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배낭여행 52

자이살메르, 낙타를 타고 사막에서의 하룻밤 (Jaisalmer,India)

자이살메르의 대표 여행상품은 바로 낙타 사파리. 근처에 있는 쿠리사막에서 낙타를 타고 사막안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돌아오는 일정이다. 우리 부부가 자이살메르 타이타닉을 찾은 이유 역시 이 때문이었다. 폴루가 제공하는 낙타 사파리 가격 자체가 다른 업체대비 저렴한데다, 워낙 유명한 숙소라 비수기에도 동행을 구하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대부분 여행사가 최소 출발 인원을 네 명으로 지정해 두었다.) 다행히 우리 부부를 포함한 4명의 인원이 만들어졌고, 서로 어색한 인사를 나눈 뒤에 출발했다. 구름 하나 없는 하늘,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후끈후끈한 공기가 벌써부터 나를 걱정스럽게 한다. 낙타는 고사하고 내가 먼저 타들어가는건 아니겠지...? ㄷㄷㄷ;;; 쿠리사막, 정확히 말하면 사막이 시작되는 지점은 ..

자이살메르, 태양과 사막이 만드는 황홀한 일몰 (Jaisalmer,India)

장거리 이동이 많은 인도에서 기차만큼이나 발달된 것이 바로 버스다. 라자스탄에 있는 주요 도시 (조드푸르, 자이살메르, 우다이푸르, 자이푸르 등) 사이에 버스가 잘 되어 있는 편이라 이번에는 우리도 기차대신 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조드푸르에서 자이살메르까지 우리를 데려다 줄 버스는 좌석과 침대가 함께 있는 형태였다. 퀄리티에 대해서는 개인적 차이가 있겠지만, 여행자 모드만 되면 인심이 후해지는 나란 여자에게는 이 정도면 뭐 괜찮은 수준이랄까. 조드푸르도 건조한 편이었는데 자이살메르로 가는 길은 온통 흙빛이다. 사막 한가운데 정말 도시가 있는걸까. 한참을 창밖을 바라보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더니 앞에 앉은 아이들이 서둘러 고개를 돌린다. ㅋㅋ 너희 딱 걸렸어! 내 앞자리에 앉은 남매. 방금..

조드푸르, 공유도 임수정도 없지만 충분히 아름답다. (Jodhpur,India)

자스완트 타다를 둘러보고 드디어 메헤랑가르 성(Meherangarh Fort) 앞에 섰다. 본격적인 관람을 위해 티켓을 끊고서 놀란 것이 몇 가지 있었으니, 1) 인도답지 않게 학생할인을 해준다는 것과 2) 입장료에 오디오 가이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3) 준비된 오디오 가이드에 한국어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메헤랑가르 성의 입장료는 300루피, 학생 요금은 250루피다. (물론 인도 사람은 훨씬 저렴하지만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한다.) 지금까지 방문했던 유적지와 비교하면 가격은 비슷한데 한국어로 된 오디오 가이드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니 들어가기 전부터 만족스러웠다. 오디오 가이드에서 흘러나오는 반가운 우리말, '안녕하세요'에 나도 같이 인사하며 성 안으로 들어섰다. 1459년 건립당시 메헤랑가르는..

조드푸르, 아직 살아있는 왕들의 땅 (Jodhpur,India)

아침부터 부지런히 언덕을 오른다. 보기보다 경사가 높은 편이었지만 운동삼아 오를만했는데 어째 남편님이 점점 뒤로 쳐지는 것 같다. 열심히 올라가다가 뒤를 휙 돌아보면 방금까지 숨을 헐떡이던 남편은 사진찍는척 내 눈빛을 피한다. 그러게 한국에 있을때 운동을 좀 했어야지 싶다가도 매일 야근에 술자리에 시달렸던 그가 조금은 안쓰러보이기도. 열심히 언덕을 올라서 조드푸르의 옛 마하라자(왕)가 거주했었던 메헤랑가르 성(Meherangarh Fort)을 만났다. 아무리 조드푸르의 하이라이트가 메헤랑가르 성이라지만 온 동네 여행객은 다 여기 모인듯 입구부터 북적거린다. 잠시 혼잡함을 피하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곳은 자스완트 타다 (Jaswant Thada). 메헤랑가르 성을 등지고 보이는 하얀색 대리석 건물이다. 걸..

조드푸르, 블루시티에서 가장 유명한 맛집은? (Jodhpur, India)

지난 밤 델리를 출발한 기차는 다음날 아침 우리를 조드푸르 기차역에 내려주었다. 기차역에 내리자마자 우리를 맞이한 것은 수 많은 릭샤기사들. 어떻게든 눈 앞에 있는 이 외국인들을 태우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흥정에 흥정. 어떤 이들은 흥정에 질려 그냥 지갑을 열기도 한다는데 다행히 우리 부부는 이 흥정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무시하고, 화내고의 단계를 넘어 어르고, 달래고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이쯤이면 나름 흥정에 소질있다고 할 수 있으려나? 그렇게 몇번의 흥정을 거듭한 끝에 조드푸르의 중심, 시계탑 앞으로 가는 릭샤에 몸을 실었다. 조드푸르 구시가지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 사이에 좁은 골목들이 미로처럼 얽혀있는, 바라나시보다는 못하지만, 구조로 되어 있다. 다행히 그 중심에 있..

