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홀릭, Travelholic 259

@알칸타라, 브라질 - 낯선 곳에서 만나는 낯선 우리 (Alcantara, Brazil)

브라질 북쪽에 위치한 도시 상 루이스(Sao Luis)에서 배로 한 시간. 우리는 알칸타라(Alcantara)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서쪽으로 계속 이동해 아마존까지 가고 싶었지만 짧은 일정은 결국 우리의 발목을 붙잡았다. 어쩌면 일정이 짧은 것이 아니라 브라질이 너무 과하게 큰 것일지도.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상루이스에서 당일치기로 이 곳을 여행하지만 도시보다 작은 마을을 선호하는 우리는 마을에 머물며, 몇 일 남은 브라질 북부 일정을 보내기로 했다. 마을 구석구석에 프랑스와 포르투갈 식민지 역사가 그대로 남아있다. 허물어진 유적지는 빛 바랜 옛날 건물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부지런히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마을의 기운을 들이마셨다. 소박한 검은 피부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브라질 북부는 남부와는..

@렌소이스, 브라질 - 수백개의 호수를 품은 하얀 사막 (Lencois, Brazil)

사륜구동 지프와 배를 갈아타며 도착한 곳은 바헤이리냐스(Barreirinhas) 여기는 렌소이스 마라냔세스 국립공원(Lencois Maranhenses)으로 가는 길목이다. 우리를 브라질 북쪽으로 이끈 렌소이스를 앞에 두고 나는 아침부터 한껏 들떠 있었다. 그런데 바헤이리냐스에서 렌소이스로 가는 길에 또 등장하는 지프와 배. -_-; 도대체 얼마나 또 가야 하는걸까. 물론 신랑은 남자의 로망을 자극한다며 들떠있지만. 렌소이스 흰 모래 사막. 이 곳은 지구상에 더 이상 새로운 풍경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장기여행자마저도 감탄하게 만든다. 발에 감겨오는 부드러운 모래의 감촉에서 폭신하고 하얀 침구세트를 떠올렸다. 여기 몸을 뉘우면 폭 파묻혀 버리지 않을까? 침대에 몸을 던질때 그 느낌처럼. * 렌소이스..

@파울리노네베스, 브라질 - 우리가 만드는 여행 그리고 앞으로 (Paulino Neves, Brazil)

브라질 북부에 있는 작은 마을, 파울리노네베스 (Paulino Neves) 여행자를 위한 숙소도 식당도 손에 꼽히는 이 작은 시골마을에서 우리는 몇 일을 머물었다. 더위를 잊기 위해 동네 사람들을 따라 나섰다. 길 끝에서 펼쳐지는 모래언덕. 우리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황금빛 사막 한가운데 있는 파란 것이 물이란 말야? 보고서도 영 믿기지 않는 나는 부지런히 모래언덕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발바닥에 감싸는 것은 모래고, 손바닥에 느껴지는 시원함은 분명 물이었다. 물 속으로 뛰어든다. 아이처럼 신난 신랑은 도무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숙소에서 준비해 온 과일 도시락, 음료수와 함께 우리는 시원한 하루를 즐겼다. 뭐 동네 꼬마들이 타고노는 고무보트가 좀 탐나긴 했지만 ㅋ 마을로 돌아가는 길, 유럽연합..

@브라질북부, 브라질 - 남자의 로망, 오프로드 드라이빙 (North of Brazil)

바다와 사막이 맞닿아 있는 브라질 북부. 덕분에 이 동네 자동차의 필수조건은 사륜구동 되시겠다. 마을을 빠져나가자 곧 바로 사막이 펼쳐진다. 덜컹거리며 모래언덕을 넘자마자 보이는 것은 강...?! 기사 아저씨 말씀하시길, 비가 많이 와서 물이 고인 것뿐이라는데, 우리 오늘안에 갈 수 있는거 맞...죠....? (적어도 내 눈에는) 길도 없는 사막을 덜컹거리며 지나고, 무릎까지 오는 강?을 건너 달리는 것으로는 모자라는지 기여이 지프는 작은 나무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 망그로브 숲을 빠져나오자 해변이 펼쳐진다. 썰물때인 시간에만 이렇게 신나게 바닷가를 달릴 수 있다고. 사막, 숲, 강 그리고 바다까지... 그야말로 모험이 넘치는 브라질 북부로구나! 2시간의 오프로드 드라이빙. 사륜구동 지프는 스릴과 함께 ..

@제리코아코아라, 브라질 - 들어가기도 나오기도 힘든 마을 (Jericoacoara, Brazil)

남미 대륙의 47%,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큰 나라 브라질. 우리나라보다 무려 85배나 큰 이 나라를 여행하는 것은 이동거리나 비용면에서 결코 만만치 않다. 그 와중에 우리가 선택한 여행지는 유난히 가기 힘든 곳이었다. 4시간의 국내선 비행, 18시간+6시간의 버스이동 다시 1시간의 사륜구동차량 이동... 그렇게 몇 일이 걸려 우리는 지도에서 찾기도 힘든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이 작은 마을의 이름은 제리코아코아라 (Jericoacoara). 여행자들은 짧게 '제리'라 부른다. 모래언덕과 바다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이 도대체 뭐라고 사람들을 불러모으는걸까. 왜 이 곳을 여행한 사람들은 오래된 기억 속 첫사랑 이름마냥 '제리!'를 부르는걸까. 브라질 북쪽에서 손꼽히는 여행지로 제리의 인기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

