은 길을 열심히 달려서... 물론 티벳 사람들은 이 길을 걸어서 오른단다.


03. 생에 가장 멋진 하늘을 만나다.

티벳에 사원은 참 많다. 물론 모두 자기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무지한 여행객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원 입구에서 가이드북의 형식적인 정보들을 한번 읊어주시고 사원의 뒷산 코라를 걸어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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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덴사원 입구에서 옆길로 샜다. 이제 산을 오르기 시작.

화창한 날씨 탓일까... 유난히 깊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산을 오르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허나 푸른 하늘의 유혹에 빠져 우리가 잊고 있는 사실이 있었으니 바로 여기는 4,500m의 고산지대라는 것! 그룹안에서 서서히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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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에서 함께 한 나의 신발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고산병 증세를 느낀다는 친구 녀석의 말에 잔뜩 쫄아버린 나는 혼자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원 너머의 마을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난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사진과 똑같은 간덴사의 전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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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진정 멋진 간덴사원의 전경을!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다 자리에 주저 앉았다. 군데군데 놓여진 야크X을 피해서 몸을 뉘워보니 새파란 하늘이 손에 닿을 것만 같다. 낑낑대며 걸어온 길이 은근 험하지만, 그래서 내려갈 것이 좀 아득하긴 하지만 멀리 보이는 사원과 작은 점이 된 마을을 바라보고 있자니 세상을 모두 가진 기분이다. 말없이 앉아 마음껏 즐겼다. 세상을 발밑에 두고 하늘과 마주한 그 순간을...  


04. 과자 하나에 싹트는 정(情)

 우리와 동행한 유쾌한 세남자가 왠 외국인 친구를 데려왔다. 그의 이름은 로코. 독일에서 온 여행족인데 세남자와 같은 방을 쓰고 있단다. 동양문화를 공부하는 그는 티벳어를 읽는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ㅇ+ 여행 이야기를 하며 반짝이는 그의 눈빛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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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난 저 뒤에 보이는 산에 오른거다. (뿌듯!)

위에서 내려다보며 예상했던 것처럼 간덴사원의 규모도 꽤 크다. 하지만 그 안에 건물들은 대부분 굳게 잠겨있거나 금방이라도 쓰러져 버릴 것 같았다. 게다가 시간을 잘못 맞췄는지 순례자 하나 없는 사원엔 싸늘한 기운이 가득하다. 머리가 따갑도록 내리쬐는 태양 아래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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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길이와 얼굴크기를 자랑하던 그. (여행은 무사히 마쳤을까?)

사원을 돌아보다 잠시 쉬고 있는데 어디선가 사람소리가 들리더니 삼삼오오 승려들이 몰려든다. 오오~ 사람이다! +ㅇ+ 썰렁한 사원에 생기가 도는 것 같구나. 우휴~♡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상하게 그들은 모두 경직된 표정이다. 햇살이 따가워서일까? 눈 앞에 있는 이방인 때문일까? 그래서 우리가 나섰다. 무엇을? 과자 나눠주기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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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작업중(?)인 빡군! ㅋㅋㅋ

처음엔 간식으로 준비한 과자를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였다. 다 먹어버리려고 했는데 그 양이 너무 많지 않은가! 그래서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는데 점점 그 재미에 빠져버린 것이다. 놀란 얼굴로 낯선 이의 손길을 피하던 그들의 얼굴에 서서히 웃음꽃이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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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승려들은 담 너머에서 우리를 구경하고 있었다. ㅋㅋㅋ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수줍은 미소와 우리들의 웃음에는 손톱만큼의 가식도 경계도 없다. 싸늘한 기운이 가득한 사원엔 이제서야 따뜻한 기운이 솟아난다. 사람간의 오고가는 정(情)의 힘이 아닐까?!

05. '강남역 라씨모임'의 탄생

간덴사원에 함께 간 '유쾌한 세 남자'는 다음날 북경으로 돌아간다.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고 식사도 하고 기념품도 사고나니 조금 쉬고 싶었다. 그래서 찾은 곳은 바코르에서 가장 전망이 좋다는 '만달라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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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좀 강렬하긴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자리다.

한국에선 쉽게 먹을 수 없는 (비싸서 감히 먹을 수 없는) 라씨를 주문하고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그 날 라씨를 각 2잔씩 들이켰다는거...ㅋㅋ 그들의 여행이야기가 어찌나 재밌는지 정신없이 웃다보니 시간이 꽤 흘렀다. 해가 길다던 티벳에서 해가 넘어가고 있음을 느꼈을 정도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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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달라 레스토랑에서 내려다 본 바코르 광장.

서울에서의 만남을 기약하며, 남은 일정이 무사히 마무리되길 기원하며 작별인사를 나눴다.
여행은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 그 인연은 즐거운 추억의 일부로 남겨지거나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진다.
나의 기억에서도 그들의 기억에서도 재미삼아 주문했던 '초코라씨'의 맛은 절대로 잊혀지지 않으리라.
라싸의 기억이 생생한데 한국에 돌아온지 2달이 지났다. 지금 우리는 언젠가 라싸 만달라 레스토랑에서 초코라씨를 다시 마실 그 날을 기약하며 아쉬운대로 강남역에서 술잔을 기울인다. (라씨는 한국에서 정말 비싸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