델리 마지막 날, 국립박물관과 인디아게이트 (Delhi, India)

친구들도 만나고 장기여행의 피로도 풀기 위해 우리는 델리에서 무려 5박을 했다. 나름 여유로운 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떠나는 날까지 바쁘다. 우리가 게으른건지, 델리에 볼거리가 많은건지... (판단은 당신의 몫!) 델리에서의 마지막 날에 우리가 찾은 곳은 인도 국립박물관. 잘 정돈된 정원과 지은지 얼마되지 않은 듯한 건물은 아무리 봐도 인도답지 않다.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우리 부부가 마주한 것은 놀라운 금액의 입장료. 1인당 무려 300루피에 카메라촬영도 대당 300루피란다. 오.마이.갓! 총 900루피(약 2만원) 입장료의 압박에 잠시 넋이 나간 나의 눈에 들어온 '학생 Student' 가격! +ㅁ+ 혹시나싶어 물어보니 국제학생증도 할인이 된단다. 할인된 가격은 단돈 1루피(약 20원). 300배 저렴..

델리에서 만난 이슬람, 꾸뜹미나르와 후마윤묘 (Delhi,India)

델리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 가장 낯선 것은 바로 지하철이다. 좁고 복잡하고 지저분한 여행자거리 빠하르간지와 시원하고 깨끗한데다 여성전용칸까지 준비되어 있는 지하철은 극명한 대비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혀 인도답지 않은 지하철을 타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꾸뜹미나르(Qutab Minar) 역. 지하철역에서 릭샤로 10분정도를 달려야 유적지를 만날 수 있다. 보기보다 넓은 공간에 모스크, 묘 등이 자리하고 있는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꾸뜹미나르란 이름의 탑. 꾸뜹은 이 탑을 세운 왕의 이름, 미나르는 탑이란 뜻이란다. 델리를 대표하는 상징물 중 하나인 이 곳은 인도 역사 최초의 이슬람 왕조를 세운 꾸뜹왕이 힌두교도에 대한 승리를 기념해 만든 것이다. 이슬람 왕조의 시작이자, 힌두 왕조의 끝을 ..

올드델리, 인도의 역사를 따라 자미 마스지드와 붉은 요새 (Delhi, India)

10월 2일은 인도 사람들이 신처럼 모시고 있는 인물 간디의 생일이자 인도의 국경일이다. 덕분에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는 빠하르간지도 오늘만큼은 조용하다. 인도에서, 델리에서 이렇게 여유로울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인도에서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을거라 기대한 내가 바보였다. 릭샤를 타고 '자미 마스지드(Jami Masjid)' 앞에 내리자마자 어마어마한 인파를 마주해야 했으니까. 자미 마스지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앞에 형성된 거대한 시장을 지나야만 한다. 정신없이 복잡한데다 사람들로 가득한 것이 빠하르간지와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가만히 살펴보면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흰 옷과 모자를 쓴 이슬람교도들이라는 것. 현재 인도의 국교가 힌두교임을 감안하면 이 나라에서 이슬람교의 ..

델리에서 맞은 추석, 가족과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Delhi, India)

델리를 여행하는 여행자라면 누구나 들리는 곳이 바로 여기, 빠하르간지다. 뉴델리역 옆에 위치하는 이 거리에는 상점, 숙소, 음식점 등 여행자를 위한 시설과 현지인을 위한 시장이 공존하고 있어 항상 복잡복잡하다. 어제 저녁 체크인을 하자마자 쓰러지듯 잠들었는데 일어나보니 해가 중천에 떳다. 내 몸이 온몸으로 데모라도 하는 것 같다. 적당히 하고 좀 쉬라고... 그래, 오늘은 우리도 좀 쉬자! 여행자에게도 휴일은 필요한거니까. 휴일에 영양보충이 빠질 수 없단 생각에 탄두리 치킨으로 아침겸 점심을 해결했다. 몇 년 전, 인도 여행을 왔을때 발견한 맛집이라며 신랑은 나를 이끌었고, 아침부터 (해가 중천이여도 첫 식사니까 아침) 치킨을 먹어야 하냐고 불평하던 나는 닭다리 한 입을 베어뭄과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 ..

아그라를 물들이다! 오색 물감과 사람들의 웃음으로... (Agra,India)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어서일까. 타지마할을 둘러보고 나왔는데 아직 점심시간도 되지 않았다. 델리로 가는 기차는 오후 늦게야 출발하니 아직 여유가 있다, 아니 많다. 남문 근처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식사도 하고, 차도 한 잔 마시고, 게으름이나 피워야지.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주변이 소란해진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소리가 점점 커진다 싶었더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사람들쪽에 시선을 주었다가 깜짝 놀랐다. 이 사람들 머리부터 발끝까지 빨간 색이잖아!!! 도대체 무슨일이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사람들을 관찰했다. 일단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추는 것을 보면 시위보다는 축제에 가까운 듯 하고,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오색의 가루들을 뿌려댄다. 사람들이 움직일때마다 그 주..