@상파울로, 브라질 - 시작부터 느낌 좋은데? (Sao Paulo, Brazil)

상파울로(Sao Paulo) 브라질을 대표하는 도시지만 인기있는 여행지는 아니다. 관광스팟이 많지 않은데다 불안정한 치안이 여행자를 망설이게 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상파울로는 공항찍기용 도시였다. 비행 스케줄때문에 이틀을 머물었지만 특별히 한 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도시가 우리에게 준 것이 있으니, 바로 친절한 브라질 사람들의 이미지! 처음 우리에게 브라질의 이미지를 심어준 사람은 에콰도르 키토에서 만난 단치(Dante)였다. 소탈하고 친절한 그와 우리는 늦은 시간까지 서로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상파울로에 가게 되었다는 말에 깨알같은 조언과 언제든 연락하라는 그의 말은 빈 말이 아니었으리라. 우리를 상파울로에서 돌봐준 신시아(Cinthia)와 그녀의 가족. 소박한 브라질 가정에..

@이과수폭포, 아르헨티나 - 꿈틀대는 에너지, 남미를 닮은 폭포 (Iguazu Falls, Argentina)

푸에르토 이과수 (Puerto Iguazu)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버스로 18시간을 달려 이 곳에 왔다. 이과수 폭포가 아르헨티나 여행의 마지막과 브라질 여행의 시작을 장식해 주겠지. 그러나 한껏 들뜬 우리를 진정시키고 싶었는지 하늘이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폭포를 눈 앞에 두고 몇 일을 기다렸건만, 찌푸린 하늘은 밝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시간이 없다. 폭포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내리누르며 폭포로 향했다. 270여개 폭포에 다가갈 수 있는 트레일, 공원 구석구석으로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꼬마기차, 거대한 폭포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보트투어까지. 아르헨티나 이과수는 잘 만들어진 놀이동산 같구나. 가장 인기있는 트레일은 단연 '악마의 목구멍 (La garganta del diablo..

@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르헨티나 - 에비타, 그녀는 아르헨티나의 영웅일까? (Buenos Aires, Argentina)

부에노스 아이레스 최고의 부촌은 어디? 아마 '죽은 자들의 도시', 레꼴레타(Recoleta) 묘지일 것이다. 두 평 남짓한 이 도시에 입주?하려면 최소 5억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니까... 뭐, 말 다했지. 빽빽하게 자리한 묘지는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공동묘지'라는 말 보다는 '조각공원'이란 말이 더 어울릴 것 같구나. 덕분에 하루에도 수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는다고. 산 사람들을 위한 죽은 자들의 도시로구나. 보존을 위해 묘지 대부분은 돌과 금속으로 만들어졌다. 이 또한 긴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을 모를리 없을텐데... '영원'을 향한 인간의 욕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 같다. 묘지 최고의 인기인은 단연 에바페론, 에비타다. 1940년대 빈민가에서 태어나 아르헨티나의 퍼스트 레이디가..

@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르헨티나 - 지구 반대편, 매력이 넘치는 도시 (Buenos Aires, Argentina)

Buenos Aires 스페인어로 '좋은 공기'라는 뜻. 그 이름만으로 충분히 매력있는 도시가 바로 여기, 부에노스 아이레스다. 많은 이들이 이 도시를 '남미의 파리'라 부른다. 듣고보니 그렇다. 거리에 오래된 그렇지만 우아한 건물들이 늘어서있고, 공원에서 햇빛을 즐기는 이들과 한껏 멋을 부린 아가씨들이 넘쳐난다. 애견을 산책시키는 아주머니와 길거리에 지뢰처럼 깔려있는 개X까지도 파리를 닮았다. 하지만 단순히 '유럽풍의 도시'라 표현하자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구석구석을 걷다보면 흘러넘치는 것이 이 도시의 매력이니까. 커피 텀블러보다 마테차 전용잔을 쉽게 볼 수 있고, 이탈리아 그 어떤 도시보다 많은 피자집이 영업중이며, 슈퍼에는 아무렇게나 구워도 맛있는 소고기가 있다. 반도네온의 강렬한 악센트는 사람들..

나는, 우리는 어떤 부모가 될 수 있을까

20개월이 넘는 여행길에서 우리는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여행의 모든 것이 배움의 시간이었지만, 특히 우리보다 인생을 경험한 '인생선배'들과의 대화는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만들곤 했다. 여행, 일, 삶 그리고 인생... 수많은 대화에서 빠질 수 없는 주제가 있었으니, 바로 '자녀와 부모'였다. 이제 막 '부부'라는 가족의 첫 단추를 끼운 우리에게 '부모'는 결혼보다 훨씬 큰 물음표였고, 이미 경험한 이들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으니까. 그들의 이야기는 수첩에 적어둘 필요조차 없었다. 내 머리속에 너무 강하게 자리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아이들도, 나도 배낭여행을 시작했어요. 언어도 그렇고, 체력도 그렇고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익숙해지니 재밌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